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영화배우 이선균의 사망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 오보이거나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 그는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들었고, 곧 이 모든 상황이 정리되리라 생각했다. 별 무리 없이 무혐의로 사건은 종료되리라 생각했다. 그의 사망 보도가 진짜라는 말을 듣고도 사실 믿지 못했다.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 이런 장난 재미없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설마, 또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 허망하고 안타까웠다.

배우 이선균의 마약 투약 수사 내용이 보도되었을 때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뉴스에서, 유튜브에서 연일 이야기 되고 있으니 눈에 띄었지만 클릭해서 보거나 찾아서 읽거나 하지 않았다. 사실 매일, 매시간 뉴스마다, 몇십 분 단위로 올라오는 인터넷 기사에 도배되다시피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이선균 관련 이야기가 피곤했다. 가만히 있어도 이야기는 전해지는 법이라 보지 않고 읽지 않아도 사건의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배우 이선균 (서울=연합뉴스)
배우 이선균 (서울=연합뉴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이에 이야기는 살이 붙어 하나의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것이 괴물로, 도깨비로 둔갑해 버렸다.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동안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고 오직 물고 뜯고 뱉는 데에만 열중하게 되었다. 구리고 구린 세상인 것이다. 원래 구린 냄새는 지독하게 오래가고 구린 냄새에 익숙해지면 더는 구린지 아닌지 알지 못하게 된다. 이 지경에 이르면 99%가 거짓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남은 1%의 진실도 외면하게 된다.

1분 1초마다 관련 기사가 만들어지고, 언제 어디에서든 뉴스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알고리즘은 내 입맛에 맞는 뉴스를 찾아주고, 유튜브에선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되지 않는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쏟아진다. 우린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찾아보고 댓글을 달며 그럴 줄 알았다고, 내가 그때부터 알아봤다고 선견지명을 자랑하지만 사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가짜뉴스를 보고 읽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같은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짜뉴스든 진짜 뉴스든 정확한 확인 절차 없이 일단 보도부터 하고 보는 것. 뉴스를 만드는 사람과 뉴스를 보는 사람의 생각과 태도가 일치한다. 바로 ‘아니면 그만이지’다. 나에게 배우 이선균 관련 보도가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나이가 들어가면서 힘든 일 중 하나는 많은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는 게 힘들다. 특히 자살에 관한 비보는 내 삶을 흔든다. 오래도록 생각하고 아주 오래도록 우울하다. 생활의 한 축이 어긋나버린 것처럼 문득 또 문득 생각하고 질문하게 된다. 나는 이선균과 아무 관련 없지만 아깝고 또 아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이런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오죽할까.

이선균이 마지막으로 남겼다던 말이 명치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연일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신문, 방송이 조용해졌다. 물고 뜯고 즐기던 사람들도 일순 조용해졌다. 그 많던 방송과 신문, 연일 기사를 퍼다 나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여 이번 일을 개인의 비극적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신문도, 방송도, 독자도 그의 죽음에 관해 양심이 조금도 찔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그 마음과 과정은 그에겐 지옥과 같았을 것이다. 마치 없었던 일처럼 조용해졌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될 수는 결코 없다. 그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과정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를 죽음에 이르도록 내몬 무엇,

이제 뒷이야기를, 진짜 이야기를

신문, 방송은 우리에게 알려 줄 의무가 있고,

우리는 끝까지 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2023년 12월 첫 번째 장편동화 『올해의 5학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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