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과 종편 등 보수매체들이 편파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과거했던 일과 다르지 않게 총선시기에도 여전히도 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도 말이다. 그러다보니 (의도된 편파보도를 하고 있는)종편의 ‘나쁜보도’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총선보도를 감시해 나온 모니터 보고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 같은 종편 보도를 접하지 않고 냉담한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없다. 선거보도 모니터 결과가 실제 의미 있게 공유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다.”

31일 진행된 <후퇴하는 저널리즘과 언론운동의 대응>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박용규 상지대 교수가 던진 문제의식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정책국장은 “시청자와 독자 그리고 시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경로 파악과 공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용자’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중 커뮤니케이션 장에 어떻게 진입해야 할지를 물을 때”

김동원 정책국장은 “과거에는 수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경로가 생활 공동체, 지역 공동체에 한정돼 있었다”며 “각자의 집이나 동네 정도가 물리적 장이었고 대화의 상대는 많지 않았던 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분산된 대중들에게 지상파 방송 3사와 중앙일간지라는 소수의 매체 환경은 당연히 높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일방적이었고 의견을 전달할 창구는 정치보도 모니터 활동과 결과물로 시작된다. 정치보도 모니터 활동은 언론사 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및 2016총선보도감시연대와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주관한 <후퇴하는 저널리즘과 언론운동의 대응> 토론회가 31일 오후3시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렸다ⓒ미디어스

현재의 언론보도 모니터링은 과거의 수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경로에 따른 결과라는 말이다. 미디어 뿐 아니라, 언론운동(언론시민운동과 언론노조 포함) 역시 일방향적인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 안티조선운동과 TV끄기 운동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제 이런 언론운동과 모니터는 큰 영향력을 갖지 않는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무엇보다 방송사와 언론사 내 권력/위계 관계가 정치지형의 변화에 의해 공고화되면서 노조의 대응 역량이 저하됐다”며 “따라서 더 늘어난 분량의 정치보도 모니터 결과물은 이전과 다른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언론노조 KBS본부 정수영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지난 8년간 노조의 영향력이 사회적으로 축소됐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KBS에서 발생한 △사측의 공정방송위원회 회의 일방적 거부·취소, △<훈장> 불방 및 대통령 찬양 보도 등 노조 측의 안건 미상정, △공정보도 감시 활동한 기자 징계, △자사뉴스 비판 노보 배부에 보도국 수뇌부 반발, △보도국 수뇌부들의 총선보도감시연대에 대한 ‘편향’ 주장 등 논란은 이를 반증한다. 이러한 이유로 언론노조 KBS본부 또한 자사 뉴스 모니터를 놓고 새로운 방법으로 유통시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인터넷 공간을 통한 뉴스의 소비와 이용자(수용자)간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집중적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제는 수용자들 간 소통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과 그 공간에 주목해야한다는 얘기다. 테러방지법 반대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인터넷과 SNS에서 놀이의 대상처럼 공유되고 확장된 모습이 하나의 예다. 모니터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거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내놓은 M·net <프로듀스101> 모니터 보고서 <“국민 프로듀서의 허상, 합격자 화면 노출이 탈락자의 4배”> 방식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비록 기획 및 제작과정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노출된 화면의 분석을 통해 기획과 제작 편집 또한 불공정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밝혔다”며 수용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방식의 모니터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당 모니터 내용은 포털 내에서 큰 화제가 되면서 급속도로 빠르게 유통됐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이러한 변화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뉴미디어’라는 매체의 출현이 아니라 그러한 매체들로 대중들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 시민언론운동과 언론노조운동은 대중 커뮤니케이션 장에 어떻게 진입해야 할지를 물을 때”라고 강조했다. 모니터링이라는 콘텐츠의 결과물을 ‘어떻게 많이 보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경계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옳은 게 대중적으로 성공한다? 그렇지 않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모니터링의 ‘콘텐츠’ 변화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앙대 신문방송학대학원 정준희 강사는 “핵심은 무기력증”이고 진단했다. 그는 “모니터 때문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성과가 없다”며 “압박의 대상은 과거에 비해 쫄지 않고, 설득해야할 수용자들은 접근이 안 되고, 그들의 나쁜 짓은 바뀌지 않고 오히려 강화·누적되니 무기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준희 강사는 현재의 총선보도 감시 모니터가 ‘왜 (종편 등 보수매체에)압박이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 “과거에 비해 확신범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종편 등 보수매체들은)이제 목적의식적으로 스스로 스핀닥터(spin doctor;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의 홍보전문가)가 돼 강고한 연대를 통해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일부러 나쁜 보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쁘다’라고 짚어준들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보수적 성향의 수용자들은 모니터를 보면서 ‘왜 이게 나빠?’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공천과정의 문제점을 때리는 보도가 왜 잘못됐느냐고 본다는 얘기다. 반면, 그 같은 보도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모니터에 대해 반응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에게는 이미 ‘진보좌파들이 만든 것’이라고 인식이 돼 있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준희 강사는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평가받는 JTBC <뉴스룸>의 낮은 시청률을 언급하면서 “옳은 게 대중적으로 성공한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수적으로 구획된 체제에서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운동이 필요하고 모니터 역시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말이다. 그는 ‘타깃화된 모니터링’과 ‘담론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보편적 가치’ 기준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준희 강사는 “신문은 의견을 파는 곳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부분이 많다”며 “종편은 방송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현 규제틀로 문제를 제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방통심의위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규제체제가 허랑하게만 돼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타깃화된 모니터링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도 언급됐다. 정준희 강사는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모니터는 엄밀히 말하면 ‘감시’라기보다는 정치적 비평에 가깝다”며 “그러다보니 진영논리로 오독되거나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니터를 타깃화해 보편성을 살리는 이슈를 잡는 전략으로, 담론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편적 가치를 기준점으로 삼자는 제안도 있었다. 정준희 강사는 구체적 사례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개입 시도’ 발언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남편향’ 발언 등을 들었다. 정준희 강사는 “강남편향발언의 경우, 다른 지역을 소외시킬 수 있는 문제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타깃화를 한다면 (언론 뿐 아니라)다른 운동과도 결합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제3언론연구소 이영주 소장(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은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사진 그리고 4·13총선에서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의 사진을 놓고 “이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영주 소장은 “선거 보도가 자기와 가까운 제1야당이나 제2당을 위한 언론의 전시체제의 결과물이 되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