[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가 ‘호반건설 비판기사 삭제 사건’이 벌어진 지 25일 만에 처음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신문지부는 경영진이 기사삭제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사과와 방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신문 경영진은 현재까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지부는 9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성명에서 “(기사삭제는) 과도기에 있는 서울신문의 과거와 현재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면서 “경영진은 기사삭제와 관련하여 안팎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으며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삭제를 진행하여 편집권 침해에 대한 문제는 남아 있다. 목적의 정당함만을 내세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과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사진=미디어스)

서울신문지부는 “이번 사태로 인해 서울신문은 언론사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이대로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 지난 잘못에 대해 반성을 하고, 독자 더 나아가 국민에게 언론사로서, 언론인으로서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지부는 호반그룹이 서울신문 지분을 매입할 당시 약속한 ‘편집과 경영 분리'에 대해 “약속을 최대한 빠르게 이행해야 한다”며 “더는 편집권이 수단과 방법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도록 구성원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는 성명을 내고 경영진에게 기사삭제 경위 공개·독자 사과·독립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신문 경영진은 서울신문지회 성명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신문 관계자 A 씨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경영진의 반응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지부는 지난해 5월 우리사주조합의 호반건설 지분 인수 논의에서 ‘기사 삭제’가 협상 카드로 거론된 것을 문제 삼았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우리사주조합에 지분 매매를 제안하면서 ‘비판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당시 사장·편집이사·편집국장·TF팀장·사주조합장·노조위원장 등은 이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인수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사 삭제’는 없던 일이 됐다.

서울신문지부는 “전 사주조합장, 전 노조위원장은 ‘2021년 당시는 대의와 명분이 있었기에 호반 기사삭제는 문제가 있지만 정당한 것이었으며,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란 답변을 내놓았다”며 “명분과 대의가 있다면 사회질서를 뒷전으로 해도 된다는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지부는 “주식 매입을 위해 기사삭제를 협상 카드로 사용함으로 사적인 목적이 개입되면서 지면 사유화와 편집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며 “서울신문 구성원 모두 지면 사유화 문제와 편집권 침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지부는 “내부의 일을 모르는 언론노조와 타 언론사의 보도 성명이 잇따르는 상황에 우리는 떳떳한가”라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호반 기사삭제를 협상 카드로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명백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신문지부는 안용수 전 부사장이 이번 기사삭제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은 지난달 19일 경영설명회에서 “안용수 전 부사장이 김상열(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에게 ‘작년에 편집국장이 호반 관련된 기사를 다 빼기로 했는데 아직도 호반 관련된 기사가 서울신문에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안 전 부사장은 현재 호반건설 고문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지부는 “안용수 전 부사장의 발언이 시작점이 되었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안용수 전 부사장은 이제 외부인이다. 외부인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은 경영진뿐 아니라 호반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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