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보도를 해 논란을 빚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11일 ‘세월호 유족 광화문광장 천막농성 불법…허가받지 않아’ 리포트를 집중취재라는 이름으로 보도했다.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MBC는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유가족들 천막이 “불법농성으로 드러났다”고 단언했다. 그 근거로 MBC는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정치적 집회와 시위는 할 수 없고 시민들이 건전한 여가 시간을 보내고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되어야 한다”, “서울시장은 이것이 위배 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MBC,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의 공간” 유가족 고립화

▲ 9월 11일 MBC '뉴스데스크' 캡처
MBC는 또한 “서울시는 농성 자체가 불법인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서 “응급상황에 대비해 서울시 등의 요청으로 천막을 지키고 있는 119구급대원들은 난감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서울시는 허가 없이 광장을 무단 점유한 세월호 관계자들에게 광장사용료와 변상금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끝맺었다.

방송 직후 부터 해당 리포트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망가진 언론과 추악한 앵무새 언론인”이그대로 드러났다는 비판이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는 미디어몽구는 페이스북을 통해 “MBC 세월호 마지막 현장 취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이런 보도를 보고도 MBC카메라 촬영을 허락한다면…”이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미디어몽구의 한 페친은 “MBC에 제보해야한다”며 “3·1운동이 불법집회였다. 주동자는 유관순이다. 집중취재해달라“고 조소를 보냈다.

MBC가 그동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해 극단적이라고 할 만큼 적대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해당 리포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데 이를 두고 한 언론계 관계자는 "광화문 현장 취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MBC의 선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MBC <뉴스데스크>의 해당 보도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세월호 참사 농성장 철거 책임을 은근 슬쩍 박원순 시장에게 돌리면서 정쟁화 하고 있다는 점으로 정리된다.

MBC, 광화문 광장 농성 철거 책임자로 박원순 시장 겨냥

MBC <뉴스데스크>는 해당 리포트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과 일반 시민을 정확하게 나누는 이분법을 선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래전 언급한 ‘순수’ 유가족과도 맥락과 같이 한다.

MBC는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천막이 162㎡라고 강조하며 “시민들이 건전한 여가 시간을 보내고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되어야 한다”고 조례를 근거로 '시민들이 자신이 누려야할 권리를 세월호 유가족들이 침해하고 있다'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는 그동안 단순히 광화문 광장 세월호 유가족 천막이 “미관상 보기 싫다”, “이제 그만해야”라는 단순 인식에서 한발 나아가 제도의 문제로 환원시키며 '불법성'을 강조했단 점에서 의도가 엿보인다. MBC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준법정신도 없는 집단’으로 매도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고 있는 일베 회원들 및 극우성향 자유대학생연합 회원들의 폭식투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접근이기도 하다.

또한 MBC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농성장을 그야말로 ‘쓸어버려야할 책임’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MBC는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이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위배되는지 “서울시장이 검토해야 한다”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불러냈다. 사실 MBC의 리포트만 따져보면 박 시장이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광화문 농성은 불법이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MBC는 “서울시는 허가 없이 광장을 무단 점유한 세월호 관계자들에게 광장사용료와 변상금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마무리하면서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을 철거해야할 책임자로 명확하게 박원순 시장을 겨냥하며, 진보 대 보수, 여와 야로 구분돼 있던 기존 구도를 깨고 세월호 유가족과 박원순 시장을 적과 적으로 링에 올린 것이다.

광화문 광장 농성, 해소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MBC <뉴스데스크>의 의도를 해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MBC가 조례를 들어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로 분리해 고립시키고 박원순 시장을 불러들인 것은 그야말로 현 시점에서 가장 악의적인 보도이다.

세월호 문제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던 MBC의 보도 시점은 또한 문제적이다. <경향신문>은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 가족 농성천막의 불법성 논란에 대해 서울시가 ‘이미 시 당국과 가족들 사이에 합의가 된 내용’이라는 반응을 내놨다”고 보도했다.(▷링크) MBC리포트는 그 뒤에 나온 것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시 관계자는 “농성천막이 처음 설치될 때 사전 허가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했다”면서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고, 시 역시 입장이 다르지 않아 이 같은 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그렇듯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농성 해소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MBC는 이를 ‘보도’라는 이름으로 그 대상을 교묘히 비틀어 버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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