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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대표 경선 3파전, 후보들의 말을 듣다김현우와 이용길과 금민이 주장하는 진보정당 운동의 미래
한윤형 기자 | 승인 2013.01.28 18:01

통합진보당이 탄생했을 때부터 진보신당은 잊혀졌다. 사람들은 통합진보당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으로 생겨난 당이라고 인지했다. 정확히는 진보신당 일부 탈당파들이 건너간 상황이었지만, 그 ‘일부’에 노회찬과 심상정과 조승수 정도의 명망가가 포함되는 상황에서 그런 인식은 어쩔 수 없었다.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사태’가 났을 때 많은 시민들은 진보신당에 항의전화를 걸었다.

통합진보당에서 비당권파가 이탈하여 진보정의당을 만들었을 때 진보신당은 또 한번 잊혀졌다. 사람들은 이제 '진보 뭐시기'라는 이름을 가진 ‘이정희의 당’과 ‘유시민과 심상정과 노회찬의 당’을 기억할 뿐이었다. 진보신당은 홍세화를 당대표로 내세우며 반전을 꾀했지만 홍세화의 존재를 아는 것은 텍스트에 익숙한 일부 사람들 밖에 없었다.

   
▲ 지난 24일 열린 당대표 후보 2차 토론회 때 각 후보들의 모습. 맨 왼쪽은 사회를 맡은 김정진 변호사.

우리가 진보신당 당대표 경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렇지만 현재에도 진보신당은 1만 5천명의 당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중에서 당비를 납부하는 ‘당권자’의 숫자도 7천여명에 이른다. 이 당엔 국회의원이 하나도 없지만 당원조직으로만 본다면 국회의원이 7명이나 되는 ‘원내 제3당’ 진보정의당에 그리 뒤지지 않는다.

이는 이 당의 ‘역사’가 아직도 민주노동당의 전통에 일부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 직전 ‘십만 당원’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민주노동당의 당권자가 5만여명이었다. 그리고 자주파와 평등파의 마지막 당내투쟁이었던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자주파가 민 권영길은 1만 9천여표를, 평등파가 민 심상정은 1만 7천여표를 받았다.

2008년 2월의 분당 이후 2만명 가량의 당권자가 민주노동당을 이탈했다. 반수 이상의 당원은 그대로 탈당해서 진보정당 운동에서 이탈했지만 진보신당으로 넘어온 이들도 8천명에 달했다. 그후 촛불시위 때 입당하고 나간 사람들까지 해서, 2011년 무렵 진보신당의 당권자는 1만명이었다. 여기에 사회당이 통합하여 들어왔고 통합진보당(그후 다시 이동해서 지금은 진보정의당)으로 건너간 이들이나 탈당한 이들에 대한 덧셈과 뺄샘을 하면 7천명이 남았다는 거다.

즉 진보신당은 유력 정치인이 모두 이탈하고 정치담론에서의 존재감은 상실했을지라도 적어도 당원의 조직으로만 본다면 과거 민주노동당 평등파의 역량의 1/3 정도는, 그리고 ‘진보신당이 가장 흥했던 시기’의 70% 정도는 보존하고 있다. ‘종잣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 만만한 숫자는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만 명 당권자’의 진성당원제 정당을 만드는 일이 꽤 어렵다는 사실은 경험해본 사람만 안다. 통합진보당에 합류하기 이전 국민참여당의 당권자 숫자라고 해봐야 8천명 정도였을 뿐이다.

그런 정당이 지금 ‘당대표 경선’을 하고 있다. 당이 생긴지 만 5년, 선관위에 의해 ‘등록취소’당한 순간이 있지만 ‘신당’이란 명칭과는 달리 우스꽝스럽게도 현재 남한 사회에서 가장 오래도록 같은 당명을 고수하고 있는 당이다. 물론 이 당의 이름은 가설정당의 그것이었으니 아직도 못 바꿨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당대표단의 임기는 5년인데 벌써 5기 대표단 선거라는 것이 이 당이 겪었던 파행을 말해준다. 참고로 말한다면 1기는 공동대표단 체제였고 2기는 노회찬, 3기는 조승수, 4기는 홍세화 체제였다.

