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직권상정을 규탄하는 MBC의 총파업기사를 접하고 나니 마음이 더욱 심란하다. 현재의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방송 아니 언론의 기능이, 정체성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언론관계법이 통과될 경우 작년부터 계속 진행되어온 KBS, YTN, OBS 사태의 여파가 더욱 고착화되는 상황은 불 보듯 자명하다. 방송을 평가하는 잣대가 자본의 논리로 시작되고 끝나는 평가기준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사회의 공익성, 공공성을 유지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방송이 공익적 서비스보다는 소유구조로서, 수익구조모델로서만 사유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현재 방송언론에서 보여주고 있는 총체적 위기와 함께 ‘언론악법’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치명적 문제와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일 ‘MB정권 1년, 언론자유의 공황’이라는 주제로 대토론회가 열렸다.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 행동)’ 주최로 경향신문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권력의 지형이 자본 중심의 계급권력을 세우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과 함께 이 권력이 언론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조준상 공공미디어 연구소 소장은 대중의 불안심리와 카리스마에 대한 정서적 열망을 대외적으로 적을 찾아 그것을 매개로 제국주의로 전환시키는 고전적 파시즘의 특징이 현재의 상황에서 또 다른 형태로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정치권, 학계에서 끊임없이 ‘파시즘’이라는 단어를 통해 현 정권을 설명하고 있는 이유 역시 현 정부의 정치스타일이 ‘비민주적으로 계획하고 권위주의적으로 관철’시키는 상황들이 반복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광석 박사는 고전적 파시즘이라는 개념과 논리를 현재의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념적 세분화와 해석이 필요하며, 현실에 대한 이론적 적용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분석과정이 전제되어야 함을 제안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역시 파시즘의 목적은 자본을 권력화, 영속화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교육과 언론지형을 변화시키려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사회의 최전선에 있는 언론인들이 이를 놓치지 말고 철저히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촛불정국을 기점으로 공개적으로 전면화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 통신비밀보호법 등은 과거 노무현 정권에서 수행되었던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사유하고 비판해야 할 문제라는 연속성을 제언하기도 하였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서 전파되고 부유하는 말과 담론들에 대해 실망과 허망함, 냉소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저널리즘적 상황을 비판하면서 온전한 저널리즘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는 현 상황을 ‘공공성, 언론자유의 심각한 위기’라 명명하였다. 특히 국정원법 개정, 시위 집단 소송법 제정, 미네르바 구속, 용산사태를 ‘군포연쇄살인사건’수사로 덮어버리는 보도행태, 공적인 대담의 장에서 이 논의를 홍보하기 위해 과장과 의도성이 감지되는 학문적인 자료가 산업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캔두이즘’으로 문화산업의 성장을 꾀하는 데 활용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였다. 정부기관과 청와대가 만들어내는 각종 메시지와 담론들을 포함하는 일방통행식 언어들은 지배와 억압, 소통의 부재시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사회와 지식공동체가 암울하고 불온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자성, 개입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특히 언론이 하나의 사건을 덮어버리기 위해 다른 사건을 배치하는, 프레임이 프레임을 대체하는 ‘프레임 전쟁’과 같은 보도행태는 비판받아야 하며, 언론의 기능, 저널리즘적 기능의 회복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함을 제안하였다.

이재국 경향신문 미디어팀장은 위기의 언론을 이끌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하지 못하면 언론자유는 그야말로 공황상태를 벗지 못할 것이라며 학계 및 언론계의 철저한 반성을 요구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고재열 시사인 기자, 시민논객인 김지윤 고려대 학생 등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현재 언론 상황의 위기에 대해 모두 공감하였으며, 시민사회와 지식공동체의 개입과 연대를 통해 현재의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사회적 합의기구 제안에 입을 모았다.

결국 좌우를 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또한 침묵하는 지식공동체가 이제는 깨어나 MBC, YTN, OBS노조의 파업 등 방송종사자들만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지배와 억압을 개입과 연대로 돌릴 수 있는 매개체로써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문화연대는 문화권리 앞에서 예민하고 당당한, 당신의 불온한 상상력과 진보적 감수성을 위한 동반자이자 놀이터입니다. 국민 모두가 문화권리를 실현하고 문화민주주의가 확대되는 문화사회를, 문화연대는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억압이 아닌 자유’, ‘차별이 아닌 평등’, ‘경쟁이 아닌 평화’가 우리 삶에 보장되고, 문화를 둘러싼 사회적 공공성과 다양성이 확대되고 시민과 민중의 일상적 삶의 권리가 마침내 실현되는 그 순간을 위해 문화연대는 문화사회를 향한 무모한 도전과 발칙한 행동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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