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가족들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배, 보상 이런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서 사실 주변에 가까이 지내던 친 인척 간에도 못 만나는 사람이 많다”_박유신(정예진 어머니)

“택시타고 ‘단원고 가자’고 하니까, 무슨 관계냐고 하더라. ‘거기 부모들은 완전 로또탔다, 한 명 당 10억 씩 받았죠?’라고. 좀 화가 나요. 저희는 부모다. 그냥 조금만 믿어주시면 안 될까. 자식 잃고 나서 어떻게 돈으로 평가를 할 수 있겠어요”_윤경희(김시연 어머니)

“제가 있던 복도에 분명히 몇 백 명이 있었는데, 맨 앞에 있는 나만 나왔다. 그런데, ‘전원구조’…. 그 이후로 (언론에)기대도 안 하는 것 같다”_세월호 마지막 생존자 박준혁 학생

SBS <스페셜> ‘졸업-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 편이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여진구는 “그 날, 같이 울었던 우리의 마음이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사람들의 분노는 공격 대상을 바꿔버렸다. 누가 피해자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보다 그들이 받는 보상이 더 궁금해진 것”이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분명 우리는 이들의 슬픔에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단원고 출신이라는 건 주홍글씨가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TV화면에는 ‘세월호 참사…, 그만 듣고 싶다’라는 글귀가 잡혔다.

SBS 'SBS스폐설' '졸업 편 중

SBS 스페셜,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의 ‘삶’을 그리다

세월호 생존자이자 특례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 단원고 한 학생은 SBS <스페셜>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희들끼리 있을 때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얘기를 못하는 게 더 무섭다”며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무섭다. 특례라고 다 욕할 것 같고, 왕따 당할까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그러고는 “SNS를 보면, ‘나도 친구 잃고 대학 갈래’라는 하더라. 그런 걸 보면, 난 대학 다 포기할 수 있으니까 네 친구랑 내 친구랑 바꾸자고,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라고 말을 잊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희생자 뿐 아니라, 생존자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겼다.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SBS 'SBS스폐설' '졸업 편 중

SBS <스페셜> ‘졸업’ 편은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가야 하는지 과정을 그리고 그들에게 ‘졸업’의 의미가 무엇인지 짚었다.

2014년 4월 14일 10시 21분. 거의 가라앉은 상태에서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생존자는 단원고 2학년 박준혁 군이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속에서 전력을 다해 헤엄쳐 나왔지만 살아있는 것 자체가 그 자신이 괴로움이었다. 박준혁 군의 모든 일상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를 거쳐 단원고에 함께 입학했던 친구들. 박준혁 군은 “경빈이, 장환이, 기수…. 아침마다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며 “경빈이는 학교에 같이 가던 친구다. 제가 늦어 학교에 같이 뛰어가고 그랬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회고한다. 이제 등교시간 그의 옆에 경빈이는 없다.

박준혁 군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그에게 ‘외출’은 사라졌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함께 라면을 끓여먹던 친구들이 없다. 밖에 나가 함께 놀던 친구들이 이제 그의 곁에 없다. 그는 이제 방안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운다. 그의 나이 스무살. 대학 입학을 앞두고 한창 들떠 있을 시간에 그는 평소의 시간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SBS 'SBS스폐설' '졸업 편 중

박준혁 군은 “한 창 놀 때죠. 놀 때인데 친구들이 없네요. 게임만 하면... 화가 난다기보다 좀 외로웠어요”라고 말한다. 박준혁 군은 장난기 많고 밝은 아이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함께 박준혁 군은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

SBS <스페셜>은 “오늘을 살아 내야하는 것 또한 준혁이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용기를 내서 사회에 다시 발을 딛어야 할 때라는 얘기다. 박준혁 군의 용기를 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박준혁 군의 첫 번째 용기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김수정 학생을 찾아가는 일이다. 세월호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 하지만 급격한 물살로 손을 놓쳐버린 친구. 그는 ‘내가 조금 만 더 힘이 셌다면’이라고 참사 당시를 지속적으로 소환하고 또 소환해냈다. 이제 꿈속에서는 김수정의 시각에서 그 당시의 사건을 보게 됐다고도 한다.

다시 살아가기 위한 박준혁 군의 용기, “제주도 갈래?”

SBS 'SBS스페셜' 졸업 편

두 번째 용기는 세월호로 희생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것이다. 참사로 인해 가보지 못했던 제주도를 희생된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 그것이 친구들을 잃고 살아가야할 친구들의 부모들과 친구들의 부재에도 살아가야할 박준혁 군에게 어쩌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용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박준혁 군은 기수, 장환, 수정, 경빈, 현섭의 사진을 가지고 제주도로 떠났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으니 많이 찍자’, ‘부모님들 선물 사가지고 오자’라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수학여행을 갔다면 같이 갔을법한 곳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제주 곳곳에 노란 리본을 남겼다.

SBS 'SBS스폐설' '졸업 편 중

박준혁 군의 사례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살아가야 할 방법을 보여준다. “우리 다 같이 여행가자. 많은 사람들이 다른 친구들도 데리고 와줬으면 좋겠어요. 모든 애들이 다 와야죠, 수학여행은. 저희만 오면 안 되죠”라는 그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SBS <스페셜> ‘졸업’은 배우 여진구가 내레이션을 맡아 그 의미를 더했다. 그는 “딱 이 사고 날 때가 저도 수학여행기간이었든요. 저는 부득이하게 참석은 못했는데. 뭔가 묘하더라고요. 제 친구들이 수학여행 가 있어서. 그런데,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나니까.…(중략)…정말 딱 동갑이거든요. 그래서 더 잊지 것 같아요. 잊지 않겠습니다.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변화는 그 ‘잊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SBS 'SBS스페셜' 졸업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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