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내 귀에 도청장치’ 사건을 알고 있나? 1988년 8월 MBC에서 발생한 황당한 사건으로 뉴스 도중 스튜디오에 잠입한 한 사람은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귓속에 도청장치가 들어있습니다”라고. 물론 뉴스는 중단됐다. 이른바 ‘내 귀에 도청장치’로 통용되는 이 사건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버렸지만 아직 언론계에서 발생했던 황당한 사건을 꼽으라고 하면 늘 회자되곤 한다.

그러나 이 황당한 사건이 이제는 ‘황당’이 아닌 ‘실제’사건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개정이 있다.

▲ 4월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국정원을 위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시도 중단하라!' 기자회견ⓒ나난
통비법은 국민의 ‘통신비밀’을 보호해야 하는 취지의 법이건만 애초 국민들의 기본권을 크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그야말로 말이 많은 법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휴대폰’과 ‘인터넷’ 감청을 확대를 포함하는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의 통비법 개정안이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확률이 높다는 데에 있다. 휴대폰 감청이 가능하고, GPS를 통한 위치정보가 결합된다면 그야 말로 ‘내 귀에 도청장치’와 무엇이 다를까.

실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이한성 의원 통비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안보 및 범죄수사 등 공공의 안전을 위한 감청은 허용될 수 있으나, 이는 최후적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그 내용과 절차에 엄격한 사전·사후적 통제장치를 마련하여 국민의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률안의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 관련 조항에 대한 수정·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 역시 국가인권위 결정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통비법 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 문화연대, 언론사유화저지및미디어공공성확대를위한사회행동(미디어행동), 올바른과거청산을위한범국민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이 모여 ‘내 폰에 도청장치’, “문자도 국정원이 몰래 봅니다”라며 ‘통신비밀보호법 개악 반대 집중행동 주간’을 선포하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행동에 앞서 “우리 사회는 무한권력 무소불위 국정원의 재탄생을 목전에 둔 위기에 처해 있다”며 “통비법이 개악된다면 통신 감청은 국정원의 손발로써 국민에 대한 전체주의적 감시통제 도구로 기능할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통비법’ 개악 반대 투쟁은 특별하게, 그러나 쉽게. “참 쉽죠잉….”

“여기 통비법 반대하시는 분 안계세요? 이제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스텝1. 컬러링을 내 맘대로 바꾸라~ 따단 : 이제 ‘행동’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자. 휴대폰 감청을 늘린다고 한다면 그 행동은 휴대폰에서부터 시작하라.

이들 단체는 핸드폰 인사말에 통비법 개정안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삽입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물론 기간은 통비법 개정안 폐기시점까지다. 이들은 “이 전화는 국정원에 의해 도청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통비법이 통과되면 우리의 통화는 국정원이 듣게 됩니다”, “휴대폰, 더 이상 도청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등을 예로 들었다.

▲ '통비법 개악 반대 집중행동 주간' 내용이 들어있는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물론 ‘사이버통제법에서 사이버인권법으로’ 홈페이지(http://nocensor.org)에 SK텔레콤과 LG텔레콤, KTF 등 통신사별로 메시지를 삽입할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저는 SK텔레콤을 이용하고 있어서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로 ARS(1536)에 전화를 걸어 ‘컬러링플러스’에 가입하고, 원하는 문구를 적어 ‘*3333’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해보니 이런 음성이 나오더군요. ‘내 핸드폰의 도청장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에 반대합니다. 비비디바비디부’”

“참 쉽죠잉~~!”

그때 월정액 900원이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핸드폰을 통한 감청이 가능해지면 ‘나’의 사생활이 침해되는데 900원이 아까울까. 아깝게 생각하지 말자.

◇ 스텝2. 행운의 문자·행운의 편지를 보내라~ 따단 : 통비법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그들에게 행운의 문자, 행운의 편지를 보내라.

이들은 행운의 문자와 행운의 편지의 예를 제시했다. 행운의 문자는 ‘문자도 국정원이 몰래 봅니다. 국정원 악법을 막기 위한 작은 실천’, ‘대한민국은 감청공화국-통비법개악 반대해요’, ‘낮말은 MB가 듣고 밤말은 국정원이 듣고, 국정원 몰래 듣기 반대해요’ 등이다.

“저도 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예시대로 행운의 문자를 보내봤습니다. 문구는 ‘낮말은 MB가 듣고 밤말은 국정원이 듣고. 통신비밀보호법을 반대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답문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연락이나 해라’라고”

“여튼, 이것도 참 쉽죠잉~~!”

또한 “이 편지는 대한민국에서 시작되어 받는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고”로 시작되는 행운의 편지는 “이런 요상한 편지보다 더 말이 안 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에 반대해주세요. 우연한 행운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온전한 자유를 - 표현하는 삶을 위해서!”라고 끝맺고 있다.

◇ 스텝3. 목요일엔 색안경을 끼어라~ 따단 : 목요일엔 빨간장미? 목요일엔 색안경을 끼어라! 이제 직접 거리로 나가자. 조금 더 행동의 수위를 높여라.

이들 단위는 목요일 ‘행동’ 방안으로 “색안경을 착용하고 통비법 개악 반대와 국정원의 전방위적 감시에 반대하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사진을 블로그와 법사위원 홈페이지, 각 공동체 게시판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또한 23일(목) 오후 2시 탑골공원에서 진행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에 반대한다’ 집회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저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로 색안경을 끼고 사진을 찍어서 꼭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도 참 쉬겠죠잉~?”

◇스텝4. 금요일엔 학습을 하라~ 따단 : 이제 그 내용과 향후 방법에 대해 궁금하다고요? 그렇다면 학습을 하라.

오는 24일(금) 오후1시 30분 서울대 법과대학 17동 6층 서암홀에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주최로 ‘테러방지와 인권보호의 조화’라는 토론회가 열린다.

이 토론회 첫 번째 주제는 ‘통신의 비밀과 국가안보’로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가 발제를, 두 번째 주제는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로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통비법 개정 “국가한번 믿어봐”?

통비법 개정으로 당신의 핸드폰뿐 아니라, 인터넷 전화, 메신저, P2P 등 모든 통신 매체에 대한 감청이 실시되고, 그 기록이 의무적으로 보관될 처지에 놓였다.

또한 수사기관 특히 국정원이 폭넓은 감청을 가능케 하는 것이 개정안에 포함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말에 “국가를 못 믿는 거냐”라고 묻는다. 현재 감청 건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2008년 감청 건수 국정원 비율은 98.5%를 차지했다.

그래서 묻는 거다. “그런 국가를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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