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10년 새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가 4배 늘었다. 압수수색 영장은 검찰이 청구하지만, 발부 여부는 법원이 결정한다. 그런데 영장 발부율이 99%란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자판기냐’는 비판이 나온다. 압수수색은 강제수사 절차의 하나로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 9일 MBC <PD수첩>은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방송 다시보기)을 방송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윤 대통령에 관한 글을 작성했다가 압수수색 당한 심권욱(가명) 씨 사례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압수수색 남용‧악용 실태와 영장 시스템의 문제를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8일 해당 회차 연출한 박종은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에 대한 반응이 괜찮았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방송 후 다른 언론사에서 기고문 요청도 오고 다른 기자들도 잘 봤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됐다는 얘기나 압수수색이 문제 있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는 후기를 많이 전해주셨습니다.”

압수수색 관련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한 6, 7개월 전에 (김)재영 부장님과 같이 신문 보다가 압수수색 문제가 있으니 이런 걸 다뤄봐도 괜찮겠다는 얘기를 나눴어요. 그러곤 그냥 넘어갔는데 그 이후에 언론사 압수수색이 많이 벌어졌잖아요? 그러면서 아이템 생각이 났죠. 실질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껴질 만큼 압수수색이 많이 발생한단 생각에 이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5월 말 MBC 뉴스룸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 방송에는 안 담으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방송법상으로 공공자산인 전파를 MBC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었습니다. 방송 통해 스스로를 대변한다고 인식되면 시청자들로선 전체 논지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런 부분 신경을 썼고요. 또 압수수색 제도 자체의 문제점이 부각되길 바랐습니다. MBC가 당한 압수수색도 굉장히 무도한 일이긴 했지만, 다른 사안을 드라이하게 전달하는 게 시청자 입장에서 더 와닿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저희 MBC가 압수수색 당한 건 뺐습니다.”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10년 새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가 4배나 늘었다고 나오는데, 이유가 뭘까요?

“전문가들 하는 말이 예전엔 잡아가서 자백받는 식의 수사가 이루어졌다면 구속영장 실질심사 제도가 생긴 후에는 그렇게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자백을 강요하면 문제가 크게 되거든요. 옛날에는 자백이 증거의 왕이었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증거 찾는 위주로 수사가 진행되다 보니 압수수색 청구 빈도가 늘어난 것이죠. 또 최근엔 스마트폰에 개인에 대한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보니 그것 때문에 압수수색 청구가 늘어난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검찰이 하고 발부 결정은 법원이 하는 건데, 청구와 발부 중 무엇이 문제일까요?

“어디 문제라기보다 영장 시스템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아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데 법원이 청구 ‘서류’만 보고 판단하게 해놓은 시스템이잖아요. 그런 구조에서 검찰은 영장을 받아내야 하니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하기보다 조금 과장해서 쓰게 될 여지가 있습니다. 판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려고 하지만 검사가 작성한 수사기록, 서류만 보고 판단해야 하니 한계가 있겠죠.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99% 발부라는 잘못된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작성한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건 객관적이지 않잖아요.

“그렇죠. 영장전담을 했던 판사 출신 변호사를 인터뷰했을 때도 인정하는 부분이었어요. 참고인 진술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 참고인은 ‘나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는데요.’라고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박종은 MBC〈PD수첩〉 PD
박종은 MBC〈PD수첩〉 PD

가장 먼저 심권욱(가명) 씨 사례를 소개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엔 언론사 압수수색 얘기를 먼저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압수수색이 너무 먼 얘기처럼 느껴질 것 같았어요. 정치인이나 언론인들만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좀 더 와닿게 하고 싶어서 첫 사례로 배치했습니다.”

심 씨의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통령 비판 글 작성한 일로 압수수색이 들어왔다고 나옵니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건지 이해가 안 되는데?

“정확한 혐의는 ‘협박미수’인데 협박이 미수가 된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 글을 실제로 대통령이 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들어와서 강제수사 한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됩니다. 또 경찰은 묻지마 살인 사건에서 살인 예고 글과 똑같이 대응했다고 얘기했는데, 심 씨가 작성한 글을 살인 예고 글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제가 묻지마 살인 사건을 취재했거든요. 보통 살인 예고 글은 특정 시간대와 장소를 언급하고 흉기를 보여준다든지 살해 방법을 얘기하는데, (심 씨 글은)누가 봐도 그냥 한 말인데 이걸 살인 예고라고 보고 대응했다는 건 앞뒤가 안 맞죠. 그러니까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고 당사자가 피해는 당했는데 그 누구도 속 시원하게 설명을 안 해주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제약될 수밖에 없죠. 압수수색 당할 수도 있는데 겁이 나서 누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그분 집에 있는 게 물총밖에 없다면서요?

“물총이 문제라고 생각은 안 했겠지만 이미 서류 상엔 굉장히 위험인물로 돼 있잖아요. 판사는 서류만 보니 무기가 있을 수도 있겠다라고 판단한 것 같아요. 압수수색은 강제수사의 방법인데 그걸 서류만 보고 판단한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하죠.”

심권욱 씨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나오던데 이 정도 사건에 그런 결정이 가능한가요?

“저희도 그게 의외였어요. 근데 아무래도 압수수색까지 해놓으니까 그냥 넘어가기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누가 봐도 검찰에 송치할 만한 사건도 아니고 공권력 낭비죠.”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실탄 관련해 검색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연락한 사례도 나오던데 그건 사찰 아닌가요?

