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연합뉴스 기자가 보수단체가 창간한 미디어비평지 '미디어X'에 기사와 칼럼을 게재했다. 사규 위반으로 징계해야 한다는 사내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그는 '재능 기부' 차원에서 한 일이라며 징계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연합뉴스 사내게시판에 <연합기자의 '미디어X 투잡'은 사규 위반일까>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최근 연합 고참 기자께서 지난 9일 창간된 '미디어X'에 44건의 기사를 작성한 행위가 과연 회사 사규에 위반될까"라며 "이 분은 2021년 11월 1일부터 805일 동안 지역 주재기자를 하면서 단신을 비롯 모두 700건의 기사(회사 통합검색시스템 기준)를 송고하셨다. 하루에 0.87건의 기사를 썼단 얘기"라고 짚었다.

글쓴이는 '미디어X'에 기사를 작성한 자사 기자의 행위는 사규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사규는 ▲허가없이 타 직업에 종사하거나 관여하는 행위 ▲허가없이 회사 외의 단체 또는 기관 등에 가입하거나 입후보 또는 선임되는 행위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 ▲회사의 업무내용을 무단으로 사외 유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글쓴이는 "현재 경영진은 이를 묵과하고 넘어가려는 분위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특히 이 분은 '투잡 논란'이 일자 본인 이름으로 작성한 기사를 다른 기자 이름으로 바꾸는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반성하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경영진 대부분이 이 분과 입사 동기여서 혹시 봐주려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글쓴이는 "정확한 업무감사를 벌여 진위를 파악해 처분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특히 사장은 성희롱 등 각종 회사 내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확실하게 조치하지 않았기에 내부 일부에서 무능한 CEO라는 악평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만큼은 조직근무 기강과 위계를 제대로 세우기 바란다"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에 ▲"징계가 당연히 맞지만 성희롱 보직부장, 을지부역자, 콘텐츠 무단삭제 놔두고 이것만 징계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제대로 조사해서 사규 위반이 확인될 경우 응분의 조처를 해야 한다" ▲"유튜브 영상 무단삭제, 미디어X 투잡, 을지부약자 이런 어이없는 기강문란 행태를 방치하면 경영진은 더 있을 필요가 없다" ▲"스스럼 없이 이런 행위를 하는 문란한 기강도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경영진이 아무 조치도 안 할 것 같다는 느낌"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에 당사자인 A기자는 사내게시판에 해명글을 올리고 "'미디어X'에 글을 올린 것은 맞다. 홍범도 관련 칼럼 3건과 일부 스트레이트(기사)"라며 "다만 40건 넘게 썼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미디어X'에 참여하는 현직 기자들이 본인 신분의 노출을 꺼려 필명을 'OOO'(A기자 본명)로 했다가 다른 필명으로 최근 전환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X'에 타 언론사 현직 기자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A기자는 "'미디어X'는 좌편향된 미디어오늘과 경쟁하면 언론계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재능 기부 차원에서 칼럼을 써 줬다"며 "이게 사규에 위반된다면 어떠한 징계라도 감내하겠다"고 했다. 

A 기자는 "다만, 근로 계약을 맺거나 돈을 받은 게 없는데 겸직 금지 위반이 될지 모르겠다. 달동네 연탄배달 봉사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며 "또한 대선 기간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해도 침묵한 경영진이 '미디어X'가 보수성향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조항을 적용해 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A기자가 '미디어X'에 게재한 칼럼은 <'독립군 몰살' 자유시참변의 주범은 레닌 정권>, <역사학계, 홍범도 붉은 행정 '묻지마 두둔'>, <'독립군 몰살' 자유시참변의 최대 수혜자는 홍범도> 등이다. 

'미디어X'는 보수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창간한 '우파 미디어비평지'다. 공언련은 창립 전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이란 이름으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기간 공영언론의 보도를 모니터링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접수와 고발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홈페이지상 법인사업자로 기재돼 있는 공정미디어연대는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지원을 받아 '공영언론 가짜뉴스 OUT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X 1월 11일 기사 갈무리 
'미디어X' 1월 11일 기사 갈무리 

'미디어X'는 지난 9일 창간기념식을 개최했다. '미디어X' 보도에 따르면 창간식에 윤석열 대통령과 박민 KBS 사장 등이 화환을 보냈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축기를 보냈다. 

대통령실은 축전을 보내 "공정언론국민연대의 미디어X 창간 및 신년회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공정언론구현을 위한 인터넷 미디어 감시와 비평의 미디어X 활약을 기대하며 응원한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상인 부위원장은 서면 축전에서 "미디어 감시 매체인 '미디어X'의 창간을 계기로, 민주적 여론 환경을 조성하는 대표적인 언론 시민단체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며 "정부의 노력과 함께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한 상황인 때에 '미디어X'가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추적해 고발하는 어려운 역할에 앞장서 주신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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