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사적인 이메일을 공개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 18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MBC 김은희 작가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 와중에 김은희 작가는 지난 24일 MBC 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메일 문구,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직접 반박에 나섰다. 감 작가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생명줄을 끊어놓기 위해’ ‘적개심을 가지고’ ‘광적으로’ 광우병 방송을 만들었다”는 이 문구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그에 필요한 메일 문장들을 골라 공개했나 보다“며 “그러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검찰의 공개한 메일이 짜깁기 논란으로 옮겨지게 됐다.

‘공개된 메일 문구,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장문의 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무래도 홍○○ 의원과 노 ○○ 의원의 이름이 메일을 통해 공개된 것에 대한 김 작가의 입장이다.

“검찰이 발췌해 공개한 문장만으론 제 메일에 왜 갑자기 홍○○이 등장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당시 저는 PD수첩과 동시에 MBC스페셜도 맡고 있었습니다. 해당 메일의 전문을 보면 인물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디와 겪은 갈등을 설명하면서 홍○○이 등장합니다”(‘공개된 메일 문구, 진실은 이렇습니다’ 중)

분명히 하건대, 검찰의 수사대상은 명확하게 <PD수첩>이다. 그런데 이메일 내용을 보면 수사하고 있는 방영분과 상관없다는 것을 알았을 검찰이 실명을 공개한 것이다. 이것은 검찰에서 “왜곡 방송 의도를 추측할 수 있는 자료”라며 ‘이메일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댔던 것과도 분명 맞지 않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굳이 실명을 공개했을까?

김 작가는 “검찰은 저의 정치적 성향을 부각시키기 위해 광우병 방송과 전혀 무관한 인물 내용까지 공개했다”고 이야기했다. 옳은 지적이다. 검찰이 공개한 이메일에는 김 작가가 지난 총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전부다. 그것으로 김 작가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인물로, 보수단체들에게는 그야말로 ‘좌빨’이란 낙인이 찍힌 것이다.

이런 사고는 그런 성향의 작가가 만든 프로그램이 ‘오죽하겠나’라는 비논리적 비약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김 작가도 문제삼아 고소한 조선일보의 “PD수첩 작가, ‘MB에 대한 적개심으로 광적으로 했다’”는 사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보수단체들도 ‘조작방송’이라며 MBC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 뒤에는 수사와 관련 없는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검찰이 있었다.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검찰의 행보가 진정 수상하다는 거다.

비교할 걸 하라 ‘미디어워치’, ‘조선닷컴’

그런데 오늘 재밌는 기사가 떴다. <조선닷컴>에 “이메일 공개, 신영철은 되고 ‘PD 수첩’은 안 된다”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 또한 ‘이중잣대’의 문제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그 대상이 ‘좌파언론’이다.

▲ 조선닷컴에 올라온 '이메일 공개, 신영철은 되고 'PD수첩'은 안된다' 기사ⓒ조선닷컴
기사에서는 “신영철 대법관의 이메일을 공개했던 일부 언론이 MBC 김은희 작가의 메일 공개는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등 이중잣대를 적용한다고 미디어워치가 25일(7월 1일자) 보도했다”고 전했다. 미디어워치는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헌 공동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신영철 대법관의 이메일이 KBS에 의해 공개됐을 때 KBS를 비판하던 언론이 있었던가”라며 “검찰이 정당한 증거로 입수한 이메일을 공개한 것이 부당하다면, 비공식적으로 입수한 신영철 대법관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이 더 부당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참으로 황당한 기사가 아닐 수 없다.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에서의 이메일 공개와 신영철 대법관 사건의 이메일 공개를 같은 선상에 놓다니 ‘미디어워치’의 그 용기가 대단할 뿐이다. 그걸 또 받아쓴 조선닷컴도.

당연한 말 하려니 민망하지만 한 마디 하련다.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왜곡방송을 했는가 아닌가’에 있었다. 그러나 신영철 대법관은 ‘이메일 내용이 재판에 개입한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때문에 이메일 공개라고 해서 다 같은 선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김 작가의 이메일은 사적인 것이었고, 신 대법관의 이미엘은 공문서나 다름없는 이메일이었다. 알겠는가.

이중잣대란 바로 이것이다

김 작가는 ‘공개된 메일 문구, 진실은 이렇습니다’ 글에서 “그 사안은 결과적으로 방송 아이템으로 채택되지도 않았습니다”라고 밝혔다. <MBC스페셜>에서 준비됐던 기획은 방영되지 못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전파를 타지 못한 것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실패한 로비. 그것은 바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다.

▲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여의도통신
박연차 회장은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화를 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결국 세무조사가 이뤄져 박연차 회장의 로비는 ‘실패한 로비’라며 이상득 의원에 대한 소환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이러한 검찰의 발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편파수사라는 논란을 낳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묻히게 되어 버렸다.

그랬던 검찰이었다.

그런데 <PD수첩>의 김 작가의 메일을 공개하면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것도 결코 수사와 관련도 없는 이메일을, 또한 ‘실패한’ 기획으로 방영조차 되지 않았던 사적 이메일 내용을 말이다. 이것이야 말로 검찰의 이중잣대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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