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보도PP 사업자 선정 법인에 ‘경영이 투명하지 않은’ 비상장 회사가 53.5%나 출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하도급업체가 주주로 참여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으며, 학교재단 등 비영리재단의 종편 투자금은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와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는 29일 <종편·보도PP 승인 신청 사업자의 승인심사 1차 검증 결과>를 1차로 공개했다. 이번에는 종편·보도PP 사업 승인을 신청한 사업자의 ‘주주구성’ 분석 결과만 공개됐다. 각 사업 승인은 신청했던 10개 법인을 대상으로 했으며, 자료공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MBN은 제외됐다.

▲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가 29일 오전 11시 종편·보도PP 승인심사 1차 검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비상장 회사의 투자가 평균 53.3%로 나타났으며,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투자한 정황이 드러났다(사진제공: 언론노조)
10개 법인은 <조선일보> ‘TV조선’, <중앙일보> ‘JTBC’, <동아일보> ‘채널A’, <매일경제> ‘MBN’, <한국경제> ‘HUB’, <태광그룹> ‘CUN’, <연합뉴스> ‘뉴스Y’, <서울신문> ‘서울뉴스’,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HTV’, <CBS> ‘뉴스온’ 이다.

언론연대 전규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검증을 통해 ‘누구를 잡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검증 과정에서 ‘과잉해석’을 많이 피했다. 말 그대로 통계를 돌려서 사실이 분명한 것을 드러내는 형식의 신뢰할만한 페이퍼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전규찬 대표는 “그동안 종편에 학교법인이 140억 원 정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의 배 가량 많았다”며 “학교법인들이 왜 종편에 투자를 했는지, 등록금·청년 문제 등과 어떻게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을지는 기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투캐피털이라는 회사가 465억 원을 왜 <조선일보> 종편에 투자했는지, 부실 저축은행들은 왜 종편 투자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추가 취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대단히 상식적인 선에서 검증작업을 벌였다”며 “그 속에서 적절하지 않은 자본들이 투자된 정황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정부는 종편의 역할로 ‘2만개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 육성’, ‘여론 다양성 보장’을 이야기했다”면서 “얼마만큼 이뤄졌는지 상식적으로 접근하겠다. 그리고 9월부터 시작될 종편 재승인 심사를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 투명성 떨어지는’ 비상장 회사 투자가 53.3%

이날 검증TF의 조사결과, ‘주주유형’을 살펴보면 종편·보도PP 비상장 회사의 비중이 전체 주주 수의 53.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V조선은 50.6%, JTBC 55.2%, 채널A 62.2%, 뉴스Y 72%를 기록했다.

검증TF의 좌장을 맡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비상장 회사 주주의 경영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사업자 자체의 경영 투명성 저하로 귀결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익성이 보장 안 되고 언제 현금화할 수 있을지 모르는 곳에 그 비상장 회사들은 도대체 왜 투자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검증발표에서는 사회적 관심을 끌 만한 특정 유형의 주주들이 별도로 분석됐다. 이는 △저축은행, △학원·의료재단 등 비영리법인, △외국법인등, △지역신문사, △대기업집단 및 협력업체 등으로 나타났다.

부실저축은행, 종편·보도PP 승인사업자에 300억 출자

검증 결과, 8개 저축은행(그룹)이 TV조선, 채널A, 뉴스Y, 머니투데이 4개 법인에 총 300억4천억 원을 출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별로는 미래저축은행이 107억 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출자했으며, 채널A에 145억4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집중됐다.

▲ 저축은행의 출자 현황 (단위: 백만 원)

문제는 이들 저축은행 중 5개가 영업정지됐다는 사실이다. 해당 5개 저축은행이 종편에 출자한 금액은 총 237억 원에 달했다.

김상조 교수는 “2011년 1월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되는 등 부실 저축은행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종편·보도PP 사업자 승인신청 및 승인장 교수 시기와 정확히 맞물려 있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업종 전체의 존망이 위협받을 정도로 부실이 심화된 저축은행들이 종편·보도채널 신청 사업자의 주주로 참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사 주주로서의 영향력을 통해 구조조정 압력을 모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교수는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에는 사실상의 국민세금인 예금보험공사의 자금이 투입된다. 결국, 부실 저축은행이 수익성과 유동성이 불투명한 종편에 투자한 금액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귀착된 것”이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학교재단·의료재단 등 비영리법인, 449억 원 출자

학교재단·의료재단 등 비영리법인이 종편·보도PP 사업자에 출자한 정황도 그대로 드러났다. 총 27개 비영리법인이 6개 사업자에 총 449억5500만원을 출자했다. 기존 알려졌던 금액에 비해 배 이상이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 비영리법인의 출자 현황 (단위: 백만 원)

