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1월, OBS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훈기 OBS노조위원장은 “이번에도 방통위가 제대로 된 결정을 안 한다면 대량해고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경고는 현실이 됐다. OBS 사측은 지난 30일 6월 1일 시행일자로 노동자 40명 정리해고 계획을 고용노동부에 접수하고 직원들의 급여도 일방적으로 10% 삭감해 지급했다.

▲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OBS 사옥 (사진=OBS)

경인방송 OBS의 경영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2007년 1400억 원 출자로 개국한 OBS는 현재 97%(1388억)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다. 오는 6월이면 100% 자본 잠식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사측의 선택은 구조조정과 짜내기이다. 지난 2월부터 노조 측에 △45명 정리해고, △연봉제 도입, △전 직원 순환무급휴직, △임금 20% 삭감을 강요해왔다. 그리곤 일방적으로 40명을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현재 OBS의 노동자는 정규직·비정규직을 포함해 260명 뿐이다. 415명으로 개국한 뒤, 이미 34%의 인력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40명을 다시 정리해고하고 순환무급휴직까지 시행 한다면 방송자체가 파행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OBS경영위기, CPS협상도 제대로 못한 경영진과 증자 못하는 대주주는 책임없나

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OBS 급여 수준은 SBS 50%이며 지역민방의 60%수준이다. 이훈기 OBS노조위원장은 “(박봉에도)노동자들은 100% 자체편성에 40% 자체제작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OBS개국에 앞서)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OBS경영위기의 원인이 경영진·대주주의 무능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그래놓곤 결과만 가지고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OBS노조는 경영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유료방송플랫폼에 대한 CPS(가구당 재송신료) 방치’를 꼽는다. 현재 지상파 3사는 케이블과 KT위성방송, IPTV로부터 가입자당 월 280원씩의 재송신료를 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를 4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은 협상을 통해 재송신료를 받는다. 하지만 OBS의 경우, 개국 당시 채널 번호 배정 불이익과 송출 중단 우려로 인해 CPS 협상을 하지 못했다. OBS는 지난 8년간 재송신료를 받지 못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노동자들의 날인 1일, 프레스센터 앞에서 <해고를 살인이다, OBS 정리해고 철회하라>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미디어스

채널사용사업자 PP들 또한 유료방송플랫폼으로부터 사용료(수신료)를 받는다. 방통위는 <케이블 TV 채널 편성을 위한 PP 평가 및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케이블TV가입자의 이용료 가운데 25~28%(디지털전환율에 따른)를 PP에게 배분토록 하고 있다. 현재 의무편성되고 있는 TV조선과 JTBC, 채널A, MBN 등 또한 케이블(SO)로부터는 연간 100억 원의 수신료를 받는다. 종편채널 역시 처음에는 황금채널을 배정 등의 이유로 사용료를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후 종편4사는 비밀회동 등을 통해 “100억 원 수준에서 MSO들에게 함께 압박하는 협상을 추진하자”며 SO의 대표주자인 CJ를 흔드는 내용을 담아 압박했고 결국, 수신료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의무편성채널인 종편사들마저 유료방송플랫폼으로부터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OBS만 CPS와 수신료를 모두 받지 못하고 있다. 경영진이 무능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대목이다.

대주주들 역시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지난 2013년 12월 OBS에 대해 2014년도 상반기 내 50억 원 증자를 조건으로 3년의 재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OBS는 해당 기간 10억5000만원만 증자해 재허가 조건을 위반했고, 시정명령을 받았다. 방통위는 당시 OBS로 하여금 ‘3개월 이내 39억5000만원 추가 증자’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OBS가 5월 6일까지 추가 증자를 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제재가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증자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주주들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

▲ 2013년 10월 7일 오후2시 방통위가 위치한 과천청사 앞에서 'OBS 생존과 시청자 주권 사수를 위한 공동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OBS 생존대책을 주문했다ⓒ미디어스

역외재송신 지연 및 미디어렙 고시 제정 방통위는 책임없나

방통위의 잘못된 정책도 OBS경영 위기를 방치해왔다. 대표적인게 OBS의 역외재송신 부분이다. OBS는 개국한 뒤, 3년 7개월 동안 서울 역외재송신이 지연됐다. 2004년 방통위(방송위원회 시절)는 방송채널정책 운용방안에서 “자체 편성비율 50%이상인 지역방송에 한해 역외재송신을 허용한다”고 결정했다. OBS 는 처음부터 역외재송신 대상이었지만, 방통위는 2011년 7월 ‘OBS 역외재송신 관련 시장영향평가’ 결과에서 “(SBS 광고매출 등 타 방송사업자들에게)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나온 이후에야 승인했다.

