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최근 한국조폐공사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조폐공사에서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어 서비스를 한다는 내용이다. 서비스 내용은 NFT 전시, 오롯디윰관(조폐공사 플래그십 스토어), 세미나 및 회의실, 체험형 교육실, 홍보 및 특별전시 등이다. 메타버스 역시 공간이니까 회의실, 교육실, 전시 등의 서비스는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요즘 메타버스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아 실제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공공기관으로서는 해볼 만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NFT를 만들어 전시하겠다는 내용이다. NFT(Non-fungible token)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 토큰이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NFT 금거래소를 열었다. 조폐공사가 품질을 보증하는 금과 가치연동이 되는 NFT를 판매하는 시장이다. 실제 판매는 민간 기업들이 담당하고 조폐공사는 상품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조폐공사의 메타버스 구축은 금과 연계된 NFT 판매를 위해 가상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그동안 조폐공사의 주 수입원은 국내지폐 발행, 해외 지폐 수출, 여권 및 상품권 발행 등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종이 기반의 상품들에서 대부분 나왔다. 현금 없는 사회로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조폐공사의 수입원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전환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미지 출처 한국조폐공사 티스토리  
이미지 출처 한국조폐공사 티스토리  

사실 적자를 보더라도 한국조폐공사법에 의해 설치되고 운영되는 조폐공사의 문을 닫을 수는 없다. 법에 명시된 조폐공사의 기본 목적은 위조가 불가능한 화폐를 만들어 시장에서 유통시키는 것이다. 시장이라는 자본주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품 교환에 필요한 적법한 화폐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고 조폐공사는 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종이 기반의 화폐 시절에는 설치 목적에 맞는 임무와 적절한 수익이 가능했지만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화폐가 전자적으로 유통되면서 조폐공사의 수익원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가 모바일 거래의 대중화로 인해 그 속도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조폐공사의 수익은 줄어들고 있지만 조폐공사의 기본 책무는 동일하다. 화폐가 유통되는 공간이 어떠하던지 간에 사람들이 국가에서 발행하는 화폐를 신뢰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폐 위주의 화폐가 통용되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위조가 불가능한 화폐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화폐가 전자적으로 유통되는 공간에서는 위조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구축과 운영은 위조화폐 방지 기술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문제 발생 시 개별 지폐에서 끝나지 않고 시스템 자체를 불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폐공사의 메타버스 도입은 그 시발점으로 보인다. 일단 시작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금과 가치연동이 되는 NFT의 전시다. 사람들이 이 NFT를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 들어와 보고 감상하고 판단하고 토론하면서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금과 가치연동이 되는 NFT가 화폐는 아니지만 조폐공사라는 국가기관에서 발매한 상품인 만큼 어느 경우에도 위조가 불가한 상품이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 조폐공사에서 발행하는 금과 가치연동이 되는 NFT의 경우 일종의 실물통화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조폐공사는 메타버스를 통해 NFT 사업을 활성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와 일반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가상화폐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로서 일반 화폐처럼 안심하고 소유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액면가만큼의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 또 가상화폐처럼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 간 자금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루어지며 가치변동의 위험이 없다. 조폐공사는 CBDC 도입에 대비한 사전 준비 작업 중의 하나로 CBDC와 NFT를 담을 통합전자지갑을 개발 중에 있다. 한국은행에서 CBDC의 도입을 최종 결정하면 디지털화폐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공공기관 역시 업무의 주요 부분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업무의 재구성, 직무의 재편, 인원의 재배치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응은 빠를수록 좋다. 기술은 법과 제도보다 빠르다.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조폐공사의 메타버스 진입은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하나의 단계로 보인다. 조폐공사 본연의 임무인 온전한 법정통화의 유통이 가상공간에서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메타버스에서의 경험과 기술을 많이 축적할 필요가 있다. 이러 결과물들이 쌓여야 디지털화폐 시대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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