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EBS 노동조합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유열 EBS 사장이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단협파기·파업종용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다만 김 사장은 EBS노조가 구두로 제시한 '전 부서장 해임'이라는 협상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EBS노조는 사측이 무능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 떠넘기고 있다며 사장 신임투표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 지부는 5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EBS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유열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EBS지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 지부는 5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EBS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유열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EBS지부)

김 사장은 5일 '직원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영실적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느낄 뿐 아니라 최근 노동조합 간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적절하지 않은 사측 발언이 있었고, 이후 이어진 협상 결렬과 일련의 갈등 양상에 대해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전 직원분들께 현재의 비상경영, 그리고 임단협을 진행하면서 심려를 끼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BS 사측은 임단협안으로 ▲올해 임금 동결 ▲5% 삭감을 전제로 한 주4.5일제 적용 ▲연차휴가 폐지 등을 제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언론노조 EBS지부)는 물가상승률에 상당하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섭과정에서 EBS 사측 위원이 '사측안을 거부하면 단협 폐기할 것' '이후 파업이나 사장 퇴진 운동은 노조에서 알아서 하라'고 말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김 사장은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단협파기 및 파업 종용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와 사측 교섭위원 전원교체를 요구했다"며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우선 '사장의 공개사과와 교섭위원 전원교체'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사측은 11월 30일자 공문을 통해 '사장이 사과를 표명할 의향이 있고', '교섭위원을 교체하고 임단협 실무소위를 소소위로 전환'해 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 

김 사장은 "노조는 회신 공문을 통해 '실무소위 교체 교섭위원명단'과 '사장 사과 방식 및 시기'를 요구해왔다. 사측은 12월 4~5일 중 게시판을 통해 사장 사과문을 게시할 것이란 사실과 전원 교체된 실무소위 명단을 통보했다"며 "그러나 노조는 공문을 통해 '사측에서 회신한 답변은 노동조합 요구사항에 부합하지 않음'을 통보해 왔다"고 했다. 

김 사장은 "저는 사과와 교섭위원 교체를 요구한 노조 성명서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교섭위원을 교체할 것임을 밝혔다"면서 "구두로 통보되었던 전 부서장의 보직해임 요구가 노사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이라면 사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임을 밝힌다. 사장의 인사권은 경영권의 핵심으로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EBS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헌신으로 2023년에 비해 200억원 이상 수지가 개선된 2024년 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게 되었다"며 "조금만 더 노력하고 협력한다면 머지않아 적자 경영에서 벗어날 기반이 마련된다.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노사 간 협상이 재개되길 바라며 협상에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성실하게 임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김유열 EBS 사장 (사진=EBS)

언론노조 EBS지부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EBS지부는 "2022년 3월 김유열 EBS 사장이 취임한 뒤 사상 초유의 적자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EBS의 적자 규모는 2022년 256억 원, 2023년 약 300억 원"이라며 "김 사장은 대외 환경 분석이나 사업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조직 개편과 사업 확장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EBS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고 비판했다.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사측은 EBS가 자본잠식의 상황에 접어들어 구성원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구성원들을 옥죄기만 한다"며 "비용절감, 제작비 절감, 인건비 절감을 통해 이 상황만 모면하려는 것 말고는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EBS가 놓인 경영위기, 자본잠식의 위기, 경영실패의 위기가 과연 그런 독재로 해결될 수 있는지, 노사관계의 파괴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김유열 경영진이 갖고 있나"라며 "갖고 있지 않다면 지금 당장 그 직을 내려놓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정형택 언론노조 SBS 본부장은 "단체협약은 헌법과도 같고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보장하고 있는 우리 사업장의 정말 중요한 협약이다. 악덕 기업만이 단협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2년 전 SBS에서 단협 해지권이 발동되는 순간 SBS 조합원 90%가 쟁의 투표에 참여했고, 90% 넘게 표를 모아 사측과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오늘(6일)부터 8일까지 조합원 501명을 대상으로 사장 신임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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