2기에서 4기까지의 선거는 단독 후보 출마에 의한 찬반투표였다. 정세의 엄중함을 보여주듯, 진보신당은 창당 이후 최초의 당대표 경선을 맞이하고 있다. 후보는 기호 1번 김현우, 기호 2번 이용길, 기호 3번 금민 이렇게 3인이다. 앞으로의 진보정당 운동이 어찌되든 이들의 선택은 주목해야 할 가치가 있다. 완전히 어론에서 밀려난 진보신당 대표 후보들의 경선, 미디어스가 모든 언론 중 유일하게 후보 3인에 대한 1대1 개별 인터뷰를 하였다. 이 기사는 그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한다.

세 후보의 생각이 흡사했던 부분들 

   
▲ 기호1번 김현우 후보.
진보정당엔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있다 생각하기 쉽지만 세 사람은 연령대도 다르고 운동의 이력도 제각각이다. 1971년생인 기호 1번 김현우 후보는 민주노동당 초기 서울시당 정책교육부장으로부터 시작한 당 상근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90년대 초반 학번들이 대개 그렇듯 학생운동을 하다가 서른살 무렵 창당된 민주노동당을 직장으로 잡고 오래도록 활동했다. 현재는 진보신당 녹색위원장을 맡고 있다.

1954년생인 기호 2번 이용길 후보는 민주노총 활동을 하다가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진보정당 운동에 합류한 ‘노동운동가 출신의 전형적인 민주노동당 정치인’이다. 2009년 진보신당 부대표가 되었으나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당의 야권연대가 원칙이 없다 비판하며 부대표와 충남도지사 후보를 모두 사퇴한 전력이 있다.

1962년생인 기호 3번 금민 후보는 사회당 대표 출신으로 2007년 대선 당시 사회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다. 사회당이 진보신당과 통합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보신당원이 되었다. 그는 현재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미디어스는 세 후보에게 1) 지난 대선 평가 문제, 2) 향후 당 지향 문제, 3) 재창당 문제, 4) 노동조합 및 미조직 노동세력과의 관계 문제, 5) 당조직 정비 방안, 6) 진보정의당과의 관계 문제, 7) 지방선거 대응 전략 문제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는 진보신당 내부에서 이 후보들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잣대는 아닐 수 있지만 당 바깥의 사람들이 보기에 가장 궁금한 부분이라고 기자 개인이 판단한 지점들이다.

이런 문제들에서 세 후보의 생각은 비슷한 구석도 많았다. 1)에 해당하는 대선 평가 문제에서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진보후보’가 4명이나 나오고, 그중에서 2명이 야권연대와 관련되어 사퇴하고, ‘노동자후보’ 2명이 완주하는 상황에서 진보신당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상황은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대선 대응이 잘못된 원인에 대한 평가의 결은 조금씩 달랐다.

이용길 후보는 “(진보신당이) 당 후보를 냈다면 노동자 후보 2명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홀로 완주하는 유일한 진보후보라는 괜찮은 그림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김현우 후보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겠지만 또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 대선”이라며 “출마를 통해 지향을 알리며 ‘조직적인 퇴각’을 했어야 했고 완주 여부는 그후에 판단할 수도 있었는데, 총선 이후 재창당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당이 주도적으로 대선기획을 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금민 후보는 “이번 대선은 87년 체제의 종식을 보여주고 민주대연합론이 완파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87년 방식의 진보도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함께 부정적인 시선이었지만 이용길 후보가 좀더 미시적인 차원을, 금민 후보가 좀더 거시적인 차원을 보았고 김현우 후보는 중간 정도였다.

3) 재창당 문제에서도 세 후보는 조속한 재창당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올해 5월까지 재창당 완료”를 명시한 김현우 후보가 약속한 시기가 가장 빨랐고 이용길 후보나 금민 후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재창당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세 후보 모두 이뤄져야 할 재창당이 그간 지연된 것이 당의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란 것에 동의했고 ‘가설정당’ 혹은 ‘임시정당’으로서의 진보신당의 한계를 지각하고 있었다. 다만 김현우 후보나 금민 후보는 재창당 과정에서 진보신당과 함께 할 단위가 현실적으로 없을 것이라고 본 반면 이용길 후보는 좀더 적극적으로 외부 인사들을 끌어와야 한다고 보는 듯했다. 

