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문 본부장이 등장하는 ‘MBC녹취록’과 관련해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된 수순이었다. 특히, 고영주 이사장은 “앞으로 이런 안건(MBC녹취록 관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월권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는 7일 이사회를 열어 <백종문 녹취록 사건 진상 규명 및 백종문 본부장 출석의 건>(유기철·이완기·최강욱)과 관련해 다시 한 번 논쟁을 벌였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지난달 17일 백종문 본부장이 출석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점에서 방문진의 공식적 절차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면서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결국, 방문진은 공식적으로 MBC녹취록과 관련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면죄부를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VS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이다”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백종문 녹취록 사건 진상 규명 및 백종문 본부장 출석의 건>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진상규명하고 사과하고 처벌할 게 있으면 하는 것이다. 원칙대로 방문진에서 다뤄졌다면 다시 안건으로 제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미디어스

유기철 이사는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미 백종문 본부장이 출석하기도 전에 ‘술 마시고 한 헛소리’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공식 출석이 아니라 올 때 발언을 준 것이다. 이건 절차상의 문제다. 검찰이 피의자 조사할 때 ‘지나는 길에 들르세요’라고 면죄부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녹취록 피해자가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MBC 현황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쟁점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기철 이사는 백종문 본부장의 해명에 대해서도 “강변과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녹취내용에 대해 ‘직접적 증거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경력직 채용시 지역을 봤다는 녹취내용와 관련해서는 ‘전라도와 경상도, 서울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고 말했다. 소가 웃을 일”이라며 “뻔한 것을 가지고 거짓말로 둘러대면 상대방을 모욕하는 것이다. 백종문 본부장은 방문진을 뭘로 보고 이러냐. 자기 편이라고 감싸기만 할 게 아니다. 봐줄 건 봐주더라도 엄정히 해야할 부분은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시이사회를 잡고 백종문 본부장을 정식으로 출석시켜 진상규명에 있어서 미진했던 것을 마무리하고 빠른 시일 내 MBC녹취록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일사부재리다. 한번 논의한 것을 가지고 회기중 다시 논의하는 것은 회의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했던 얘기 또 하고,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인철 이사는 “절차상 하자라고 하는데, 전제가 잘못됐다”며 “지난번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가지고 논의하다가 고영주 이사장이 표결로 대립하지 말고 불러서 해명을 듣고 질문할 건 하자고 중재안을 냈다. 그래서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종문 본부장이 와서 보고하고 해명을 했다. 충분히 논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재논의해야할)사정변경이 없다고 보여진다”며 “마지막으로 백종문 본부장이 반성하지 않으니 자백 받아내겠다는 건데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수사기관도 아니고 전형적인 갑질이다. 그런 태도는 버려줬으면 좋겠다”고 훈계했다.

법인카드 사적사용이라면 회수 주장하던 여당 추천 이사들, “논의 끝났다”

논란은 계속됐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일사부재리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라며 “고영주 이사장님과 제가 일종의 타협안(중재안)을 냈던 것이고, 백종문 본부장이 오면 모욕하거나 거짓말 하는 걸 비호하지 않는다는 상호간의 존중하게 질의를 하자고 했던 것으로 종결된 게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사정변경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권혁철 이사 등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면 회수해야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백종문 본부장은 ‘업무상 간 자리는 맞지만 사적인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하는게 아니냐. 논의가 종결됐다고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강욱 이사는 “MBC녹취록 사태와 관련해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 MBC임원 되시는 분들에게도 용인되는 것 아니냐”며 “간부가 파이프라인이 되어 내부 정보를 유출하겠다고 했다. 또, 백종문 본부장은 청탁이 이뤄진 게 없다고 했지만, 박한명 폴리뷰 편집장은 MBC TV와 라디오에 출연했다. 이것이 청탁을 들어준 게 아니냐”고 따졌다.

야당추천 이완기 이사는 “백종문 본부장 질의과정에서 질의도중 ‘언제까지 할 거냐’, ‘질의시간을 독점하는 거냐’는 등 방해하지 않았느냐”며 “그래서 중간에 발언권을 넘기고 다음에 다시 질의기회를 받기로 했다. 이것이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런 혐의 없다고 결론 내리던지, 문제가 있으면 보직을 사퇴시키던지, 변경하던지 빨리 결정하자”고 촉구했다.

여당 추천 고영주 이사장은 “(소훈영 전 폴리뷰 기자가)녹음을 해서 비열한 짓을 했는데, 비리문제로 백종문 본부장을 추궁한다던지 문제제기를 한다던지 방법으로 방문진이 돕는 공범이 되고 싶지 않다”며 “비열한 행위에 효과를 보도록 하는 것은 제 소신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당 추천 유의선 이사는 “이 사건에 대한 시각과 해석, 판단이 다르다”며 “저희가 백종문 본부장을 무조건 보호하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 관련 자료 다 읽어보고 의혹제기가 충분하지만 구체적인 (확증이)미흡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다행히 백종문 본부장에 대한 고발이 들어갔으니, 수사결과가 나오면 존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재판결과가 나오는데 3년 정도 걸린다’라고 지적하자, 유의선 이사는 “조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여당 추천 권혁철 이사는 “진상규명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논의할 게 아니라 결정을 내버리자”고 주장했다. 그는 “백종문 본부장이 MBC녹취록 관련해 출석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그리고 다음에 또 논의하는 것도 찬성할 수 없다. 더 이상 녹취록 관련된 말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문진은 실랑이 끝에 백종문 본부장이 출석하면 ‘MBC녹취록’에 대해 재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고영주 이사장은 “앞으로 이 안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기철 이사는 “안건을 제출하면 안 받으실 것이냐. 안건을 제출한지 10일이 넘으면 자동 상정하게 돼 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한편, 야당 추천 이사들은 MBC 무단협 사태 및 언론노조 조능희 MBC본부장의 선도파업을 두고 “방문진에서 노사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고 쟁점을 확인, 해결방안을 찾아봐야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은 여당 추천 이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차후 회의에서 재논의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