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언론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언론에 대해 “정치적 독립”을 촉구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으로 청와대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을 차단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특별다수제(2/3 의결정족수)’ 도입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또, 정부여당의 공기업을 통한 언론통제를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26일 <미디어공공성 강화와 언론개혁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10개 과제에는 △지상파 방송의 독립성·공정성 강화, △YTN·연합뉴스·아리랑TV 정상화와 종편규제, △미디어 이용자 권리 보장과 참여 확대, △지역방송 발전 및 공공성 강화, △신문 진흥과 지역신문 활성화, △방송콘텐츠 산업 비정규직 남용 제한과 노동인권 보장, △유료 방송통신사업자의 공적 책무 강화, △여론 다양성 확보를 위한 포털 및 인터넷 언론 정책, △신문·방송 광고의 불법 영업 근절과 거래 투명성 확보, △출판산업 진흥과 노동자 권리 보호가 포함됐다.

언론노조,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다시 ‘언론독립’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언론의 독립’이 다시 주요 과제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현행 공영방송 KBS와 EBS, MBC의 사장을 사실상 청와대가 뽑는다는 주장에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연합뉴스(국가기간통신사)와 아리랑TV(국제방송), YTN(한전KDN·한국인삼공사·한국마사회 지분 50% 이상), 서울신문(기획재정부·포스코·KBS 지분 63% 이상) 등 또한 낙하산 및 보도의 공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으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YTN과 MBC 언론인 해직사태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또, KBS 등 또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노조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언론개혁의 주요 의제를 다시 ‘언론 독립’으로 잡은 까닭이다.

뉴스타파 보도 캡처

언론노조는 △지상파 방송의 독립성·공정성 강화 과제의 세부적인 요구사항으로 ‘공영언론의 정치적 독립 보장과 공정보보제도 확립’과 ‘언론장악 청문회 개최와 해직언론인 복직 특별법 제정’을 꼽았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 및 보도전문채널의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성 확립 과제에 있어서 ‘방석호방지법(아리랑국제방송법) 제정’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청와대-방통위-이사회로 수직적 구조화된 공영언론 이사 및 선임 제도를 개선하고, KBS 고대영 사장 선임 시 제기됐던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 선임에 있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정치권의 분할독식을 방지하고 시청자, 국민,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이사회는 사장 등 임원 선임 시 특별의결정족수(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이른바 ‘낙하산’ 임명을 예방한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등 내·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취재 및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한 방송법상 노사동수가 참여하는 편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엄중한 제재하고 인허가에 대폭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녹취록’ 등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방안도 마련해야한다는 게 언론노조의 입장이다. 이들은 “MBC 백종문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방송독립침해 및 불법해고와 부당거래, KBS 고대영 사장 선임 청와대 홍보수석 개입 의혹, 이념편향 부적격 인사들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국회 상임위가 청문회를 실시해 당사자와 관계자, 참고인을 출석시켜 진상을 규명한다”며 “청문회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법제도를 개선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6월 21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해직언론인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출석한 박성제 MBC 해직기자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 언론노조)

이 밖에도 “‘공정보도를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표적 해고된 언론인들과 부당전보 피해자들의 원상회복과 피해 보상을 위해 <언론탄압 피해언론인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직 언론인의 복직을 담고 있는 <해직언론인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19대 국회에 상정, 공청회까지 진행됐지만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관련기사 : ‘해직 기자’ 박성제 “해직언론인 문제, 정치권이 실마리 줘야”)

연합뉴스·YTN·서울신문 등 공기업 통한 통제도 막아야

공영방송의 문제만은 아니다. 현재 정부가 공기업 등을 통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들의 상황 또한 마찬가지다. 언론노조는 연합뉴스와 관련해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대통령이 여당에 속해 있을 경우 이사회가 여당 편향적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지배구조”라며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연합뉴스의 사장선임과정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더욱이 뉴스통신진흥법에서는 구독료 및 장비구입, 인프라 구축 등 정부의 국고보조까지 명시하고 있어 자칫 정치권력에 의해 재원까지 좌우될 수 있는 형편”이라고 꼬집었다. YTN에 대해서도 언론노조는 “공기업들을 통해 정권이 언제라도 사장선임과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큰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뉴스통신진흥회법>을 개정해 이사회를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의 추천인사가 최소화된 동수로 구성하고 신문, 방송협회 뿐 아니라 언론노조, 기자협회, 인터넷 신문과 시민사회까지 포괄하는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또, 사장 추천 역시 이사회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사원대표와 시민단체 대표가 포함되는 상향식 추천위원회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TN에 대해서도 공기업 중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사장선임과 제작자율성을 보장할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2월 1일 뉴스타파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의 초호화 해외출장…가족과 함께?' 기사 중

‘호화출장’ 논란을 빚고 사퇴한 방석호 아리랑TV 전 사장의 재발방지를 위한 법 개정 또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언론노조는 이른바 ‘방석호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방석호 전 사장의 불법 비리 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독립적 이사회를 설치하고 사장 및 임원 선출을 공정하게 한다”며 “특히, 비리행위에 연루된 임원의 자진 사임을 금지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해임될 시 퇴직금 지급과 공공기관 재취업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리랑TV에 대한 법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밖에도 언론노조는 종편과 관련해 ‘의무전송 폐지(선택적 의무전송)’를 주장했다. 그동안 ‘청부심의’, ‘정치심의’ 논란이 컸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제작·편성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구가 기구에 의한 검열을 종국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며 “그 첫 단계로 소극적 수준의 심의로 축소하고 심의기구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종식하는 위원회 구성 및 위원 선임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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