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이 한부모가정 조롱 개그로 논란의 대상이 된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 폐지를 촉구한 가운데, tvN 측이 해당 코너 폐지를 확정했다. 이혼가정 자녀에 대한 상처 뿐 아니라, 아동성추행 희화화까지 해당 코너 기획부터가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이 많았다. tvN<코미디빅리그> 제작진은 해당 코너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 윤정주)는 7일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의 폐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CJ E&M 측에 제작진 징계와 함께 문제발언을 반복하는 출연자에 대한 방송출연을 신중하게 결정해 달라는 항의공문을 보낸 상황이다. tvN <코미디빅리그>는 지난 3일 장동민과 조현민 등 “듣겠어. 쟤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 갈라섰는데”, “넌 얼마나 좋냐. 네 생일 때 선물을 (부모님)양쪽에서 받잖아. 재테크야”라는 개그를 선보였다가 한부모가정에 대한 조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관련기사 : 장동민 말대로 방송은 무서운 것이다)

4월 3일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힘' 코너 중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와 관련해 3가지 장면을 문제로 삼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동네 친구가 놀러와 장난감을 자랑하자 동민이(장동민)와 현민이(조현민)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장동민,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네”
조현민, “어허 듣겠어. 쟤 때문에 부모 갈라선 걸 동네사람이 다 아는데…애 들어요”
장동민, “너는 봐라 얼마나 좋냐. 네 생일 때 선물을 양쪽에서 받잖아. 이게 재테크야”

#2

동민이(장동민)와 현민이(조현민)의 할머니(황제성)가 등장을 합니다. 할머니는 동네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황제성, “근데 너는 엄마집으로 가냐, 아빠집으로 가냐. 아버지가 서울에서 다른 여자랑 두 집 살림 차렸다고 소문이 아주 흉흉하게 다 돌고 있어”
양배차, “할머니한테서는 이상한 냄새 나거든요”
황제성, “지그 애비 닮아서 여자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네”
황제성, “너 동생 생겼단다 서울에”

#3

또한 동민이(장동민)는 장난감을 살 돈을 모으기 위해 할머니에게 ‘고추’를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황제성, “내가 죽어야지 내가 늙고 힘들어서 죽어야지”
장동민, “…(할머니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여줌)”
황제성, “아이고 우리 동민이 장손 고추 한번 따먹어보자. 아이고 우리 장손 이제 할매 살겠다. 아이고 이제야 내가 숨통이 트이네”
장동민, “(울상을 지으며)한 번 까서 사람 한 명 살렸잖냐”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논란이 된 첫 번째 장면(#1)과 두 번째 장면(#2)과 관련해 “등장한 동네 친구는 이혼 가정의 자녀”라며 “동민이와 현민이는 ‘친구에게 너 때문에 부모가 이혼을 한 것이다’라는 등 이혼 가정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혼 가정 자녀가 듣기 부적절한 말들을 하는 것은 단순히 개그로 받아들이기 힘들 내용이다. 부모의 이혼을 이해하기 힘든 어린 자녀일수록 정서적인 안정과 심리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장면(#3)에 대해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아동 성추행을 희화화하는 장면”이라면서 “아동 성추행은 사소하거나 희화할 일이 아닌 명백함 성범죄임에도 제작진은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더욱 문제인 것은 tvN <코미디빅리그>가 녹화 방송임에도 이러한 내용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는 점이다. 이는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 사회적 약자와 성범죄에 대한 관점이 부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 코너는 기획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충청도의 힘’은 충청도 사람들의 고정관념적인 특징을 희화화하고 있다”며 “또, 코너에 등장하는 할머니 또한 냄새 나고,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등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는 <코미디빅리그> 전반에 걸친 문제다. 외모, 지역, 외국인, 노인, 여성 등에 대한 비하와 차별은 <코미디빅리그>에 자주 등장하는 개그의 소재로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와 희화화를 멈추고,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웃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변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사무국장은 장동민에 대한 동정여론에 대해 “한번 실수를 했던 사람들에게 대중이 관심 갖고 지켜보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문제는 그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중들이 장동민에만 가혹한 게 아니라, 조심 안하고 반복해서 시청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 훨씬 더 가혹한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나 지역 등을 개그의 소재로 사용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 내용이 사회적 세태에 대한 풍자가 아닌 비하와 희화화로만 드러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부모가정 권익단체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은 같은 날 한부모가정을 비하하는 개그를 한 혐의로 장동민 등 개그맨 3명과 tvN <코미디빅리그> 담당 박성재 PD와 tvN 김성수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tvN <코미디빅리그> 제작진은 “본 코너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해당 코너는 폐지하여 금주부터 방송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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