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국가가 탄압하는 것은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청와대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했고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은 이를 보도한 <세계일보>를 고발했다. 비슷한 시기 터키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27명을 체포해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터키 대통령은 자신에 비판적인 기사들을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언론인들을 탄압했다.

AFP통신은 지난 14일 터키 최대 일간지 <자만>의 에크렘 두만리 편집국장과 <사만욜류TV> 히다예트 카라차 회장, 방송사 PD와 작가, 경찰 등 언론인 27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대대적인 언론인 체포와 관련해 터키 정부는 언론인들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체포된 언론인들 다수가 정부에 비판적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특히, <자만> 에크렘 두만리 편집국장의 체포 모습이 TV로 생중계 되면서 터키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터키 경찰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 페툴라 귤렌 측 언론인들을 부패혐의로 대대적으로 검거하기 시작하자 이에 항의하는 여성들이 14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터키 최대 일간지 자만 등 반(反) 에르도안 계열 신문들을 들어보이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외신들에 따르면, <자만>과 <사만욜류TV>는 1년 전 당시 총리였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기득권층은 이들 방송을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의 부정부패 등이 밝혀지자 정적으로 돌아선 이슬람 성직자 페툴라 귤렌의 지지자들로 보고 있다.

터키 정부의 언론인 탄압에 대해 EU 외교담당 집행위원 페데리코 모게리니와 요하네스 한 집행위원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터키 정부의 언론인 탄압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언론 자유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터키의 EU 가입 신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 또한 성명을 내어 “터키 당국이 자국의 민주적 근간과 핵심가치를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 이하 언론노조)은 18일 “터키 정부의 언론인 무더기 체포는 대 언론 ‘쿠데타’”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비판에 가세했다.

언론노조는 “터키 경찰은 신문사와 방송국 건물에 난입해 압수 수색을 하고 언론인을 강제로 연행했다”며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와 언론인 체포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표면적인 체포 이유는 언론인들이 부패 혐의가 있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한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또 언론노조는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언론인들에 대한)추가 체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언론인을 대량 검거한 직후 ‘오늘은 시범을 보인 날’이라는 망언을 했고, 에르도안 대통령 또한 ‘터키를 옛날로 돌리려는 자들은 응분의 조치를 받을 것’이라며 추가 검거를 시사했다”고 우려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15일 이번 사태를 두고 “정상화 과정”이라며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조작된 기사들을 이용해 터키의 방향을 설정하려는 자들과 화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EU를 향해서도 “우리를 회원국으로 받아주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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