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여러 뉴스를 만든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가와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인한 참사와 맞물려 여러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다. 이전과는 다른 대응과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대통령이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파병 사례를 제외하고는 처음 있는 한국 지도자의 전시국가 방문이다. 언론은 전격적인 방문 결정으로 묘사하지만 대통령이 폴란드에 가면 인접국인 우크라이나에도 갈 수 있다는 예상은 사실 가능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이다. 주된 목표는 재건사업 참여인데, ‘전쟁 끝나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재건을 돕겠다’란 논리만으로는 어딘가 어색하다.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주겠다’는 전제가 같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살상무기 지원 여부 등이 쟁점이 된다. 살상무기 지원을 하는 경우는 적어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지금까지의 원칙에 입각해 군수지원 등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포탄 등의 지원은 논의하지 않았다는 거다. 사실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논의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길 바란다.

일부 언론과 야당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려하는데, 러시아에 진출한 교민과 기업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 있는 지적이다. 지도자가 전쟁 중인 국가를 위험을 무릅쓰고 방문한다는 것은 국가가 스스로를 이에 따른 외교안보적 부담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그 정도 수준은 된다. 다만 거기에 맞는 전략을 정부가 갖고 있는가는 별개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전략의 부재를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러한 우려가 이제 해소됐다는 외교안보적 성과를 윤석열 정권이 보여준 일은 없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응과 각오가 필요한 대목이 바로 여기다.

그런데 이러한 외교안보적 평가는 대통령 순방기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를 고려하면 질적인 전환이 가능해진다. 당장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집중호우 피해가 예상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꼭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방문 결단을 해야만 했는가’이다. 언론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집중 호우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었다”고 했는데, 이는 이런 상황에 대통령실에 소속된 인사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의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하거나 슈퍼맨처럼 나타나 쏟아져 내리는 토사를 멈출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 비극의 순간을 함께 견디며 국민을 위로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바라는 것뿐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폴란드를 간 김에 이뤄졌다. 그러나 다른 외국의 정상들이 그런 것처럼 얼마든지 새로운 방문 기회는 만들 수 있다. 집중 호우에 의한 피해 가능성은 대통령 순방 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제기됐다. 폴란드 방문 일정을 나토 정상회의와 분리해서 별도로 잡는 것은 불가능했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 윽박지르지 않고 정치적으로 납득 가능한 답변을 내놓는 게 대통령실 참모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달라져야 한다는 거다.

대통령실의 역할과 관련해 가장 절망적인 대목은 김건희 여사의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 의혹이다. 김건희 여사가 나토정상회의에 동행한 것은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외교 일정을 수행한 것이다. 상대국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하거나 조율한 바가 아닌 이상 ‘명품 쇼핑’은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사안의 특성상 ‘명품 쇼핑’은 김건희 여사 본인의 의향이 아니면 잡힐 수 없는 일정이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 쇼핑을 하고 싶다”고 할 때 대통령실 참모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그래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거다. 그러나 5군데의 편집샵을 들러 쇼핑을 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를 보면 그러한 일은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하다. 대통령실은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팩트가 확실한 상황에서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좁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즉, ‘잘못했다’는 설명은 애초에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실의 입장에서도 ’언터처블’이고 통제 불가의 대상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재난을 겪고 있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런 뉴스가 어떻게 느껴지겠는가?

이번 집중 호우 피해는 국가 차원의 또다른 대응을 요구한다. 넘치지 말아야 할 강이 넘쳤고 무너질 리 없다고 생각한 산이 무너졌다고들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호우 패턴의 변화로 예보도 어려워졌다고 하면 재난의 예방과 관련해 이전과는 다른 기준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각 지자체나 현장 공무원이 알아서 할 성격의 것이 아니고 국가적 차원의 방침과 투자와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정부, 이런 정권으로 과연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제 와서 대선 결과를 물릴 수도 없으니, 달라져야 한다는 거다.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를 ‘좌파의 선동과 괴담’으로 치부하지 않는 것이 첫걸음이다. 정권을 잡았으면 그에 맞는 책임의식을 보여줘야 하지 않는가.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