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의심할 수 없게 샤미 배는 커졌습니다.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고양이 임신기간과 새끼 낳기에 적당한 집이 어떤 것인지 부지런히 찾아봅니다. 개보다 몸이 작어서 개 임신기간인 두 달보다 짧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양이도 임신기간이 두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방이 막혀서 어둡고 아늑한 곳을 좋아한다며 종이상자로 샤미가 새끼 낳을 곳을 만든다고 집안을 어수선하게 합니다. 개가 새끼 낳을 때도 큰 종이상자로 집을 만들어 주곤했던지라 고양이 집도 감자상자로 제법 잘 만들었습니다. 신문 뜯어서 바닥에 깔고 조그만 이불을 맨 위에 깔아 뽀송뽀송하고 푹신푹신한 샤미 분만실을 만들었습니다.

샤미가 새끼 낳을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족 모두는 새끼고양이에 잔뜩 기대가 부풀었습니다. 드디어 밤중에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샤미가 진통을 시작했습니다. 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집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몇 번 반복한 끝에 만들어준 집에서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렵게 낳은 새끼가 움직이질 않습니다. 샤미가 열심히 몸을 핥아주어도 새끼고양이는 울음소리도 없고 몸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숨죽이며 새끼고양이를 지켜보던 모두는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누구라도 먼저 불길한 말을 꺼내면 새끼고양이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 무거움에 말을 잃었습니다.

말을 잃은 채 두 번째 세 번째 새끼고양이가 나오길 기다리는데 움직이지 않는 새끼만 열심히 핥을 뿐 샤미는 더 이상 새끼 낳을 기미가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이 고양이는 한 번에 네다섯 마리 새끼를 낳는다며 처음 나온 고양이가 움직이지 않아도 두 번째 세 번째 새끼고양이를 위해 숨죽이고 있었는데 한 마리 낳고 상황이 끝났으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리둥절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와 아내도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첫 출산이고 멀리서 데려온 수컷이라 한 마리로 끝날 수도 있겠다 싶어도 어딘가 모르게 부족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샤미는 더 이상 새끼 낳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데. 살아나지 않는 새끼를 샤미 몰래 집에서 꺼냈습니다. 샤미가 죽은 새끼와 함께 있는 것이 가혹하고 혹시 뱃속에 새끼가 더 있으면 문제가 될 것 같았습니다. 몇 번 없어진 새끼를 찾는 것 같은 행동을 하더니 곧 잊었습니다.

하지만 잃은 새끼 때문인지 샤미는 새끼고양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행동도 어려졌습니다. 식구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면 거실에서 계속 울어대며 사람과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밤을 이런 식으로 울어대는 통에 밤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길 4일, 샤미가 또 진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한 마리 낳고 끝나는 게 이상했지. 한 마리는 조산으로 죽었나보다"하며 새끼고양이가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두 마리가 모두 죽은 채로 나왔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새끼를 열심히 핥고 있는 샤미 모습도 애처롭기 이를 데 없지만 이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샤미가 탈없음에 위안을 삼아 보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입니다.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 풀이 많은 곳에 매어놓고 학교에서 돌아와 풀을 뜯기며 키우던 흑염소가 있었습니다. 풀 있는 곳에만 데리고 다닐 뿐인데 흑염소는 잘 자라 어느 날 새끼를 두 마리 낳았습니다. 온 몸이 새까만 새끼 흑염소는 태어나자마자 일어설 줄 알고 걸어다니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어린 흑염소 한 마리가 배가 부풀어 괴로워하며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어떻게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어린 흑염소의 부푼 배를 쓸어줄 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끝내 어린 염소는 죽었습니다. 죽어가는 어린 염소를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과 슬픔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도 끝내 함께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끝내 함께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정해진 만큼만 살 수 있는 존재이기에 언젠가는 소중한 사람과 귀한 물건과 이별을 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귀한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안타까움만 가득한 채로 샤미의 출산이 끝난 줄만 알았는데 두 번째 출산을 하고 3일 뒤 아침에 샤미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며 울음소리도 날카롭고 이상했습니다. 평소에 자주 다니던 대청마루에서 사람을 독촉해 올라갔더니 지붕과 천정 사이 좁은 곳으로 올라오라고 합니다. 손전등을 들고 기어서 함께 갔더니 구석진 곳에 누워서 숨만 헐떡이는 모습이 심각해 보였습니다.

아직 낳지 못한 새끼가 뱃속에 들어 있다는 생각이 번갯불 스치듯 떠올랐습니다. 한시 바삐 동물병원에 가지 않으면 샤미한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몸부림치는 샤미를 안고 겨우 차 있는 곳까지 내려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만 있어달라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달려갔습니다.

X-레이 촬영 결과 에상 대로 뱃속에 새끼 한 마리가 들어있었습니다. 제왕절개로 새끼를 꺼내지 않으면 어미가 죽는다는 의사 말이 아니더라도 빨리 수술하기를 기다렸는데 수술을 해도 샤미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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