6) 진보정의당과의 관계 문제에 대한 생각도 비슷했다. 현재를 “제도/합법/대중적 좌파정치의 공백기”로 규정한 김현우 후보는 “그렇기에 진보신당이 빨리 깃발을 꽂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진보정의당을 좌파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김현우 후보는 진보정의당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같은 사업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협의단계부터 함께 하려면 그들이 우리를 떠난 사람인만큼 최소한의 자기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 사업이야 필요하면 민주당과도 함께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우리와 함께 하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원론적으로 봤을 때 우리의 진보정의당에 대한 태도가 민주당의 그것과 달라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후보는 총선 이후 노회찬 의원이 진보신당 당사에 예방했을 때 “진보신당 전 대표 노회찬 의원은 돌아가시기 바랍니다”라는 피케팅 시위를 한 전력이 있다. (해당 기사 링크

이용길 후보의 경우도 진보정의당에 대한 평가는 큰 차이가 없었고 향후 정계개편의 과정에서 그 세력이 ‘신민주당’이나 ‘안철수신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조각배’라도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진보신당의 역할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민 후보의 경우도 진보정의당을 ‘87년 진보’의 산물로 규정하고 향후 진보신당은 다른 좌파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연대에는 부정적이었다.

다소 갈렸던 생각들

   
▲ 기호2번 이용길 후보
한편 문제의식은 비슷하더라도 다소 실행방안에서 차이가 나는 사안들이 있었다. 5) 당조직 정비방안의 경우 세 후보 모두 당조직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지금까지 당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관지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공유했다. 김현우 후보는 “당내에서 결정-집행-소통-평가의 과정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기관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당비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는 “당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20명 이상의 상근자는 확보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재는 80만원 월급밖에 못주는 상근자가 십수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십년 동안 물가는 두배로 올랐지만 진보신당의 최저당비는 오른 적이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한동안 당원 배가가 힘들다면 당비인상부터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용길 후보는 당조직 정비방안에 대해 -이념/가치 확립, -조직정비, -정치사업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조직정비의 문제에선 현재 1만5천명 당원에 7천명 당권자인 당을 3만명 당원에 1만5천명 당권자인 당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 역시 그가 김현우 후보나 금민 후보에 비해 외연확대에 더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또 그는 기관지 만들기, 당원 연수원과 같은 교육기관 만들기, 비정규직 연대기금 확대 등을 정치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제시했다.

금민 후보의 경우 “기관지는 이해가 가는데 당원 연수원까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라고도 말했고 당비인상안에 대해선 “먼저 당이 신뢰를 얻고 난 후에 당원에게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가 중점을 둔 것은 당협강화론이었다. 그는 “전체 선거구가 200개가 넘는 상황에서 100개 정도의 당협은 있어야 지역사회에서 대응할 수 있다”면서 “현행 70개의 당협 중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반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 반”이라면서 “목표가 된 100개 당협 중 1/3은 이미 가지고 있고 1/3은 재정비해야 하고 나머지 1/3은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7) 지방선거 대응 전략 문제의 경우 금민 후보의 로드맵이 제일 구체적이었다. 그는 기초자치단체의원,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자치단체장의 전략을 나눴고 이를 각자 1번 전략, 2번 전략, 3번 전략이라 불렀다. 1번 전략에 대해서는 기초자치단체의원의 정당 공천이 사라지느냐 사라지지 않느냐에 따라서도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여하튼 여기서는 지역정치의 조직의 관점에서 2014년 지방선거까지 조직을 어느 정도 만들고 2016년 총선까지 그 조직을 확대하는 중기계획을 수립한다. 2번 전략은 주로 울산을 겨냥한 것인데, 기초자치단체장 2~3곳을 당선을 목표로 하고 선거전략을 짠다. “이 과정에서는 다른 야권 정당과의 연대논의가 당연히 나올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또 그는 “그러나 이 두 개의 전략에서는 당의 성격과 핵심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완주를 목표로 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전략적으로 하나 필요하다. 이게 3번 전략이다. 서울시장이나 울산시장 선거에 당의 핵심공약을 들고 나와 완주하면, 의제관심도 상승을 통한 당원 및 지지율의 증대를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다른 후보들은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취했다. 김현우 후보는 “할 수 있는 생각이긴 하지만 아직 선거구도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미리 판단하고 계획을 결정하는 것은 구체적인 정세를 등한시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쉽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역레벨에선 야권연대가 자율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지만 역시 기초자치단체의원 정당 공천 폐지 여부가 문제”라며 “녹색당 등의 정당과의 연대가능성이 오히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용길 후보의 경우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결과 기초자치단체 의원은 더 얻어냈지만 다른 단위의 선거가 붕괴하면서 당중심성에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면서 “다음 지방선거는 기초자치단체 의원이 정당 간의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는 만큼 유연한 전술을 기본으로 하되 당의 주체성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 전술을 짤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일 년의 대비과정은 필요하며 그것이 재창당을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노동중심성’ 문제에서 충돌한 세 후보 

