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자사 뉴스와 관련해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벌여왔던 두 명의 기자들에게 징계를 확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KBS가 MBC의 길을 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MBC 사측의 경우 오래전부터 언론노조 MBC본부 내 민주방송실천위원회를 왜곡위원회로 몰아붙이거나 보고서를 훼손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KBS(사장 고대영)는 어제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새노조) 공추위 정홍규 전 간사와 김준범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에 각각 ‘감봉 6개월’과 ‘견책’ 징계를 결정했다. KBS는 두 기자와 관련해 지난 23일 ‘부당한 압력 행사’와 ‘직장 내 질서 훼손 행위’를 근거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한 바 있다. KBS 사측이 두 기자의 공정방송 감시 활동의 문제로 지적한 리포트는 지난해 민중총궐기와 관련한 KBS의 <서울 시내 교통마비에 논술 수험생 발 ‘동동’> 리포트(▷링크)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KBS는 “대규모 집회로 시내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까지 생기고 말았다”고 보도했으나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5년 11월 14일 KBS '뉴스9'

KBS새노조에서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맡아왔던 정홍규 전 공추위 간사 등은 해당 리포트와 보도가 나가게 된 경위와 위험성 등을 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KBS 사측은 이를 ‘부당한 압력 행사’로 판단했다.

KBS새노조는 곧바로 <‘막걸리 징계’, 반드시 심판할 것이다!> 성명을 내어 “징계 사유가 얼토당토 않은 것은 물론 징계 절차도 문제투성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비위사실 조사라는 핵심 절차조차 대충대충 뛰어넘은 채, 보도국 간부들의 자의적 주장만으로 징계 사유를 확정해 강행한 징계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치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의 ‘막걸리보안법’을 연상케하는 ‘막걸리 징계’다. 형식상으로는 인사위에 참석한 위원들의 합의로 결정했지만 실제론 실질적인 최고 인사권자인 고대영 사장의 의중을 살펴 그대로 징계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KBS새노조는 무엇보다 사측의 이 같은 징계가 노사의 합의 사안인 단체협약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들은 “정홍규 전 공추위 간사의 정당하고 일상적인 조합 활동에 대한 사측의 이번 징계는 단협이 정한 공정방송위원회 노측 위원의 활동을 부인하는 선전 포고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면서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에 대한 징계도 불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편성규약이 정한 편성위원회 실무자측 위원의 공정방송 감시활동을 부인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KBS새노조는 “이번 징계가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자행됐다는 점이 의미하는 바는 명약관화하다”며 “선거 국면에서 정권 입맛에 맞는 보도를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이를 감시, 견제하는 어떠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족쇄를 채우겠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미 KBS 뉴스는 연일 호전적인 보도들을 일삼고 있어 공영방송이 오히려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위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망정 총선을 앞둔 청와대와 여권의 북풍몰이에 KBS 뉴스가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감시견 역할을 하라했더니 국민을 낭떠러지로 몰아가는 권력의 사냥개가 되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KBS 사측은 정홍규 전 공추위 간사 등에 대해 “후배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도경위 파악’이나 ‘의견제시’를 넘어선 압력 및 간섭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제가 된 민중총궐기 관련 리포트와 관련해서도 “보도를 막으려고 했다”며 “‘방송의 공정성’을 주장하며 자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단체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라면서 징계에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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