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3일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실이 요청한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에 대해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도, 보고 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문건 작성을 직접 지시했거나 실행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면 문재인 정권 하의 적폐 청산 수사 과정에서 제가 무사할 수 있었겠나"라며 당시 검찰 수사가 MBC 노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강압적이고 무리한 수사였다고 비판했다. 해당 수사를 지휘한 사람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강압수사를 지휘했다고 폭로한 셈이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김종배의 시선집중'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실 요청' 언론장악 문건을 직접 봤다고 말했다.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왔을 때 정보가 검출되면 국정원장인 자신이 보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정원장으로서 해당 문건에 대해 얘기할 수 없고, 업무 관계자들에게 보낼 때에도 비실명 처리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전 원장은 '홍보수석실과 홍보수석은 다르다'는 국민의힘 방어논리를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다르나? 대통령과 청와대가 다르나? 말도 안 되는 짓거리"라며 "이동관(홍보수석) 권력자가 요구했기 때문에 그런 문건이 작성됐고, 제가 국정원장 재임할 때 정보공개 청구가 있어서 그걸 다 봤다. 얘기하면 국정원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고 얘기해서도 안 되지만, 아니 어떻게 홍보수석하고 홍보수석실이 다르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후보자는 이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어 "박 전 원장의 발언은 고위 공직을 두루 거친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무책임한 카더라식 발언일 뿐"이라며 "박 전 원장이 봤다고 주장하는 문건 작성을 직접 지시했거나 실행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면 약 1천여 명의 관계자가 수사를 받고, 200여명이 구속된 문재인 정권 하의 적폐 청산 수사 과정에게 제가 무사할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검찰 수사가 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저는 문재인 정권 당시 검찰 수사를 받았던 방송사 간부들로부터 '이동관이 시켰다는 진술을 하나만 해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얘기를 직접 듣기도 했다"며 "심지어 홍보수석 재직 당시 김재철 MBC 사장을 청와대 인근에서 93차례나 만났다는 MBC 노조의 일방적이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검찰이 검증도 없이 고스란히 법원 제출 자료에 싣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박 전 원장은 무책임한 카더라식 폭로 뒤에 숨지말고 당당히 물증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박 전 원장께서 조선시대에 태어나셨더라면 5대에 걸쳐 영화를 누린 유자광을 뛰어넘는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주장은 '홍보수석과 홍보수석실은 다르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 후보자는 박 전 원장 발언을 '카더라'라고 주장했지만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실이 요청한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은 뉴스타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경향신문 등을 통해 공개됐다.  

이 후보자가 홍보수석으로 있던 시절,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하고, 국정원이 다시 홍보수석실로 보고한 문건의 제목은 ▲라디오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등이다. 이 후보자 홍보수석·대변인 재직 당시 홍보수석실·대변인실이 작성한 'YTN 보도 리스트' 'MBC 뉴스데스크 보도 분석' 등에는 정부 비판 보도를 '문제 보도'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이 이명박 정부 MBC 장악 배후에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관련돼 있다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지휘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2017년 11월 5일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경향신문 7월 5일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 7월 5일 기사 갈무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국정원이 2010년 3월 2일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PD·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다.

MBC 담당 국정원 IO(정보수집관) A 씨는 검찰에 "이 문건은 원래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보고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홍보수석 이동관은 이 문건을 한 번 보고 버리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MBC에 전달하여 정권의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반영하고 친정부적인 사람을 출연시키려고 한 것이다. 이동관과 김재철(전 MBC 사장)이 엄청 친한 사이"라고 진술했다. 국정원 국익전략실 소속 B 씨는 "이동관 홍보수석과 김재철 사장이 친한 사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건 내용이 자연스럽게 전달되지 않겠나 추측했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수사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언론비서관실 행정관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경향신문은 "행정관들은 모두 '홍보수석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은 없었고 모두 박흥신 언론비서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검찰은 박 언론비서관이 이 특보로부터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도 박 언론비서관을 부르지 않았다. 이동관 홍보수석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말단에서 일단락된 것"이라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