결국 세 후보가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은 2) 향후 당 지향 문제와 4) 노동조합 및 미조직 노동세력과의 관계 문제였다. 그런데 사실 구호로만 들어보면 세 후보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김현우 후보는 “반자본주의를 위한 무지개 좌파정당”을 당 지향으로 내걸고 있고 이용길 후보는 “노동중심성을 바탕으로 한 녹색사회주의”를 내걸고 있으며 금민 후보는 “좌파당”을 말하고 있다.

이용길 후보는 “내가 말하는 것은 사실 그간 진보신당이 천명해 왔던 것이다. 진보신당 초기부터 말했던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란 구호가 녹색사회주의 아닌가. 또 우리는 이미 노동중심 진보정당에 동의한 바가 있다. 내가 노동중심성을 말하는 것에 대해 자꾸 조직노동을 우선시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노동문제 중 하나인 쌍용자동차가 비정규직 문제인가. 현차와 쌍차에서 철탑에 올라간 이들을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있다. 영세자영업자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으로부터 배제’되어 그 영역에 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추려내면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다”라며 ‘노동중심성’을 말하는 자신을 다른 후보들이 비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노동, 녹색, 장애, 여성 등 많은 부문이 있고 다른 문제가 노동문제보다 하위범주가 아니지만 노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삶의 문제이며 투쟁역량을 만들어내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에 앞에 있는 것”이라며 “창당 초기부터 비정규직 연대기금을 걷으며 노동문제를 대해온 진보신당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어째서 미조직노동에 대한 배제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다른 후보와 다른 시선을 보였다. 그는 “민주노총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민주노총이 잘못된 길을 간 데엔 그들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의 책임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중심성을 말할 때 조직문제와 노동정치 사업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노조조직률 10%를 왔다갔다 하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조직을 해야 하는 한편, 미조직 노동자까지 포괄한 노동정치 사업은 당이 따로 벌여야 한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그것이 부족했기에 우리가 조직노동에 고립된 것”이라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노동정치 사업은 노동법에 대한 폭넓은 교육이나, ‘알바수첩’과 같은 비정규 노동에 대한 실태조사로 서울의 몇 개 당협과 충남도당에서 실행된 바가 있다. 그는 “노동정치 사업에 대한 얘기를 핵심적인 것으로 소개해달라”고 기자에게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김현우 후보는 “87년 7월에서 9월까지의 투쟁의 기억에서 벗어나야 진보정당 운동이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중심 대중적 진보정당 운동이란 것은 사실상 민주노동당 노선이며 이것을 말하면서 미조직 노동까지 포괄한다는 것은 그들을 주체화할 전략은 없이 도움은 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대공장 조직노동 중심의 노동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핸 보완대책이 산별노조와 진보정당이었는데 두 가지 모두 표류하고 있다”며 당이 미조직 노동에 대한 더 강한 연대의식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민 후보 역시 “노동문제를 중시하는 것에 누가 반대하나. 하지만 민주노총의 기본문서를 보면 그것이 97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사용할 만큼 시대의 변화에 대한 감각이 없다. 과연 혁신의 동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일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감현우 후보와 마찬가지로 당이 민주노총에 너무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2차토론회에서의 이용길 후보의 지적대로 그렇다고 진보신당이 민주노총 출신들을 받아안지 않을 것도 아닌 상황에서, “민주노총 중심 진보정당 운동의 극복”이라는 테제가 실천적으로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는지는 다소 모호한 면이 있었다.

