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협 상태에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MBC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또, 중앙노동위원회는 MBC 사측에 노동조합이 제시한 ‘공정방송’ 제안을 전향적으로 고려할 것과 단체교섭 진행을 위해 노조전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박길상, 이하 중노위)는 지난 23일 MBC 무단협 사태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가 신청한 조정 사건과 관련해 “노사 당사자가 법정조정 기간 내 조정을 통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쟁점사항에 대한 노사 당사자 간 주장의 차이가 커 조정안 제시가 어렵다고 판단돼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노위의 ‘주문’에 담긴 내용이다. 지난 3일 MBC본부는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자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관련기사 : 4년째 ‘무단협’ MBC,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해결될까?)

2015년 9월 박길상 중앙노동위원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업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노위는 또한 MBC 사측에 △노조가 제시한 ‘공정방송’에 관한 전향적인 제안 등을 고려해 신뢰의 노사관계를 회복하고 단체협약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며 △노동조합이 성실한 단체교섭 등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근로시간면제시간(무급 전임자 포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조능희 본부장을 비롯한 집행부들은 사측의 업무 복귀를 명령에 따라 ‘연차’ 등 유급휴가를 통해 조합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중노위가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비상대책위특보를 통해 “어떤 내용의 합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식의 사측의 태도로 인해 결국 조정위원들이 조정안조차 내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MBC 안광한 사장은 조정기간 중 단 한 번도 중노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노조 측과 협상을 해왔던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또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위원들의 입에서 “중앙정부 행정기관의 권위를 이렇게 존중하지 않으면 회사 내에서도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법”이라는 등의 비판이 이어진 까닭이기도 하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에도 (사측에 대한) 권고를 첨부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비록 조정안은 내놓지 못했지만 MBC가 공익사업장으로서 갖는 중요성과 4년째 무단협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조합 전임자들에 대한 타임오프가 갑자기 회수된 지금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따라서, 위원들은 신속한 MBC 단협 체결을 위해 조합이 제시한 ‘공정방송 논의 TF’ 구성 등 전향적인 제안들을 고려할 것, 그리고 단협 교섭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로서 조합에 적정한 타임오프(유급) 및 무급 전임자 허용을 권고했다. 조정위원들은 또, 이 같은 권고가 권고에 그치지 않도록 노·사가 돌아가서 성실히 교섭을 진행하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밝혔다.

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언론노조 MBC본부는 합법적 쟁의권을 부여받았다. 이에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사측 간 임금협상 조정이 중노위에서 결렬돼 이미 쟁의권을 획득했다.

한편, MBC본부는 지난 24일 비대위 제3차 중집을 개최해 만장일치로 조속한 단협 체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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