국회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미디어렙법) 제정의 가장 큰 피해 방송사 역시 OBS다. 2012년 9월 방통위는 미디어렙 고시를 제정함에 있어서 OBS를 SBS미디어렙 미디어크리에이트를 통한 지원대상으로 지정했다. OBS노동조합에서는 경쟁 대상자가 출자한 미디어렙을 통해 판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했지만 소용 없었다. OBS는 미디어렙법 및 고시 제정당시 ‘신생매체 가중치(17.3%)’를 적용받아 3.4870% 비율의 고정된 결합판매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해당 비율이 OBS에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훈기 OBS노조위원장은 “방통위가 신생매체 가중치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라디오 등 신생매체 모두를 포함한 평균을 내면서 방송사인 OBS가 불이익을 받은 부분이 있다”며 방송과 라디오의 매체 특성상 광고비중의 크기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이 평균을 냈기 때문에 OBS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OBS의 광고가 결합판매 비율로 고정되어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신생매체에 대한 광고판매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OBS의 경우, ‘고정’되면서 전혀 이점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OBS의 광고수입은 미디어렙 시행 전후로 성장이 멈췄다. OBS의 광고수입은 미디어렙 시행 전이던 2010년 253억 원에서 2011년 281억 원으로 성장하는 듯 했으나 2012년 274억 원, 2013년 281억 원, 2014년 251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OBS노조는 이 같은 매출은 과거 iTV 시절의 광고매출과 비교했을 때, 명백히 불이익을 받은 증거라고 주장한다. OBS노조는 2차례나 이뤄진 방통위의 미디어렙 고시 개정에서 이 부분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해왔으나, 그렇지 못했다.

▲ 2009년 문방위 감사장 앞에서 OBS노조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미디어스

OBS 사측과 노조의 다른 ‘경영지표’…리셋OBS를 논의해야할 때

경영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그렇기에 사측이 갑작스럽게 정리해고 통보를 하는 것은 당혹스럽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2015년 방통위의 미디어렙 고시 개정(결합판매지율 상향)과 KT위성방송과의 재송신 재협상 과정을 지켜보는 등 자구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미 현행수준에서 10% 임금 반납을 결의해놓은 상황이다. 노조가 대안을 먼저 밝혔음에도, 사측이 정리해고부터 꺼내드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OBS사측은 2015년 –9.2억 원의 영업손익과 –13억6000만원의 당기손익을 경영지표로 예측했다. 반면, 노조는 OBS에 대한 결합판매비율의 상향과 유료방송플랫폼과의 CPS 협상 등을 고려하면 ‘최대치’ 2015년 31억4000만원 영업손익과 26억9000만원 당기손익을 이룰 수 있다고 맞서고 있이다. ‘최소치’로 잡더라도 –5억9000만원 영업손익과 –10억4000만원 당기손익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게 노조의 계산이다. 노조는 ‘최소치’의 경우에도 2016년이 되면 6억7000만원 영업손익과 2억2000만원 당기손익으로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콘텐츠’ 투자를 통해 OBS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결합판매비율 역시 협상을 통해 OBS의 결합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미디어크리에이트가 손해를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노조가 제시한 ‘리셋OBS’ 자구책이다.

▲ OBS 광고 수입 상황

OBS노조는 이 밖에도 ‘뉴스시청률 평균 1% 달성 등 보도와 시사 중심의 OBS’, ‘지역의제설정을 통한 매체력 강화 등 경인지역 NO.1채널로 발돋움’, ‘시청률 3% 이상나오는 킬러콘텐츠 1~2개 확보’, ‘팟캐스트와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방송·사업모델 개발’ 등 콘텐츠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훈기 OBS노조위원장은 “현재 방통위가 미디어렙 고시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특히, KT스카이라이프와 6월 재협상을 진행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지켜본 뒤 정리해고 해도 늦지 않다. 그렇지만 사측이 벌써부터 손쉬운 노동자를 줄이는 일로만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현재 260명은 방송가능 한계치이다. 여기에서 더 줄인다면 OBS 방송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인력을 줄이는 단기 미봉책으로는 오히려 방송 경쟁력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뿐이란 우려이다. 제2의 iTV 사태가 발생할까, 사측의 움직임이 정말 심상치 않은 OB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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