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의원들을 “물갈이 대상자”로 규정해 사실상 낙천발언을 한 이영작 한양대 석좌교수에 대해 TV조선이 ‘출연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방송은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행정지도 ‘권고’ 제재를 받았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최대권)는 4일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에 대해 심의했다. 지난 2월 25일 해당 방송에 출연한 이영작 한양대 석좌교수는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을 두고 “물갈이 대상자로 삼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관련해 ‘친노패족’ 운운하며 “당 내 반미 친북적 인사가 많기 때문에 습관적 반대를 한다”라고 근거 없이 폄훼해 심의 대상이 됐다. 현재, 해당 방송분은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황이다.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 화면 캡처. 사진은 4월 4일자 방송분.

TV조선 이수연 보도본부뉴스센터차장은 이에 대해 “여와 야, 상관없이 신랄하게 비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측근에 대해서도 ‘진박 친위대’라고 표현한다거나, ‘하나님이냐?’, 살생부에 대해서도 ‘여당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냐’라고 발언하기도 했었다. 2월 25일 방송은 필리버스터 정국이었기 때문에 야당에 치우쳐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심영섭 심의위원의 “그렇다면 선거에 관여하는 발언을 해도 된다는 말이냐?”라는 물음에 TV조선 이수연 차장은 “그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수연 차장은 “낙선의 의도라기보다는 김종인 대표가 그동안 (당 내)패권주의 청산하고 운동권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는데, 필리버스터 정국을 맞아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지를 보이라는 뜻으로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TV조선 이수연 차장은 “윤슬기 씨가 프로그램을 맡은 지 2주가 채 되지 않았던 시점”이라며 “(진행하면서)정정하는 등 꼼꼼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꼬리표(운동권 등)가 안 달린 진정한 야당이 나와주길 바란다는 의미였다. 그런 싸이렌이 야당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이영작 교수의 발언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수연 차장은 “방송출연을 시켰는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경보음이 울렸기 때문에 그걸 겸허히 수용해 출연을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선거방송심의위는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에 대해 <선거방송에 관한 특별규정> 제4조(정치적 중립) 제1항과 제8조(객관성) 위반으로 다수결에 따라 행정지도 ‘권고’ 제재를 의결했다.

한편, 같은 날 선거방송심의위는 “노무현 정부에서 광주항쟁의 본부인 옛 도청자리를 다 파괴했다”, “문재인 대표가 호남을 배제하는 파행적 인사에 앞장서 왔는데 지금까지 버티는 것은 이상하다”는 등 근거 없는 발언을 방송한 채널A <쾌도난마>와 관련해 <선거방송에 관한 특별규정> 제8조(객관성) 제1항과 제10조(시사정보프로그램) 제2항 위반으로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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