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건만 세계적 경제위기가 깊어지면서 실업한파가 매섭다.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자영업자의 휴-폐업이 잇따른다. 청년실업자는 넘쳐나고 임금삭감이 유행병처럼 번진다. 돈 나올 구멍은 없는데 물가는 치솟기만 하고 늘어나느니 빚뿐이다. 그런데 성층권에서 들려오는 억, 억, 억… 돈벼락 치는 소리에 억장이 무너진다. 노무현 일가와 함께 신·구정권의 실세들이 돈다발을 부지런히 챙긴 모양이다. 경제위기와는 딴판으로 많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억 단위로 늘어났단다.

정부통계만 보더라도 국민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만하다. 밑천도 기술도 별로 없다보니 식구끼리 먹고 살려고 가게를 차린다. 그 자영업자들이 경제위기로 직격탄을 맞아 지난 1월 현재 558만7000명으로 두 달 새 무려 41만6000명이나 줄었다. 2월에도 또 25만6000명이 문을 닫았다. 그곳을 일터로 삼던 이들도 거리로 내몰렸다. 1, 2월 두 달 동안 임시직이 작년 그 때에 비해 32만6000명이 줄었다. 일용직도 건설업 불황으로 인해 작년에 비해 1월 18만3000명, 2월 8만1000명이 감소했다.

▲ 4월 16일자 경향신문 15면 기사.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30대 고용률이 70.7%로 통계작성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경제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젊은 여성노동자들이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2월 30대 취업자가 작년 동기에 비해 16만7000명이 줄었는데 그 중 여성이 15만7000명이다. 주로 자영업,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 중소제조업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여기에 20대 취업자수를 합치면 1월 31만2000명, 2월 33만8000명이 줄었다. 봄 학기 대학졸업생 56만명이 쏟아졌다. 아버지도 아들딸도 실업자인 가정이 늘어날 판이다. 혼기를 맞거나 막 가정을 꾸린 20, 30대 취업자의 급속한 감소는 사회불안 요인으로 잠재한다.

지난 2월 실업률은 3.9%이다. 그러나 실질실업률은 이보다 4배 가까운 15.1%에 이른다. 할 일이 없는 사람, 직장을 찾는 사람, 구직을 단념한 사람, 노동시간이 주 18시간이 안 되는 불완전 취업자를 포함한 실질실업자가 358만4000명에 달하는 것이다. 이것은 작년 10월의 282만5000명에 비해 넉 달 새 75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로 가면 몇 달 내로 실업자가 400만명을 넘어설 듯하다. 실업자가 늘자 지난해 무직가구 비율이 16.7%로 올라섰다. 2007년 무직 가구 수는 208만3000 가구였는데 지난해는 214만 가구로 늘어난 것이다. 여섯 집에 한 집 꼴로 생활비를 못 번다는 소리다.

일자리를 지키더라도 임금을 삭감해 수입이 줄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체불임금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임금체불 노동자가 4만21666명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69.4%나 증가했다. 그런데 장바구니 물가는 가파르게 뛰어 적자가계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식료품, 음료 물가는 작년 동기에 비해 12.0%나 올랐다. 가계부채가 늘 수밖에 없다. 지난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합친 가계부채가 688조246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7조5677억원이나 늘었다. 가구당 4128만원 꼴이다. 기준금리가 2%로 내려갔는데 대출 금리는 꿈쩍도 않는다.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높게 붙이기 때문이다. 연체 금리는 시중은행이 20%, 저축은행이 40%선으로 살인적이다. 일자리는 없어지고 빚만 늘어나니 무섭기만 하다.

제조업 가동률이 지난 1월 61.5%로 1980년 9월의 61.2%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환란사태가 정점에 달했던 1998년 7월에도 이보다 높아 63.9%였다. 지난 3월 수출이 283억7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21.2%나 줄었다. 원화가치 하락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수출시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수입이 237억6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보다 36.0%나 감소했다. 고환율, 소비부진보다도 수출용원자재 수입이 격감한 탓이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수출 감소세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노무현 후원자라는 사람이 억대를 푼돈으로 아는지, 신·구정권의 실세들에게 마구 뿌린 모양이다. 돈 받으면 패가망신시킨다고 흰소리 치던 노무현 일가도 돈 잔치로 흥겨웠던 모양이다. 아파트값, 땅값이 떨어지고 주식도 펀드도 깨졌다는데 고위공직자들은 돈 버는 신통력이 있나 보다. 재산공개대상자 2234명중에 60% 가량이 재산이 늘었단다. 눈물도 마른 절망의 시대에 돈가뭄과 돈벼락이 그리는 희비쌍곡선이 많은 국민들에게 절망감과 박탈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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