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장애인 비율이 얼마나 될까? 인구수로 400만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따져보면 10명 중 1명은 장애인이란 말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장애인은 얼마나 ‘오늘’을 함께 살아가고 있나?

▲ 4월 20일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오늘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런데 어째 어제 오늘 언론매체에서는 장애인의 ‘삶’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에 더 집착하는 것 같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홀트일산요양원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의 ‘똑바로 걷고 싶어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의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물론 “여러분들을 위로하려 왔는데 우리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는 감동의 말까지 남겼다고 하니 이 어찌 뉴스가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마는, 씁쓸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감상에 빠져 눈물을 흘렸던 그 순간에도 한국사회의 장애인들은 한 사회의 주체가 되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데에 있다.

오늘 경향신문 10면에는 “장애인 59만명이 ‘절대 빈곤’, 장애급여는 OECD 30분의 1”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감이 온다. 경향은 “전체 장애인 28.1%가 생계를 꾸리기조차 힘겨운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라며 이는 비장애인의 절대빈곤률(7.3%)보다 4배가량 높다“고 전했다.

▲ 4월 20일 경향신문 10면 기사
장애인들의 생계난은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 경향은 “장애인 가구의 소득보전을 위한 정부 보조금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며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국민연금의 장애인 가입률이 66%가량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고, 정부는 장애인 고용률을 3%로 하고 있지만 민간분야에서는 2%, 공공분야에서는 이보다 더 낮아 1.76%이라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에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공공부문에서 장애인의무고용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 장애인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던 공약은 공염불이 됐다”고 비판했다.

곽정숙 의원은 “핵심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은 1.7%, 입법부는 1.02%, 사법부는 1.71%로 법적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2% 벽이 무너졌다”고 꼬집었다. 꼴찌를 차지한 외교통상부의 경우 0.65%만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고, 2012년에 가도 1.45%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릴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하는 수치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권은 장애인의 ‘인권’과 관련해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와 얽혀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장애인들과의 마주침은 ‘잘못된 만남’

◇행안부의 국가인권위 축소 : 이명박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에 누구보다 강력하게 반대했던 이들은 바로 장애인들이었다.

▲ 4월 1일 한겨레 사설
행정안전부는 국가인권위의 조직 30% 축소안을 발표했다. 2008년 3월 장애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장애인 차별에 대한 진정이 늘었다고 한다. 지난 11일에 있었던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주년 평가 및 향후 추진방향 토론회’에서 조형석 인권위 장애차별팀장은 “장차법 시행 이후로는 61%로 크게 늘어, 장차법이 시행된 지 9개월 동안 접수된 장애 차별 진정 사건이 2001년 이후 6년여 동안 접수된 사건수를 초과했고, 장차법 시행 이전 월평균 9건이었던 진정이 법 시행 이후 월평균 75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런 와중에 인권위 축소 결정은 ‘인권’의 모든 영역은 물론 ‘장애인’ 인권 역시도 후퇴를 부를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국가경쟁력위원회의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 규제일몰제 적용 : 또 그 전에 이명박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에 대한 규제일몰제 적용으로 장애인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규제일몰제란 “새로 신설되는 모든 규제에 기한을 정하고 기한이 끝나면 자동으로 규제가 폐기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는 이 규제일몰제에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정보통신·의사소통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3항 “「방송법」에 따라 방송물을 송출하는 방송사업자 등은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제작물 또는 서비스를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자막, 수화, 점자 및 점자 변환, 보청기기, 큰 문자, 화면읽기·해설·확대프로그램,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음성서비스, 전화 등 통신 중계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를 규제일몰제에 포함했었다.

국가경쟁력위원회는 장애인들이 혹한 속에 항의농성을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결국 이 조항을 규제일몰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지만, 이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준 사건이었다. 방송접근권은 보편서비스다. 그것은 시·청각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국가인권위원으로 김양원 목사 위촉 : 또 그 이전에 이명박 정부는 국가인권위원으로 김양원 목사를 위촉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청와대가 위촉한 김양원 목사가 설립한 복지재단은 정부보조금을 횡령, 감사원 고발, 장애인 인권 유린 등으로 인권활동가들의 반발을 일으켰었다. 특히 김양원 목사가 설립자로 있는 산하 시설은 결혼을 하려는 장애인 부부에게 불임수술을 강요했을 뿐만 아니라, 불임수술에 실패해 임신이 되자 낙태를 종용해 인권침해 가해자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인권활동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양원 목사는 국가인권위원으로 임명됐다.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한 자가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방송통신위원회 IPTV 장애인 시청접근권 어떻게 되고 있나요? :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빅뱅’이라며 방송통신융합, IPTV에 크나큰 희망을 걸어왔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외롭게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들의 IPTV시청권이 그 문제의 핵심이었다. 장애인들이 데이터방송 등의 부가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방송통신융합 환경에서도 소외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TV의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형태의 방송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장애인들은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다른 부처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소외계층의 방송접근권을 위해 일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에까지 장애인들의 투쟁이 필요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 보건복지가족부의 장애인권익증진과(科) 축소 방안? :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어이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장애인들의 반대에서 불구하고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권익증진과(科) 축소 방안이 ‘장애인의 날’ 바로 다음 날인 4월 21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에 있다.

2009년 4월 20일 장애인은 오늘도 투쟁한다

2009년 4월 29일 ‘장애인의 날’에는 비가 내렸지만, 장애인들의 투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다. ‘장애차별 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말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오늘 오후 대학로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9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탈시설-주거권 전면 보장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장애인연금 도입 ▲활동보조 권리 보장 ▲장애인차별금지법 무력화 시도 중단 ▲장애인 노동권 보장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개정 ▲장애인교육법 실효성 확보 ▲장애인에 대한 의료정책 개선 등이다.

지난 2008년 4월 20일 이들의 10대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장애인연금제 도입 ▲장애인 가족 지원정책 마련 ▲활동보조권리 보장 ▲장애인 주거권 보장 ▲장애인 노동권 보장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성(性)인지적 관점의 장애여성정책 시행 ▲장애인의 방송통신 접근권 보장 ▲난치병 장애인 권리보장 특별법 제정 ▲보조기기 지원정책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가.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되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삶이다.

“장애는 단지 불편한 것이다”라는 말이 진정 ‘보편화’되는 사회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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