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계속)

#3. 국회 후반기에 야당 미방위원들에게 닥친 ‘굴욕’

국회 미방위 후반기는 미래부 최양희 장관 후보자와 최성준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시작됐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 후보자는 땅 투기 의혹에 주말농장 ‘고추밭’을 급조하는 기행을 선보였으나 장관이 되는 데 성공했다.

국회 후반기 소속 미방위원들(중간 사보임 제외)

이를 시작으로 해서 미방위의 한계는 후반기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심재철) 야당 의원들이 현장조사를 위해 MBC를 찾았지만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세월호국조특위의 조사 대상에 엄연히 공영방송 KBS와 MBC가 포함돼 있던 터였다. 심재철 국조특위 위원장 사인이 담긴 출장계획서를 들고 찾아갔지만 소용없었다. 최기화 당시 MBC 기획국장은 “그 문건은 국회 내부 공문서일 뿐”이라며 “해당 문건은 그냥 출장할 때 쓰는 것이다. (MBC에 현장조사 하는 것에 대해서) 위원회 의결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주장했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현미, 김현, 최민희, 부좌현, 김광진 의원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MBC가 국회를 능멸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 미방위원들의 굴욕은 계속됐다. 미방위가 KBS이사회에 회의록 제출을 요구했으나 ‘요약본’만 보낸 것은 대표적 사례다. 방문진 역시 비슷한 태도로 일관했다.

2014년 8월 1일 세월호국조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MBC에 대한 현장조사 실시를 위해 상암동을 찾았으나, 문전박대 당했다ⓒ미디어스

KBS 신임 이사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위원을 지낸 뉴라이트 학자 이인호 씨가 임명된 것은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KBS 이인호 이사장과 EBS 이춘호 이사장의 출석이 뜨거운 감자가 된 까닭이다. 물론 새누리당은 출석 반대로 일관해 이인호 이사장은 ‘증인’이 아닌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수 있게 됐다. 이인호 이사장은 국회에 출석해 ‘건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김구선생을 대한민국 건국의 공로자로서 거론하는 건 옳지 않다”, “임시정부의 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대한민국헌법을 부정하는 인물이 공영방송 KBS 이사장에 임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히려 “김구 선생이 단독정부수립을 반대해 대한민국 건국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한 것이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해방과 광복에 이르기까지 백범의 혁혁한 공로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 “(임시정부의)존재와 역할, 독립에 대한 기여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정식으로 국가수립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국가로서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 시발이라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두둔하며 논란을 희석시켰다.

2014년 말에는 새누리당이 155명이 공동발의자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을 국회에 제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KBS와 EBS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KBS·EBS에 대한 장악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 홍문종 위원장을 비롯한 조해진(간사)·강길부·권은희·김재경·류지영·배덕광·서상기·심학봉·이군현·이재영 의원도 발의에 동참했다. ‘방송장악’ 비판이 벌어지면서 KBS와 EBS를 예외로 두자는 취지의 의결이 이뤄져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평소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영방송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후 감청합법화를 주장한 박민식 의원을 미방위 간사로 선임했다.

당시 논란이 된 KBS수신료 인상안 문제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수신료 인상안은 2015년 6월 국회 미방위 산하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당시 새누리당은 “(KBS의)공정성 시비로 끌고 가지 말라”며 “KBS가 공정하지 않다는 시청자는 소수”라며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표적 인사는 홍문종 미방위원장으로 라디오 인터뷰에서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KBS 수신료 현실화가 이뤄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수신료를 인상하게 된다면 국민들께서 흔쾌히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고 직접 호소했다. 같은 당 서상기 의원은 “KBS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이런 주장을 거들었다. 같은 시기 MBC 해직기자들은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보전’이 인정됐음에도 복직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국회 미방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방송법> 개정에 따른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도 문제였다. 강동순 전 KBS 감사의 폭로로 고대영 사장 임명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감지되면서 청문회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는 의혹을 해소하는데 철저하게 실패했다. 새누리당은 폭로의 당사자인 강동순 전 감사를 포함한 모든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야당은 뉴스타파 보도 등을 통해 이미 폭로된 것조차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KBS도청 의혹을 고대영 후보가 무마시켰다는 의혹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새누리당 홍문종 미방위원장은 “대답하지 마세요”라고 직접 지시하기까지 했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고대영 후보가 KBS기자협회와 KBS양대 노조로부터 93.5%와 84.4%의 불신임을 받은 이력에 대해 ‘노조에서 마음먹고 불신임을 위해 진행한 투표에서 누군들 신임을 받겠느냐’며 옹호했다. 처음으로 이뤄진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결국 맥없이 끝났다. 고대영 후보는 “최종책임자로 뉴스 최종 큐시트를 점검할 것”이라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지만 결국 사장으로 낙점되는데 성공했다.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의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없이 해고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MBC녹취록’에 대해 국회 미방위가 보인 태도 또한 실망스러웠다. 2016년 새해를 맞이해 피감기구들의 업무보고 등을 받아야했지만 새누리당은 미방위 회의 개의 자체를 거부했다.

국회는 현재 본격적인 총선모드로 돌입한 상태다. ‘공영방송 이사 여야동수 추천을 포함한 낙하사 사장 근절법’과, ‘종편특혜 환수법’, ‘KBS 수신료, 전기요금 통합 징수 금지법’, ‘종편 재승인 시, 방통위 3대2 표결 금지법’, ‘길환영 방지법’, ‘정치이념간 갈등 조장 금지법’ 등이 여전히 잠자고 있지만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예정이다.

