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가 28일 첫 상임위 회의를 개최하고 소관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20년 넘게 ‘언론운동’에 매진해왔고 국회로 자리를 옮겨 미디어공공성 확보를 위해 일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당선됐지만 전문성과 상관없는 외교통일위원회에 배정을 받고 농성 중이기 때문이다.

언론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을 비롯한 언론 현업인 단체들은 추혜선 의원의 미방위 재배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국회는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미방위 정수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새누리당은 묵묵부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환경노동위원회 비교섭단체 정수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실현되진 못했다. 추혜선 의원은 현재 미방위 소속 다른 의원들과의 ‘사보임’ 절차를 통해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원내지도부 역시 이번 사태를 해결할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추혜선 의원의 농성은 14일을 넘기며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미디어스는 27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추혜선 의원을 찾았다. 미방위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는 소식에 그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추혜선 의원은 “미방위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상임위 배정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기다릴 것”이라고 답했다.

6월 27일 농성 14일차인 정의당 추혜선 의원을 만났다ⓒ미디어스

추혜선 의원은 ‘미방위 배정 가능성’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 지도부들 간 논의가 되고 있고 정의당 원내지도부에서도 애쓰고 있는 것으로만 안다. 그 사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는지는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가능성과 경우의 수를 두고 생각하고 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보좌진 구성’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대를 놓을 수 없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추혜선 의원은 4·13총선에서 ‘당선확정’ 이후 꾸준히 미디어 관련 법안을 준비해왔다. 그런 점에서 20대 개원과 동시에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난항에 부딪힌 상황이다.

추혜선 의원은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19대에서 정치적 구도 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해 야당 공조를 통해 반드시 조기에 바로잡아야겠다는 결의를 했었다”며 “또, 한 가지는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통신비 인하를 이룰 수 있는 공공법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현재 <단말기유통법> 등 사업자 논리로 흐르는 부분에 있어서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혜선 의원실에서는 관련 법안들의 발의를 이미 준비를 마친 상황이지만 상임위 배정 문제가 꼬이면서 법안들 역시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사들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영언론 지배구조개선’에 대해 추혜선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어렵다’, ‘실현가능성이 낮다’라는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19대 국회에서 ‘쪽수가 부족해서’라는 변명이 많았다. 그래서 국민들이 여소야대라는 정치환경을 열어준 것이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야3당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공고한 연대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어렵다’고 미리 예단한 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추혜선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은 미디어악법 투쟁 당시에 누구보다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대했던 분”이라면서 “언론인들의 염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전 국민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필리버스터를 새누리당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막겠다’며 밤샘으로 하는 꼴을 한 번 보고 싶다”고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공영방송 지배구도 개선은 국민들이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야3당이 합의만 한다면 직권상정도 가능한 게 아니냐는 그런 주장이다.

한편, 이날 추혜선 의원 농성장에는 별정우체국중앙회 윤민수 회장이 지지방문을 왔다. 그는 “국회에서 소수정당이라도 무시하지 않고 배려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국회에서 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누가 약자를 배려하겠나. 추혜선 의원이 20년 동안 언론운동 했던 전문성을 살리는 영역에서 의정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아래는 추혜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언론, 전문영역에서 일하는 국회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디어스 권순택 기자(이하 미디어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상임위 활동이 내일(28일)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하진 않을 것 같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하 추혜선) : 미방위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원만하게 해결되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각 당 원내대표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중에 잘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 정세균 국회의장님께서도 ‘일하는 국회’를 천명한 만큼, 제가 제 전문영역에서 준비해온 만큼, 일하는 국회에 기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디어스 : 지난 24일 언론노조 주최로 개최된 공영언론 바로세우기콘서트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추혜선 의원 사태와 관련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이야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은 ‘사보임 할 의원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딴지일보 김어준 대표와 시사인 주진우 기자 또한 “추혜선 의원이 미방위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추혜선 :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양당 지도부 간 논의가 되고 있고 특히 우리 원내 지도부에서도 애쓰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 모든 가능성과 경우의 수를 두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다. 의원들 모두 개별 상임위에 맞춰 보좌진들을 구성했기 때문에 사보임을 해서 다른 상임위로 간다는 게 부담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놓을 수는 없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염원에 따라 언론의 정상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명을 가지고 국회에 들어왔고 그에 따른 대표성이 있기 때문에 쉽게 놓을 수 없는 거다.

미디어스 : ‘언론전문가’ 추혜선 의원이 외통위로 배정받았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소수성향의 언론매체들도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잘못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추혜선 : 언론을 감시했던 언론운동 출신이 국회에 입성해 관련 상임위로 가야한다는 건 상식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호응이 컸던 것 같다. 특히,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전문성이 먼 방식의 비상식적인 상임위 배정이 두드러지게 보였기 때문에 보수-진보 영역을 넘어 이구동성으로 제 문제를 바라봐준 게 아닌가 싶다. 국회가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맞춰 상임위 배정이 됐어야 하는데 역으로 가버린 상황이 아닌가. 국회의장과 각 당의 원내지도부는 개개인의 의원들의 이해관계보다 전문성을 우선해서 배려했어야 했고 이를 체크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것이 국민들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미디어스 : ‘언론전문가’로서 관련 법안들을 많이 준비했던 것으로 아는데, 소개해달라.

