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 새들이 몽땅 나와서 시끄럽게 떠드는 이른 아침입니다.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만으로는 이렇게 이른 아침에 좀처럼 잠에서 깨지 않습니다. 밤새 혼자 지낸 게 억울했는지 샤미가 문 앞에서 일어나라고 야옹거리고 발로 문을 긁어대는 통에 깨어나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켰습니다. 그렇잖아도 이번 미디어스에 보낼 글은 2년 전에 어렵게 산골까지 온 우리집 고양이 샤미에 대한 이야기를 쓸 생각으로 며칠 동안 구상 중이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쓰는 줄 알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글 쓰려고 앉자마자 포개진 다리위에 올라와 편히 자고 있습니다.

산골에 살다보니 농작물을 야생동물로부터 지킬 필요가 있어 개를 키우게 됐고, 사방천지에 닭들 먹을거리가 있고 달걀을 먹을 욕심으로 닭을 키우게 되어 이리저리 함께 사는 동물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집고양이 샤미는 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개와 닭에 비하면 가족들과 훨씬 가까이 지내고 있고, 관심과 귀여움도 많이 받고 있지만 자기 필요할 때만 사람을 찾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선지 샤미는 집안 살림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강아지와 병아리만으로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딸아이가 2년 전에 고양이도 키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겠지만 동물을 키우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도시도 아니고 산골이라 동물을 밖에서 키우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을까 싶겠지만, 닭만 해도 닭장 만들어야 하고 다른 계절은 알아서 산다지만 겨울엔 먹이를 일정하게 주어야 하니 겨울되기 전에 먹을거리를 장만해야 합니다. 처음엔 이걸 몰라서 겨울에 먹을거리를 제대로 주지 않아 추운 아침에 닭장문을 열면 멀쩡한 닭이 횟대에서 바닥에 떨어져 죽어 있곤 했습니다. 개도 밖에서 자기 살고 싶은 대로 돌아다니며 산다 해도 사람 먹고 남은 음식으로 배고픔을 면할 수 없습니다. 닭과 마찬가지로 먹을거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또 동물을 키우게 되면 집을 비울 때 어려움이 생깁니다. 먹을 걸 많이 주고 가지만 닭은 갇혀 있어야 하고 개도 묶여 있어야 하니 잘 있는지 걱정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귀찮음을 더 늘리기 싫어 딸아이가 고양이 이야기를 해도 모른 척하고 몇 번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딸아이가 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졸라대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웬 동물이 그리도 키우고 싶고 갖고 싶었는지 첫 기억은 갈매기를 키우고 싶다고 아버지를 졸라댄 여섯 살 때입니다. 바다 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졸라댄다고 잡아 올 수도 없는 일이니 아버지는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어느 날 바다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살아있는 갈매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한참을 지나서야 그 새가 갈매기라는 것도 알았고, 살아있는 갈매기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실제로 갈매기를 가지고 오신 겁니다. 이때부터 시작한 동물에 대한 그리움으로 개, 닭, 고양이, 염소, 토끼, 비둘기, 때까치, 뜸부기, 꿩, 참새 등을 키워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키워보고 싶은 동물은 더 많았지만 주변에서 구할 수 없는 조건, 부모님 반대 등에 부딪혀 타협해야 했습니다.

딸아이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요구에 아련히 떠오른 어릴 적 기억이 "그래, 고양이 있으면 집주변에서 쥐도 없어질 거야."하며 마음속에선 이미 딸아이 요구를 들어줄 빌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장날에 새끼 고양이를 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제법 멀리 살고 있는 친하게 지내는 분이 키우는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며 고양이 키울 생각 없냐며 물어왔습니다. 무슨 일이 이리도 척척 맞아떨어지는지 고양이 키울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먼 길 데리러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새끼 고양이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딸아이는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어른이 되면 그 일을 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비용을 최소로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꼼꼼히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기 마련입니다. 필요하다고 바로 그것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게 세상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훈련이 되었겠지요. 세상을 무리 없이 살아가기 위해선 이 훈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따질 필요가 없는 일도 따지는 버릇이 깊이 박힌 어른들은 따지는 일이 많습니다. 아이들과 살다보면 따지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따지고 있는 내 모습을 자주 발견하곤 합니다. 어떤 때는 하고 싶은 일이 몇 만원 기름값과 시간보다 훨씬 중요한데도 말예요.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