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3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북풍몰이’가 심상치 않다. 보수성향 매체들은 뚜렷한 근거 없이 북한의 테러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 언론매체 중 동아일보와 동아일보 종편 채널A가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채널A는 북한 출신 인사들을 ‘전문가’인양 지속적으로 방송에 출연시키면서 불안감을 조성, 종북 타령으로 테러방지법 국회 처리에 힘을 싣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6총선보도감시연대는 22일 신문과 방송뉴스·종편 시사토크쇼와 관련해 8차 주간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종편 시사토크쇼를 분석한 결과, “채널A <쾌도난마>가 북한 출신 인사를 출연시켜 북풍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테러방지법 통과를 앞세운 ‘북풍 2막’ 개시에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곳 또한 동아일보였다는 것이 총선보도감시연대의 모니터 결과 드러났다.

채널A, 북한 출신 인사 출연시켜 ‘테러 가능성’ 언급…공포감 조성

채널A <쾌도난마>는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지난 10일부터 지속적으로 북한 출신 인사를 출연시켰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남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방송에서 남북한 관계를 다룰 때 다양한 접근방법을 모색하기는커녕, 북한 인사들을 반복 출연시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을 확산시키고, 대북 강경책만이 해결책인양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하는 핵심 주장은 ‘북한의 대남테러 위협가능성이 높다’는 공포감 조성, ‘남한의 야권 진영 혹은 종북주의자들과 연계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북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면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월 18일 채널A <쾌도난마> 화면 캡처

채널A <쾌도난마>는 16일과 17일에는 고 황장엽 씨의 발언 등을 반복적으로 재구성해 남한에 북한 동조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8일에는 전 남파공작원 김동식 씨를 출연시켰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김동식 씨와 관련해 “1995년 부여무장간첩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의 ‘무장 간첩’ 중 1명으로 당시 경찰 2명을 쏴서 죽인 살인범으로 TV조선을 통해 종편에 출연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이런 점(살인범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동식 씨는 무엇보다 TV조선에 출연할 때 마다 ‘종북감별사’를 자처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채널A <쾌도난마>가 이렇듯 문제가 많았던 김동식 씨를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소환한 것에는 의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채널A에 출연한 김동식 씨는 ‘자신이 공작원이던 시기 총선을 앞두고 공작부대가 남한에 왔었다’면서 “92년도 4월에 총선을 했는데, 한 개 공작부대가 91년 가을에 들어와 3월까지 여기 있으면서 당시 진보정당이었던 민중당의 총선전략을 조정하다가 복귀했다”고 발언했다. 이미 TV조선에서 했던 이야기이지만 채널A에서는 재포장돼 비중 있게 소개됐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이번 총선에도 북한의 공작부대가 야당과 긴밀하게 연계할 수 있음을 은연중에 강조함으로써 테러방지법 입법이나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모두 북한의 공작으로 연결 지어 겁박하고,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태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2월 19일 채널A <쾌도난마>화면 캡처

채널A는 ‘북풍몰이’를 위해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위를 계속했다. 채널A <쾌도난마>는 지난 19일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대남테러 역량을 결집하라고 지시했다”며 고영환 씨(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를 ‘긴급출연’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고영환 씨는 <쾌도난마> 고정 출연자라는 게 총선보도감시연대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긴급출연’이라는 호들갑을 떨면서 ‘대남테러 대상자’라고 강조한 것”이라며 “이러한 <쾌도난마>의 행태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낚시질’이거나, ‘북풍 조장’ 둘 중 하나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고 씨도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부원장 직책을 맡고 있다.

‘북풍몰이’와 함께 ‘종북주의자 척결’ 얘기도 따라왔다. 채널A <쾌도난마> ‘북한의 대남테러 시나리오’ 주제와 관련 대담에 출연한 김성욱 씨는 “대남테러 역량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종북주의자”라면서 “남한에 있는 종북주의자들에 의해 (테러가)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북한 최정에 특수부대가 암살 리스트 갖고 있다…근거는?

채널A를 소유하고 있는 동아일보 또한 ‘북풍몰이’에 앞장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총선보도감시연대는 “테러방지법 통과를 앞세운 당국의 이 같은 ‘북풍 2막’ 개시에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것은 동아일보”라며 “동아일보는 <심상찮은 김정은…정관계 인사-지하철 등 노릴 가능성> 기사를 통해 실제 북한의 테러 가능성을 점쳤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제시한 ‘북한의 테러 시나리오’는 △주요 인사 암살 시도와 △탈북자로 가장한 간첩을 보내 탈북 인사들을 노릴 가능성, △불특정 다수에 대해 기습 테러를 할 가능성 등으로 구분된다.

2월 19일자 동아일보 기사

총선보도감시연대는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한 근거나, 정보 출처 제시는 어디에도 없다”며 “그저 가능성만을 나열하며 공포심만을 자극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테면,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가 한국 주요 인사 암살 리스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거나 ‘4·13총선 직전 지하철역이나 공항 등 다중이용시설을 겨냥해 원격장치를 이용한 독가스나 폭발물 테러를 할 수 있다’는 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 정부의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심화된 ‘북풍’이 일반 시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테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광고’한 셈”이라면서 “동아일보는 이렇게 공포심을 조장한 직후엔 테러방지법 통과를 촉구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테러방지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