#4. 방송공정성특위, ‘빈손’특위 되다

19대 국회에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라는 게 설치됐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정부조직법 개정은 유료방송 관련 방송정책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겨 방송장악 논란을 자초했다. 해당 법안이 50일이 넘도록 국회에서 표류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장악을 할 생각이 없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또,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해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도 했다. 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해 ‘SO·PP의 공정한 시장 점유를 위한 장치 마련’과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중점적으로 심사해 제도를 만들겠다는 방침이었다.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위원들(중간 사보임 제외)

그렇지만 방송공정성특위는 시작부터 ‘개점휴업’ 처지에 놓였다. 구성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소위 구성도 마치지 못하면서 표류한 것이다. 간신히 특위를 구성한 이후에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효력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여야 추천 동수 10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3차례의 회의를 통해 △공영방송(KBS·EBS) 이사 수 13인으로 증원(7:6구조), △특별다수제 도입, △방통위원·공영방송 사장 및 이사 결격 사유 강화, △방통위원장 국회 임명동의절차 신설(방통위원 대통령 추천 배제), △편성위원회 구성 의무화(법률규정) 등에 대해 합의했다. 당시 자문위원들은 공영방송에서 사장 선임 등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다수결이 아닌 2/3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는데에 공감했다. 이에 대해서는 여당 추천 황근 자문위원(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만이 반대했다.

이렇게 되자 새누리당은 자문위원의 존재 의의 자체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간사는 “(5분이)새누리당 성향의 교수라고 하지만 아는 분은 황근 교수밖에 없다. 나머지 분들(윤석민·최선규 등)은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고 김희정 의원은 “자문위원 구성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의원과 함진규 의원은 각각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면 우리나라의 정치문화 여건 상 사장을 뽑을 수 있겠느냐”, “특별다수제는 공영방송 사장 공백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의원은 노골적으로 “새누리당 안이 없다고 하는데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현행 유지하는 게 새누리당 다수 의원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애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없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자문위원 합의안은 결국 애초 내용에서 후퇴했다.

논란 속에 8개월만에 방송공정성특위 활동은 종료됐다. 최종 보고서에는 △KBS·EBS 이사 결격사유 적시, △KBS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 △방통위원장 및 상임위원 결격사유 적시, △방통위·방통심의위 속기록 의무화 법률 규정, △KBS·EBS·방문진 속기록 공개(비공개 시 합당한 사유는 법률로 제한), △방송의 보도제작 편성 자율성 확보를 위한 방송사 내 편성위원회 노사동수 추천 구성 등이 포함됐다. 당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으로 꼽혔던 ‘특별다수제’는 제외됐다. 해직언론인 사태와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결의문’ 또한 추후 채택됐다.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공정성특위를 무력화시킨 새누리당에게 활동을 촉구하는 언론노조 (언론노조 제공)

방송공정성특위의 최종보고서의 위상은 이후에도 계속 축소됐다.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사들이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의무화’를 반대하자 새누리당 김기현·이우현·이상일·박대출 의원이 여기에 장단을 맞췄다. 당시 기자회견장에 선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얘기가 나왔을 때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반발했다. 최종보고서에 합의했던 새누리당 조해진 간사는 미방위에서 “하여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딴청을 피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추인했다. 결국 2014년 4월 30일, 편성위원회 의무화 내용이 빠진 <방송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맞바꾼 방송공정성특위의 성과는 매우 초라했다.

#5. 20대 국회에 도전하는 의원들, 그 가능성은?

미디어환경이 편향적으로 기울어지는 걸 막지 못하고 방관만 한 미방위였지만, 이를 거친 의원들이 정치적 득실은 손해로만 평가할 수 없을 듯 보인다.

19대 국회 초기 문방위에 소속돼 있던 의원들 30명 중 새누리당 소속의원 2명 김기현·남경필 의원은 울산시장과 경기도지사가 돼 있다. 남은 사람 중 20대 국회에 다시 출마한 사람들은 28명 중 22명(78.5%)이나 된다. 출마하지 못한 사람 중 한 명은 내란음모사건에 휘말려 구속 중인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81.4%)진다. 새누리당 소속 13명 중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은 3명에 불과했다. 제1야당의 경우 13명 중 3명만이 불출마 한다.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은 전병헌 의원뿐이다.

미방위를 기준으로 봐도 이런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미방위에 소속돼 있던 의원들 24명 중 김기현·남경필 의원을 제외한 22명 가운데, 20대 국회에 다시 출마한 수는 17명(77.2%, 이석기 전 의원 제외시 80.9%)에 달했다. 후반기를 기준으로 할 경우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 20명 중 15명(75.0%)이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 걸로 볼 수 있다. 물론 좀 더 복잡해진 측면은 있다. 새누리당 소속 간사로서 언론장악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데 앞장섰던 조해진 간사는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이 됐다. 권은희·강길부 의원의 처지 역시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조금 더 복잡하다. 문병호 의원과 장병완·정호준·최원식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여야 추천 자문위원들이 합의했던 ‘특별다수제’를 무력화시켜 ‘빈손특위’라는 비난을 받았던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놓고 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 9명의 의원들 중 8명(88.8%)이 지역구에 출마했다. 이 가운데, 7명(77.7%)이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는데 성공했다. 민주통합당 소속 특별위원으로 활동했던 의원 중에서는 5명이 20대 총선에 도전했다.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미디어운동장의 기울기를 더 크게 만든 장본인들은 사실상 어떤 책임도 진 바 없다. 과연, 이들은 국회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온다면, 19대 국회의 과오를 바로잡는데 나설 수 있을까. 지금까지 과정을 놓고 추론해보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요원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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