“실탄 검색은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이 사건은 합법의 이름을 쓴 또 다른 이름의 사찰이고, 간단히 넘길 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깊이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포털에 대한 압수수색이 점점 늘어나고 있거든요. 포털 압수수색을 통한 사찰 문제는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9월 검찰이 독립언론 뉴스타파 사옥과 소속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 했잖아요. 그 소식 처음 접했을 때 어떠셨어요?

“역시 많이 놀랐죠. 압수수색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저렇게 언론사 사옥 안으로 들어가는 건 보통 다 저지당하잖아요. 근데 뉴스타파 사무실에 그냥 밀고 들어갔죠. 그리고 기자들 자택 압수수색까지 동시에 했는데, 저렇게까지 과하게 수사를 할 만한 사안인 건가 싶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사도 범죄 혐의가 있다면 할 순 있겠지만, 압수수색 할 때 정교하게 피해가 안 가도록 해야지 않을까요?

“그렇죠. 압수수색 자체에 대해서도 정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압수수색 방법에 대해서도 정교하게 해야 합니다. 영국 같은 경우 압수수색 방법과 관련해 굉장히 디테일하게 규정해 놓았거든요. 그러나 한국은 굉장히 자의적으로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그건 시급하게 손을 봐야 할 문제입니다.”

뉴스타파 압수수색 사유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했다는 건데요. 대통령 명예훼손을 문제 삼는 게 맞나 싶어요. 더군다나 뉴스타파 보도는 검증 차원인데?

“대선 후보에 대해서 의혹 제기하고 검증하는 보도를 명예훼손이라고 하면 앞으로 대선, 총선 때 누가 그런 기사를 쓰겠습니까? 그런데 그 피해를 누가 받느냐면 유권자들입니다. 뽑는 사람들이 정보를 제대로 못 받고, 그렇게 검증 안 된 후보를 뽑아서 또 피해를 당할 거잖아요. 그런 손해에 대해 누가 책임질 건지도 궁금하고, 공적 사안에 대한 보도가 명예훼손이 된다는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일인데.

“그렇죠. 그래서 특히 외신들, 바로 옆 나라 일본 기자도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언론자유는 언론이 특별해서 보장되는 게 아닙니다. 민주국가에서 이렇게 하는 건 쪽팔리는 일이잖아요. 선진국들이 기본적으로 지키는 룰 자체를 쉽게 무시하는 처사죠. 국격이 있고,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라는 게 있는데 언론사 압수수색을 광범위하게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란 국가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고 하는 걸까요?”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1년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문제 삼을까요?

“총선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죠. 총선 때 이런 보도가 많이 나올 텐데 그때를 대비해서 언론 길들이기 하는 게 아니냐는 예측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형평성에도 안 맞게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것 같아요.

“압수수색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검찰에 있죠. 제도 취지의 목적은 경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을 검찰이 한 번 걸러주자는 건데, 거르는 역할은 못 하고 있어요. 오히려 권력에 가까운 존재에 대해선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압수수색을 안 하게 되는 결과만 낳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송 보면 압수수색 사유 중 하나로 언론 보도를 근거 삼았는데 보도 내용은 검찰이 흘린 거잖아요. 이게 맞나 싶어요.

“매우 웃기는 상황인 거죠. 검찰에서 흘린 걸 증거로 제출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걸 증거로 제출할 만큼 내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잖아요? 다른 전문가들과 검사분들은 ‘내사를 탄탄하게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리고 검찰과 언론이 이런 식으로 관계를 맺는 게 좋지 않잖아요. 그 고리를 끊어내야죠. 검찰의 의심일 뿐인데, 그 내용을 가지고 기사 쓴다는 건 검언유착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리제도가 필요할까요?

“사전심리제도도 필요하고 그 이상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지털 쪽에 관한 부분은 논의는 있었는데 아직 제대로 법제화된 건 없거든요. 디지털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부분은 심리제도 이외에 또 다른 제도로 보완이 돼야 할 것 같아요. 디지털 자료 압수수색이 가져오는 피해가 엄청나게 크잖아요. 그래서 사전심리제도 이외의 제도도 필요합니다.”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압수수색 자체가 굉장히 실질적인 공포라는 걸 느꼈어요. 인터뷰 중에 누군가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한국은 나쁜 놈 잡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열망이 너무 강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 근데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라고요. 수사기관에서도 원칙적으로는 99명의 범인을 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에서도 그 원칙이 적용돼야 하고 시민들한테도 그런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그냥 ‘나쁜 짓 안 하면 되잖아’라는 게 아니라, ‘압수수색은 누구든 당할 수 있고 굉장히 실질적인 공포를 주지만, 아무런 보호막 없이 들어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 그럼에도 시스템적인 개선 없이 검찰과 판사에게 맡겨놓는다는 건 시한폭탄 던져놓는 것’이란 인식이 필요한 거죠. 특히나 요즘처럼 디지털 자료가 중요한 사회에서 이 공포가 그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청자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방송에 어떤 일로 압수수색 당했는지 말씀하시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이미 압수수색 영장 한 번 받음으로써 지역사회에 소문이 났기 때문에요. 그리고 압수수색에 관해 얘기했을 때 검찰을 더 자극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하셨고요.”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내용이 있나요?

“녹색연합 사무처장님이 아주 짧게 나왔잖아요. 자세히 살펴보면 제주뿐만 아니라 녹색연합 같은 환경시민단체, 4대강 관련해서 재자연화를 시도했던 다른 사람들도 압수수색을 많이 당했어요. 그리고 충남 농민연합회 사람들도 압수수색을 당했거든요. 그걸 취재했지만, 당사자분들이 힘들어하셔서 방송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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