이 가운데, 학교법인 단호학원(용인대)이 150억 원을 TV조선에 출자해 최대 출자를 기록했다. 고운학원(수원대)도 50억 원을 TV조선(사돈, 특수관계)에 출자했다. 을지병원·을지학원(을지대)은 뉴스Y에 주요주주로 90억 원을 출자했다. 또, 산학협력단 고려대(채널A 5억 원), 한양대(TV조선 2억 원, JTBC 2억 원, 채널A 2억 원), 이화여대(TV조선 2억 원, 채널A 1억 원)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조 교수는 “비영리법인의 자금운용 원칙에 어긋난다”며 “특히, 수원대의 경우는 현재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외국법인 ‘투캐피탈’, TV조선에 465억 출자

이번 주주구성에 대한 조사 결과, 외국법인등이 TV조선, CUN, JTBC, 채널A, 뉴스Y 5개 사업자에 총 1,424억7,900억 원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자금액 기준으로 TV조선에 투캐피탈(465억 원), CUN의 이토추상사(450억 원), JTBC 텔레비 아사히(130억 원), TurnerAsia Pacific Ventures Inc.(111억5800억 원), 고단샤(50 억 원), 도레이첨단소재(5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별로는 TV조선이 526억500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CUN(450억 원), JTBC(356억5800만원) 순이었다. 이 가운데,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TV조선 2대 주주로 참여한 투캐피탈(최대주주 장도원)이다.

김상조 교수는 “외국법인의 경우 종편·보도PP 사업자의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그런데, 외국법인의 사업 내용 및 그 최대주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의심되는 외국법인도 상당수다. 특히, TV조선 2대주주로 참여한 투캐피탈의 경우 투자 목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영위기’ 지역신문사들의 종편투자…<대구일보>, TV조선 30억 출자

검증TF의 검증결과, 총 7개 지역 신문사들이 TV조선, JTBC, 채널A 등에 투자한 사실도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사살이다.

구체적인 투자상황을 보면, <대구일보>가 TV조선에 30억 원을 출자했다. 이 밖에도 TV조선에 <제주일보>, <경상일보>, <영남일보>, <중부매일>이 각각 1억 원씩 출자했다. JTBC에는 <제주일보>가 4억 원, <중부일보>가 1억 원을 출자했으며, 채널A에는 <제주일보>가 1억 원, <강원일보>가 2억 원을 출자했다.

김상조 교수는 “지역 신문사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재무 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일보>의 행보가 수상하다는 게 TF의 입장이다. <한국기자협회보> ‘‘회생 안간힘’ 제주일보, 제호 공매까지’ 기사(7월 17일)에 따르면, <제주일보>는 “회사 부도와 회장 구속에서 자산·제호 공매 등에 직면한 제주일보가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검증에서 건설·자동차부품·의료 등 3개 업종의 회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도 특이점으로 꼽힌다. 특히, TV조선, JTBC, 채널A 및 뉴스Y등 선정사업자의 경우 전체 국내 영리법인 주주의 20~30%를 차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현대기아차 협력업체들의 종편에 201억7000만원 출자

지난 2010년 12월 종편의 주요주주 등이 공개됐을 때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대기업의 출자가 적었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검증 결과, 대기업 집단이 직접 주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협력사들이 출자한 정확이 포착됐다.

경제개혁연대가 확보한 2010년도 삼성전자 및 현대기아차의 하도급업체 명단을 비교해본 결과, 삼성전자의 9개 하도급업체와 현대기아차 18개 하도급업체가 다양한 사업자의 주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현대기아차 하도급 업체의 경우, TV조선과 JTBC, 채널A에 집중 출자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현대기아차의 하도급업체 중 출자 기업 (단위: 백만 원)

삼성전자 하도급업체는 TV조선에 1억 원, JTBC 5억 원, 채널A 4억 원, 뉴스Y 5억 원을 출자했다. 이 밖에도 서울신문과 머니투데이에 10억 원, HTV 7억4000만원 출자를 약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 하도급업체는 TV조선에 22억 원, JTBC 80억 원, 채널A 59억 원을 출자했다. 이 밖에 CUN에 1억 원, 머니투데이에 7억 원 출자를 약속했다.

김상조 교수는 “대기업이 (종편 등에 대한 사회분위기 상)직접 들어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기업들은 그런 부담을 피하고 하도급의 팔을 비틀어 들어오게 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종편의 비상장 회사들이 이런 관련성 때문에 들어왔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이렇게 하도급 업체를 통해 들어오면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