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19대 총선 시기와 비교해 20대 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거나 불공정한 선거 관련 방송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방송심의위의 전체 심의건수로 따지면 2.5배 늘었다. 제재수위 또한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TV조선과 채널A의 ‘편파·왜곡’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다.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단일 프로그램은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였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최대권)는 4일 “3월말까지 방송사들이 법정제재 10건, 행정지도 37건, 문제없음 12건 등 총 59건의 의결을 했다”고 밝혔다. 19대 총선에서 같은 기간 의결 건수는 24건(법정제재 0건, 행정지도 19건, 문제없음 5건)으로 늘었다. 방송사 재허가시 감점요인이 되는 법정제재는 0건에서 10건으로 크게 늘었다.

선거방송심의위 3월 말까지 심의 결과 집계표(자료=선거방송심의위)

매체별로 보면 종편이 받은 제재 건수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4년 전 6건 제재 의결에서 4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체 제재 건수 중 67.6%를 기록한 것이다. 법정제재와 행정지도 건 수 또한 각각 5건(50%), 23건(60.5%)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종편사업자들 중에서는 TV조선과 채널A의 제재 비율이 눈에 띈다. 법정제재 5건 중 TV조선이 3건, 채널A가 2건(100%)을 기록했다. 행정지도 23건 중 TV조선이 12건, 채널A가 8건을 차지했다. 반면, MBN과 JTBC는 행정지도만 각각 2건과 1건을 기록했다.

지상파의 경우, 의결 건수는 4년 전과 같은 12건이었다. 그렇지만 제재수위는 종편과 마찬가지로 높아졌다. 19대 총선에서 행정지도 8건과 문제없음 4건이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법정제재 2건과 행정지도 10건의 제재를 받았다.

문제는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받은 제재 유형이다. 19대 총선에서는 <선거방송에 관한 특별규정> 제21조(후보자 출연 방송제한등)와 제18조(여론조사의 보도)에 대한 제재 건수가 1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단순한 실수에 의한 제재였던 셈이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는 동 규정 제4조(정치적 중립)과 제5조(공정성), 제8조(객관성) 위반이 많았다.

TV조선에서 법정제재를 받은 3건은 모두 <장성민의 시사탱크>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에서 진행자 장성민 씨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진로에 대해 한 패널이 ‘평소에 절친하게 지낸 김종인 위원장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 남을 것’이라고 설명하자 “30년의 연분을 따라 개인 정치를 한다는 건 저희들이 봤을 때 참 한심하다”고 언급했다.

또, 장성민 씨는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을 두고 “핵심 측근들 몇 명 데리고 (하는 정치는), 그건 ‘구정치’이고 ‘폐쇄정치’, ‘패거리 정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위원장의 국보위 참여 논란과 관련해서는 “혼이 없는 정치인들을 들어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발언해 낙선운동 논란을 자초했다. 또한 장성민 씨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선대위원장직을 맡은 것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정신이 썩은 것”이라는 폭언까지 했다.

발언 수위는 채널A <쾌도난마>도 만만찮다. 김홍걸 씨의 더불어민주당 합류와 관련해 대담을 나누며 “이희호 여사가 문재인 대표 등에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은 대표적이다. 패널로 출연한 윤영걸 씨는 “인륜, 천륜까지 어긋나는, 저열하고 수준 낮은 정치”라고 말을 보태기도 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이런 내용을 방송하면서 △최규선 게이트 유혹에 넘어간 ‘새장 속 황태자’, △김홍걸, 유학 중 최규선과 어울려 ‘호화생활’, △홍걸 씨, 한 달 평균 ‘6만 달러’ 생활비 의혹도 라는 등의 자막을 함께 내보냈다.

TV조선의 제재 건수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4일(어제) 선거방송심의위에 상정된 17건 중 TV조선 프로그램 관련 건은 7개 였다. 이 중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 관련 건은 행정지도 ‘권고’ 제재를 받았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안건은 총 6건으로 한 건은 위반 정도가 심해 제작진에 대한 의견진술이 결정됐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행정지도(권고 3건, 의견제시 2건)가 의결됐다. 같은 날 채널A 역시 행정지도 2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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