‘87년 진보의 극복’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 

그럼에도 김현우 후보와 금민 후보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87년 진보의 극복’이라는 문제의식은 담론차원을 벗어난 영역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진보신당에서만 논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 했다. 김현우 후보는 “제로성장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석유 고갈로 인한 에너지 위기, 그 에너지 위기가 곡물위기를 불러오고, 또 그것이 다시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미래상에 대한 전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죽산 조봉암 선생이 쓰셨던 ‘피해대중’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진보신당이 “자본주의 사회의 피해대중”을 두루 대변하는 정당임을 천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열려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현재의 진보신당은 체계는 완결되지 못했지만 그 역량만큼은 다른 당에 비해 보존하고 있었던 상황이다”라면서 “체계를 잡고 다시 시작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 기호3번 금민 후보
금민 후보는 비슷한 듯 다른 말로 현재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과거의 사민당/노동당 노선이 아닌 현재의 ‘유럽좌파당’ 노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87년 방식의 진보는 신자유주의 호황기의 진보다. 조직노동자 중심으로 복지를 사유하는 진보다. 케인즈주의식 완전고용이 가능하며 국가가 노동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믿는 진보다”라면서 “현재의 불황기에는 그런 전제들이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다. 일자리는 쪼개야 나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이후 유럽의 각 나라에서 ‘좌파당’이 결성되었다. 이 당들의 강령을 보면 ‘금융사회화를 통한 신자유주의의 종식’, 범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소득’,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일자리 나누기’ 등이 있다. 나라마다 특성에 따른 공약도 있다. 가령 그리스 좌파당은 해운업에 대한 공약을 가지고 있다. 한국적 실정에 대입해 보면 총수지배체제 해체 및 사회적 통제와 최저임금 인상안 등을 추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노동의 사태인식은 아직도 전태일 시대에 머물러 있다”면서 “노조 조직률을 올려야 한다는 방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미조직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노조를 통해 도움받을 것이 없다. 가령 편의점 알바생들에게 노조 만들라 그러면 ‘저 혼자 밖에 없는데요?’라거나 ‘그러면 사장님이 망할 거 같은데요?’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노조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진보정당을 만나야 오히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령 청년유니온을 보라. 조합원 수는 많이 늘어나지 않았지만 그들이 내세운 의제는 많이 사회화되었다. 조직노동이 대체로 외면해온 의제들이다”라면서 “그런데 청년유니온의 문제는 자신들이 내세운 문제를 노조형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만약 진보정당이 전국적인 의제를 저런 방식으로 내세웠다면 훨씬 더 대중화되고 조직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금민 후보는 ‘기본소득’이라는 브랜드를 주도적으로 내세운다. 그는 “기본소득은 사실 사회당이라서 덜 유명해진 아이템이며 사회당과 상관없이 유통되었다”며 “진보신당 규모의 당에서 달려든다면 훨씬 대중화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진보신당의 문제는 진보신당하면 떠오르는 핵심적인 의제나 정책이 없었다는 점”이라면서 “그렇기에 노회찬이나 심상정 조승수 등 ‘스타 정치인’과 ‘매칭’되었고 그들이 떠나자 당의 이미지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굳이 기본소득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가 기본소득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2월 1일 출범할 5기 대표단, ‘밀알’이 될까  

현재 진보신당 당대표단 선거의 공식 일정은 종료되었으며 어제부터 투표가 시작되었다. 투표는 2월 1일 18시에 종료되며 과반수 투표율이 넘을 경우 당일에 바로 당선자가 공개된다. 지금의 판세는 이용길 후보의 우세가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가운데 김현우 후보의 수도권에서의 ‘바람’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또 사회당 출신 금민 후보의 득표력이 어느 정도일지 여부도 관심사다.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는 세 사람이지만 5기 대표단은 이 당을 좀 더 ‘당같은 당’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바대로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위한 하나의 밀알’로 만들어내기를 기대해 본다. 

   
▲ 당 대표 후보 2차 토론회를 경청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의 모습. 이 토론회는 칼라TV로 생중계되었다.

한윤형 기자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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