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두 개의 기사부터 보고 들어가자.

▲ 지난 8월 4일 중앙일보 3면 기사
▲ 오늘 8월 10일 동아일보 5면 기사
기사의 얼개와 내용이 정말 ‘똑’같지 아니한가?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앞의 중앙일보 기사는 지난 8월 4일에 실린 기사이고, 동아일보 기사는 오늘 지면에 실렸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용은? 중앙과 동아 모두 민주당이 장외투쟁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들어 그것을 재반박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주장과 사실’로 처리했었다. 중앙은 아래와 같이 민주당의 ‘주장’을 뽑았고 ‘사실은’ 그 주장들이 거짓이라고 이야기했다.

△신문의 방송 뉴스 제작은 여론 왜곡인가
△MBC 등이 신문의 먹잇감인가
△친여 방송 뉴스 등장하나
△지역 언론 고사되나

동아일보은 민주당의 주장을 다섯 가지로 뽑아 이것은 거짓말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실었다. 사실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래는 동아일보가 뽑은 민주당의 ‘주장’이다.

△신문사 참여로 여론 독과점?
△MBC가 재벌의 먹잇감?
△‘땡박 뉴스’ 등장한다?
△지역언론 위기 부르나?
△미국선 신방겸영 금지?

정말 젓가락 두 짝을 보듯 똑 같은 모양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 신문이 반박하는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더 똑같다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그렇다면 그 내용은 얼마나 똑같을까?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중앙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통과된 법에 따르면 신문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고작 10%만 가질 수 있다. 신문이 지상파 방송을 겸영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오히려 ‘지상파 3사 독과점’ 체제가 더 공고해졌다”고 전했다. 그리고 서울대 윤석민(언론정보학)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지상파 방송은 이중 삼중의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셈인데 신문을 상대로 여론 독과점 주장을 한다면 선동에 가까운 얘기”라고 주장했다.

동아도 “미디어관계법은 기업과 신문이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현존하는 ‘지상파 3사 독과점 체제’를 인정하는 결과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이것은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송시장에서 독과점을 이루고 있다는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중앙 기사와 같이 ‘윤석민’ 교수가 등장한다.

MBC 민영화에 대한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내용이 같다. 중앙은 “MBC나 KBS2의 인위적 민영화는 절대로 없다”고 누차 강조했던 것이 현 정부라고 소개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MBC의 민영화 여부는 70% 지분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누차 강조했으며, 신문과 대기업이 MBC와 KBS2를 소유할 수도, 경영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직원들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라는 말을 그대로 따왔다.

민주당은 선전전을 하면서 미디어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땡박뉴스’가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강원대 정윤식(신문방송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률인데 땡박뉴스를 하면 누가 보겠느냐”며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실었다.

동아일보도 “5공 시절 ‘땡전 뉴스’를 내보낸 곳은 정부에 의해 장악된 지상파들”이었다면서 뭉뚱그려진 ‘언론학자들은’이란 표현을 통해 “방송 뉴스의 일방적 정부 찬양은 시청률 감소로 이어져 방송의 영향력 쇠퇴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내용이 같다.

또한 민주당은 이들이 말하는 대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지역 언론은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 한나라당 측 주장에 무게를 실어 “지역 언론을 지금처럼 놔두면 고사하니 자본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하자는 의미에서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도 역시 ‘그러나’라고 덧붙여 “지역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SO)가 서로 지분(최대 지분 33%)을 투자하고 협력해 해당 지역의 유료방송과 초고속통신망 사업 등을 통해 수익모델을 창출할 기회도 제공한다”고 지역 언론을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을 추켜세운다.

그러나 다른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시간차

정말 똑같지 않은가. 물론 주제가 같으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그 정도가 절묘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중앙과 동아 신문에 실린 날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중앙일보 기사는 8월 4일자에 실렸고 동아일보는 오늘 10일자 신문에 실렸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뭘까?

언론계에서 통용되는 은어 증 ‘우라까이’라는 말이 있다. 쉽게 풀이하면 “남의 기사를 베껴 쓴다”는 의미다. 과연 동아일보는 진실로 중앙일보 기사를 우라까이한 것일까? 물론 동아도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을 텐데 중앙일보가 한 주 전에 쓴 기사를 ‘우라까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동아는 중앙일보와는 다르게 민주당의 주장을 한 가지 더 덧붙여 비판하고 나섰다.

그 내용은 민주당이 “미국은 1975년 이후 동일미디어 시장에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있다. 2007년 12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는 겸영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2008년 5월 미 의회 상원에서 부결돼 무효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동아는 “그러나 미국의 경우 동일지역에서 금지 대상은 지상파뿐이며 신문과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채널은 겸영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누락해 마치 모든 종류의 방송과 신문 겸영이 동일지역 내에서 금지된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것보라. ‘우라까이’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옛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는지. 그 석연치 않음.

중앙과 동아의 조급함 이렇게 드러나나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의 반박하는 내용이 참으로 지엽적이라는 것이다.

오늘 10일자 <한겨레>는 “지상파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상호출자 범위를 33%까지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초안이, 대기업과 신문이 지상파 지분을 3분의 1까지 보유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와 관련해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시행령은 신문·대기업이 사모펀드 등의 우호지분을 통한 방식으로 종합유선방송사(SO)를 인수한 뒤, 이를 통해 지상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며 “시행령은 미디어 독과점을 정책적으로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우회적인 전략을 사용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오늘 8월 10일 한겨레 1면 기사
또한, MBC민영화 역시 정부는 지금까지 “하지 않겠다”고 확답한 바 없다. MBC의 70% 지분을 가진 방문진의 의지라고 하면서 그 방문진을 친 정부 이사로 구성해 놓은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이다.

‘땡박뉴스’ 역시 8시 혹은 9시 뉴스 시작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은…”이라고 시작하는 뉴스는 단연코 “없다”. 다만 오늘날 각 방송사 뉴스 중간에 비평이나 해석 없이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무엇을 했다”는 ‘일기’식 기사들이 눈에 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놓고 ‘땡박뉴스’를 하는 것이 아니고, 점점 고도화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뜻이다. 조중동이 방송에서 뉴스를 하게 된다면 어떤 뉴스들로 채워질까? 가늠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지금 나오는 조중동 기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은 명확한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민주당이 ‘반서민’ 방송이 될 것이라고 한 점이 무엇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인지.

지역 언론 역시나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가는 순간, 그 기업의 영향을 받는 보도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문제다.

동아일보가 지적한 미국의 사례 역시 서로 다른 언론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 비교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동일 미디어 시장’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며 “동일지역에서 금지 대상은 지상파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케이블TV과 유료방송 채널을 통해 지상파에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구조가 “있다”.

이를 정리하면, 중앙과 동아는 7월 22일 날치기된 미디어법의 빠른 시행에 드라이브를 걸고 싶었던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는지. 그렇다면 이를 또 정리하자면 그 조급함으로 인해 지엽적인 내용으로 권모술수를 부린 중앙일보를 우라까이한 동아일보가 되는 것일까?(물론 정말 ‘우라까이’한 것이라면….)

그렇게 8월 10일 오늘 동아일보에 ‘중앙일보’ 기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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