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원일 칼럼] 우리나라는 한의사를 제외하면 OECD 국가 중 의사 수가 가장 적을 뿐 아니라 필수 및 지역의료 의사 부족 문제는 재앙 그 자체이다. 그럼에도 2000년 정원 외와 편입학을 포함하여 3,507명이었던 의과대학 정원이 3,058명으로 449명이나 감소하였다. 2020년 대한의사협회 분석에 따르면 11만 명의 활동 의사 중 미용성형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3만 명에 이르고, 그 3만 명 중 피부성형 전문의는 13%인 4천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의사 면허 취득 후 필수의료 등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신규 개원하여 피부과 진료를 하는 일반의가 86%에 이른다. 이러한 의사 관련 통계와 추세로 볼 때, 우리나라 의사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높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근 정부·여당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사 확보 및 적정 배치에 있어서 다른 정책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는 듯했다. 정부·여당은 의과대학 정원을 2천 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절대적인 의사 수 부족 문제에 대한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였고, 더불어민주당은 다수당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국회에서 수년간 눈치보기로 미적대던 공공의대 설치법과 지역의사제법을 전광석화와 같이 상임위에서 의결하는 과감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누가 누가 못하나'를 경쟁하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답게 정부·여당과 야당은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500명 전후로 타협할 것이라는 음모론에 빠져, 공공의대설치법·지역의사제법이라는 훌륭한 자신들의 정책 아젠다를 형해화시키는 오류를 범하였다. 간호대학 입학정원의 경우 82%가 비수도권에 배정되어 있음에도 활동 간호사는 오히려 감소 추세다. 즉 시장에 의존하는 입학정원 숫자놀음만으로는 필요한 분야와 지역에 의사를 배치하는 정책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의대 설치법과 지역의사제법의 핵심은 국가 책임하에 무상교육으로 의사를 양성하고, 양성된 의사는 일정 기간 필수의료 또는 지역의료에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육군사관학교 또는 간호사관학교를 연상하면 된다. 입법독주라는 오명까지 써가며 국회 상임위를 통과시킨 두 법안을 두고 한눈을 파는 사이에 제21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통과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생색내기 정책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2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연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2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연 '공공병원 및 의대정원 확대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부·여당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2천 명 증원되어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의사가 적정하게 배치되지 못할 것이라는 근거와 지표들은 차고 넘친다. 파격적으로 증원된 의과대학 입학정원 배정은 교육 인프라에 비해 성균관대나 울산대와 같이 입학정원 규모가 적은 대학들을 중심으로 증원하는 것과 함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위한 공공의과대 신설이나 지역의사제법을 통해 다양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의 덫에 빠진 정부·여당은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공공의대 설치법과 지역의사제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의대정원만 늘리면 시장이 알아서 적정하게 배치해 줄 것이라는 '미신'에서 깨어나야 한다.

2020년처럼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의사집단의 진료거부에 또 다시 굴복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의과대학 정원 숫자에 매몰되어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가중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지역 중심으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향으로 의과대학 입학정원 정책방향을 전환하여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공공의대 설치법'과 '지역의사제법'을 제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다. 국회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부·여당과 야당이 정신만 차린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한 국가보건의료체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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