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박민 KBS 사장이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과 관련한 유가족의 면담 요청을 끝내 거절했다. KBS 내부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상처에 또 한 번 소금을 뿌리는 박민 사장의 태도에 환멸을 느낀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KBS본관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언론노조가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KBS 사측은 26일 오후 5시께 세월호가족협의회에 ‘<다큐인사이트> 편성은 TV편성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다’ ‘방송법에 따라 사장도 편성에 간섭하면 안 되는 것으로 면담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앞서 세월호단체는 지난 21일 박민 사장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22일 KBS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유수희 KBS시청자센터장이 대신 나왔다. 유 센터장은 “사장실에서의 면담을 추진하려고 노력했는데, 일정이 촉박해(참석하지 못했다)”며 “(방송 무산이)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27일 실무 제작진의 의견이 반영되는 공식 회의가 열리는데 논의 결과를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에 유가족은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면담을 요구한 것인데, 27일 확정된 후에는 의미가 없다”며 26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재요구했으나 면담이 무산된 것이다. 세월호단체는 ‘세월호 10주기 다큐 제작 무산’의 당사자 이제원 제작1본부장의 배석도 요청했다. 

또 KBS 사측이 TV편성위원회를 앞두고 관련 안건명에서 ‘세월호 10주기’ 명칭을 제외해달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서 ‘세월호 대신 트라우마 다큐 제작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2일 KBS 본관 안에서 세월호 단체와 유수희 KBS 시청자센터장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22일 KBS 본관 안에서 세월호 단체와 유수희 KBS 시청자센터장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지난주에는 면담 일정도 제대로 정하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회사로 오게 해 능욕을 하더니, 이제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방송법, 편성의 자유를 거론하며 면담을 거부해 또 한 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낙하산 박민 사장의 태도에 환멸을 느낀다”고 규탄했다.

KBS본부는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편성 삭제하고 진행자와 패널을 교체해 수많은 편성규약 위반을 밥 먹듯이 일삼은 낙하산 박 사장이 방송법, 편성의 자유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이 상황 자체가 코미디”라며 “편성위원회 또한 이제원 본부장을 비롯한 사측이 현재 안건 제목에서 ‘세월호 10주기’를 빼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해 파행 위기에 놓여 있지 않나, 세월호 지우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세월호 가족협의회 측이 사장뿐 아니라 이제원 본부장의 배석도 요구한 것은 이번 세월호 다큐 4월 방영을 막은 이유에 대해 소명하고 재고해달라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낙하산 박 사장은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가족협의회를 자신들의 의사 관철을 위해 떼를 쓰는 집단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사측의 공문을 보면 낙하산 박 사장은 마치 이번 일과는 상관이 없다는 태도가 읽힌다”면서 “정말 낙하산 박 사장 당신은 책임이 없나, 지금 이 모든 사태를 불러온 이제원 본부장은 당신이 임명한 본부장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KBS본부는 “국민들은 끊임없이 왜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가 4월에 나갈 수 없는 것이냐고, 도대체 총선과 무슨 상관이냐고, 공영방송에게 질문하고 있다”며 “낙하산 박 사장은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서 응당 이에 답해야 한다. 자신의 의무를 해태한 낙하산 박민은 더 이상 공영방송 수장으로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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