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소비자주권연대(약칭 언소주) 유죄판결 기사에서 조중동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조중동 광고 중단 운동을 벌여온 언소주 회원들 24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활동에 대해 “정당한 소비자운동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압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광고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것이 왜 소비자 운동의 한계를 넘은 것인지, 또한 그렇다면 소비자 운동을 해당 대상에 대한 피해 없이 진행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재판부는 그러라고 했다. “언론을 상대로 하는 소비가 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라며.

이번 판결은 겉으로 언소주 카페 회원들과 해당 기업간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중동’이 있었다. 광고 중단 운동을 벌인 것은 ‘조중동’에 대한 압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조중동은 오늘 제대로 ‘오바’하고 계시다.

조중동, 기업·재판부가 하는 말 대신하는 것은 아닐까?

▲ 2월 20일 조선일보 10면 기사
◇ 조선일보는 기업입장 대변 : “광고주들 어떻게 협박당했나…‘끝없는 전화벨 욕설…생지옥이었다’”라며 언소주 활동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수화기를 들면 곧장 쏟아지는 욕설… 생지옥이 따로 없었죠. 작년 여름은 소름끼치는 악몽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보통 3~4분이면 끝날 상담 전화가 1시간을 넘기 일쑤였고, ‘어디 두고 보자’는 식의 협박을 받은 직원들은 공포감을 느꼈다”, “구독자의 80%를 차지하는 주요 언론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마케팅을 하지 말라는 말 아닌가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 작년 여름 같은 비이성적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위 말들은 조선일보에 실린 피해 기업 직원들의 말이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시라. 그 말이 꼭 피해 기업들이 하는 말처럼 들리는가?

◇ 중앙일보는 재판부의 말만 전달 : “광고주 압박 24명 모두 유죄”라며 재판부의 이야기만 전달했다.

“신문사가 광고주와 맺은 계약은 적법한 것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다만 피고인들이 ‘대부분 초범이고’, ‘광고주 불매운동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됐으며’, ‘촛불집회 당시 사회 분위기가 격앙됐던 점’ 등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선고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네티즌들도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면 결과에 수긍할 것”, “해외에서는 이런 식의 불매 운동을 한 사례가 없었다”

한마디로 “LA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야”다. 이 또한 잘 들여다보시라. 그 말이 꼭 재판부에서 하는 말처럼 들리는가?

▲ 2월 20일 중앙일보 2면 기사
◇ 동아일보는 언소주의 법정 소란을 중심으로 : “피고인-다음 ‘언소주’ 회원들 법정서 난동, 사진 찍고 경위와 몸싸움…재판부에 욕설”이라 했다.

“김씨의 동료는 법정 뒤쪽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수차례 터뜨렸고 법정은 한 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법정 내 사진 촬영이나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돼 있지만 김 씨는 ‘판사가 들어오기 전에는 사진 촬영은 괜찮다’며 방청객을 향해 고함을 쳤다”, “‘정치검찰 각성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쳐 법정은 마치 시위현장 같았다”, “판결문을 읽어나가자 한 방청객은 일어나 ‘사법부는 죽었다’고 고함을 질렀다”

동아일보는 언소주 회원들이 재판부에 욕설을 퍼부었다고 열을 내고 있다. 과연 그들이 진정 열을 낸 것은 왜였을까? 그 욕설들이 자신들에게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 동아일보는 도움상호인가? 재판부의 모욕까지 대신 느껴드립니다?

PD수첩 상대 손배청구 소송 기각한 주심 판사가 천정배 의원 딸이라는데 왜?

이번 사건을 접하니 얼마 전 시청자 2400여명이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기각됐던 사건이 떠오른다. 재판부는 “PD수첩이 다수의 시청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 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촛불시위를 유도했다는 증거도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엔 결코 논란의 지점이 없었다. 그러나 논란을 일으키고 싶었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있었다. 이 신문들은 이 사건의 주심판사가 천정배 민주당 의원 딸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논란이 불붙길 ‘희망’했다.

▲ 2월 18일 조선일보 10면 기사
이 판결이 있고 바로 다음날인 18일, 조선일보는 소송을 제기한 시청자 대변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 모임’의 말을 빌려 “천정배 의원 딸이 맡아 불공정 재판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법조계의 의견이라며 “부친인 천 의원이 지난해 5일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촛불시위 합법화를 위해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이 널리 알려진 만큼, 스스로 사건을 맡지 않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의 제목도 “‘광우병 PD수첩’ 손배소송 기각, 천정배 의원 딸이 주심판사 맡아”였다.

▲ 2월 19일 동아일보 30면 '횡성수설' 기사
동아일보 역시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보다 하루 늦은 19일 ‘횡설수설’이란 코너에서 시변에서 낸 재판부 기피 신청 기각에 대해 “아버지와 딸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아버지가 직접 관련된 사건이 아니므로 곧바로 재판의 공정성을 시비하기는 어렵다”는 재판부의 말을 전하며 “그러나 재판장이 주심을 두 명의 배석판사 중 다른 판사에게 맡겼거나 주심 스스로 사건을 회피했더라면 같은 결론이 나왔더라도 논란을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이라고, 말 그대로 횡성수설했다.

결국 두 신문의 논리는 판결이 어떻게 나왔던지 천정배 의원의 딸은 사건을 담당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모든 것들이 걸쳐 있으면 천정배 의원 딸은 어떤 사건을 맡을 수 있나. 대한민국 사람은 모두 한민족인데….

조중동 광고 중단 운동의 직접적 대상은 ‘조중동’

‘친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 과거시험에서 근친 간에는 서로 ‘시험에 관계되는 관원’과 ‘시험을 치르는 생도가’ 되는 것을 피하던 일을 지칭한다. 또한 ‘제척’이란 말도 있다. 이는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정한 사건의 당사자 또한 사건의 내용과 특수한 관계를 가진 법관 등을 그 직무의 집행에서 배제하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자기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신중히 다가가야 한다는 그 말이다.

조중동은 결국 천정배 의원 딸에게 이 ‘공정성’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따져보면 PD수첩을 상대로 시청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천정배 의원 그리고 더 나아가 그의 딸은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건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문하던 두 신문들. 이건 연좌제도 아니고, 그야말로 압도적 핏줄 이데올로기다. 그런 주장을 펼치는 조중동이 왜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돌아보지 않는 것일까.

이번 조중동 광고 중단 운동은 분명 ‘조중동’에 대한 불매운동의 2차적 행동이다. 그 중심에 바로 ‘조중동’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보도하는 조중동에게는 그야말로 ‘친피’한 ‘제척사유’에 해당한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는 차마 민망했던지, 업계 관계자들의 입을 빌리기는 했지만, 조중동이 오늘 한 얘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 작년 여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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