추혜선 :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추진하려 했던 법안이 2가지였다. 첫 번째는 19대 국회에서 정치적 구도 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20대에서 반드시 조기에 바로잡아야겠다는 게 그것이었다. 그를 위해 야3당이 공동으로 당론을 채택해 법안을 발의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고자 의지를 다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두 번째는 통신비 인하다. 이 또한 19대 국회 4년 내내 사회적 화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잘 풀리지 않은 문제다. 이 같은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구체적이고 실현시킬 수 있는 공공법안들을 빠르게 내놓고 싶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 나와 있는 상황이다. 이를 그대로 발의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상임위 배정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발의를 하면 법안이 힘을 안 받기 때문에 기다리는 중이다. 상임위 배정되면 곧바로 발의할 것이다.

미디어스 : 19대 국회 이야기가 나왔다. 무엇보다 19대 국회에서 비판이 컸던 대목은 ‘철학의 부재’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다보니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렸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추혜선 : 18대 대선을 준비하면서 언론개혁시민연대에 있으며 미디어생태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입법안들을 대규모로 세워뒀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19대 국회 또한 여대야소로 구성되면서 해당 입법안 중 단 한 가지도 실현이 안됐다. 그러면서, 국회는 사업자 프레임에 갇혀 논의가 진행되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단통법 또한 ‘통신비 인하’를 위한 것으로 설계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안정화’ 차원으로 축소된 측면이 크다. 이 같은 프레임을 공공성 기반으로 바꿔놓고 싶다. 그런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만 사업자간 갈등 구조에서도 휘둘리지 않고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 그래야만 미방위가 ‘19대 국회에서 가장 무기력했던 상임위’라는 딱지를 뗄 수 있을 것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어렵다'는 말은 국민에 대한 예의 아냐"

미디어스 : 언론인들은 ‘독립성’ 확보를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도 개선을 누구보다 원하고 있다. 시민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야당 의원들 입에서 ‘한계가 있다’, ‘국회 선진화법이 이제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과 다름없다’는 등 부정적인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보는 시민들은 답답하다.

추혜선 : 녹록치 않은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제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적어도 20대 국회에서는 ‘어렵다’,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부정적인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19대 국회 당시 시민사회 영역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쪽수가 부족해서’, ‘힘이 부족해서’였다. 그런데, 민심이 새로운 정치환경을 열어주지 않았나. 그럼에도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야3당이 당론으로 채택할 만큼 굳은 의지를 가지고 목표를 세우고 법 개정을 견인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다. 지금은 ‘한계’를 이야기하기 전에 ‘각오’를 다질 때다. 물론,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변수가 있을 수 있고 새로운 전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야3당의 문제다. 국민들을 향해 ‘어렵고 힘들다’고 미리 말하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진영 반응에 먼저 주눅 들지 말아야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009년 미디어법 투쟁 당시 누구보다 강고하게 연대했던 분이다. 언론인들의 염원 또한 어떤 의원들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19대 국회 말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당시 전 국민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필리버스터가 있다. 이번에는 오히려 새누리당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막아야 한다’며 밤샘 필리버스터를 하고 그것이 국회TV를 통해 방송되는 꼴을 한번 보고 싶다. 먼저 ‘힘들다’는 부정적 전망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 의지가 있다면 충분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야3당이 공고한 의지를 가지고 계속 이야기를 하면 쟁점이 될 테고, 국민들도 응원할 것이다. 그렇게 팽팽히 맞서면 공고하던 반대편의 연대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하지 않겠나. 일을 하려면 길이 보이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변명이 먼저 보인다는 필리핀 속담이 있다.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길이 보인다는 건 상식이고 순리다.

미디어스 : 정의당 의원 한 명이 미방위에 들어간다고 해서 크게 바뀌겠냐는 주장도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반박을 한다면?

추혜선 : 맞다. 정의당이라는 작은 정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먼저 내세우진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 지배구도 개선은 내가 미방위로 가려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 어느 때보다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야3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국민들의 열망과 응원이 있고, 이 같은 야당의 연대 방침이 공고하다는 전제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공영방송 지배구도 개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20년 언론운동을 해왔고 정책부분에서 일해 왔던 전문성을 보탤 수 있지 않겠나.

"농성 길어질 수록 국회의장 미 원내지도부들도 부담…국민들에게는 송구하다"

미디어스 : 추혜선 의원이 미방위 배정을 받지 못한 비정상에 대해 공통적으로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태가 길어질수록 그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게 아닐까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추혜선 : 모든 일들이 정점을 지나면 관심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첫 농성자가 나왔고 그로 인해 크게 주목을 받았고 지금은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 부담이 된다. 그렇지만 그 부담은 나의 몫만은 아니다. 농성이 길어질수록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 당 원내지도부들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들에게는 송구하다. 일을 하게 해달라고 농성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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