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데 극도로 중요한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돈다발 사진과 같은 자극적인 수단을 이용해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큰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조폭이 주장하고 국민의힘이 키우고 보수언론이 확산한 이른바 '이재명 조폭 돈다발' 의혹의 1심 판결 내용이다. 

윤석열 정권이 척결하겠다는 '가짜뉴스'의 전형으로 대선을 앞두고 폭력 조직 '국제마피아' 행동대원 주장을 사실확인 없이 옮긴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부장검사 강백신)이 수사를 개시할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보수언론 보도에 대한 긴급심의에 나설지 관심이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2021년 10월 19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김용판 의원의 경기도 국정감사 돈다발 사진자료'를 제시하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황인성)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제마피아' 행동대원 박철민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박철민 씨는 지난 2021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자신의 측근에게 20억 원을 전달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 일관되지 않거나 모순되고, 뇌물 총액을 20억 원으로 특정한 근거가 전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공표·적시한 사실은 허위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재명은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 중 한 명이었기에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나 뇌물을 수수했다는 사실은 유권자의 표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항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이재명은 자칫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일 수도 있었다"면서 "피고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증인을 확보하기 위해 마치 사법을 거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처럼 제안하고, 증인 신문 과정에서 증인에게 욕설하는 등 재판에 임하는 태도도 불량했다"고 했다. 

박철민 씨로부터 제보를 받은 장영하 변호사(현 국민의힘 성남 수정당협위원장)는 이재명 대표가 '국제마피아' 측근들에게 사업 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는 내용과 현금 다발 사진을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에게 넘겼다. 김용판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해당 돈다발 사진을 공표하고 '이재명 조폭 돈다발' 의혹을 제기했으나, 곧바로 해당 돈다발 사진은 박철민 씨가 2018년 11월 21일 렌터가 사업을 해 번 돈이라며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한 사진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김용판 의원에게 의혹제기 기자회견을 권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주어지지 않는 장소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이를 고발해 진상규명하겠다는 얘기였다.

장영하 변호사도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는 검찰의 기소가 아닌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결과다. 경찰은 박철민 씨와 장영하 변호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기소의견 송치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장영하 변호사가 박철민 씨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었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인용했다. 

장영하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조폭 돈다발' 의혹을 적극적으로 기사화 한 매체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돈다발 사진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박철민 씨의 주장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박은주 조선일보 에디터는 2021년 10월 18일 칼럼<[박은주의 돌발] ‘조폭연루설’ 이재명 12번 웃었지만, 이 말은 안했다>에서 "기자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 건, 이재명 지사의 ‘12번의 웃음소리’"라며 " ‘경악’ 놀람’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대단한 내공"이라고 비꼬았다. 

박은주 에디터는 "김용판 의원이 ‘폭탄성’ 발언을 했는데도, 그는 '그렇게 했으면'이라고 뭉뚱그려 답했다"며 "김 의원이 질의하는 동안, 단 한번도 ‘국제마피아’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이태호’ ‘박철민’ ‘1억원’ ‘돈’ ‘조폭’이라는 단어를 되묻거나, 구체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뭐? 국제마피아?' 되물은 건, 국민들뿐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021년 10월 19일 사설 <대통령 후보에 '조폭 연루설'이라니, 李 지사 "소송"만 말고 설명을>에서 "조폭 출신 제보자는 스스로 '박철민'이라는 실명과 본인 사진을 공개하며 '허위일 경우 얼마든지 처벌받겠다'고 해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선일보는 "걔는 거짓말 안 한다"는 박철민 씨 아버지 박용승 씨(성남시의회 3선 의원 출신) 인터뷰, "거짓이면 제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내용이 담긴 박철민 씨의 추가진술서, "다음 주까지 이재명 조폭 유착 증거를 공개하겠다"는 박철민 씨 주장,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 인터뷰 등을 보도했다. 

2021년 10월 1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전 질의를 마친 후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1년 10월 1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전 질의를 마친 후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박철민 씨 1심 유죄 이후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의 수사를 촉구했다. 또 TV조선 '뉴스9' <야당 "전 조폭, 이재명 보스에 20억 지원"…이재명 "면책특권 제한해야">(2021년 10월 18일)을 비롯한 종편 보도를 방통심의위에 긴급심의를 신청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과 조폭이 함께 내고 보수 언론이 확산시킨 이러한 치명적인 가짜뉴스에 대해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의 강백신 검사가 이재명 대표의 명예 회복을 위해 윤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만큼이나 전방위적이고 헌신적인 수사를 해줄지 의문"이라며 "당시 김용판 거짓 국감 자료를 제공한 장영하 변호사의 사례는 역시나 검찰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접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책위는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언론이 해당 허위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며 허위사실의 확대 재생산에 일조했다"며 "강백신을 비롯한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은 해당 사건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과 같은 기준으로 수사하여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특별수사팀은 앞서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뉴스타파, JTBC, 경향신문,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를 압수수색했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는 같은 날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기간 중 ‘이재명 후보의 조폭 연루’와 관련한 보도 및 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긴급심의 민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국민소통위는 "박철민만 단죄당하면 그만인가. 당시 언론은 가짜 의혹을 검증없이 보도해 가짜뉴스를 살포했다"며 "TV조선은 김용판 의원이 제기한 돈다발 의혹이 허위임이 당일 확인되었음에도 이를 배제하고 의혹만 보도했다"며 "TV조선 외에도 다수의 종편에서 비슷한 내용의 가짜뉴스가 보도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를 인용보도한 KBS·MBC·JTBC·YTN 등을 긴급심의 대상에 올려 최고수위 제재인 '과징금'을 의결했다. 방통심의위는 "대선 불과 이틀 앞두고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되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객관적 진실 추구보다는 이슈 몰이에 편승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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