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법원이 검경이 신청한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설노조) 조합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경은 이들이 건설업체로부터 전임비(근로시간면제자 임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갈취했다는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건폭(건설현장 폭력) 근절' 발언 후 경찰은 특진까지 내걸고 건설현장 노조에 대한 수사에 나서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8일 검찰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강요, 공동갈취) 혐의로 건설노조 화성·동탄 지역 조합원 3명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지난 10일 기각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원지검에 건설노조 조합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진=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 (사진=연합뉴스)

13일 미디어스가 입수한 건설노조 상근자 조합원들의 구속영장청구서에 따르면, 건설노조 조합원 3명이 경기남부지부 지부장 N 씨의 지시를 받고 2021년 6~10월 경 10회 가량 경기 오산 W사의 공사현장사무소를 방문해 현장소장 J 씨에게 노조원 고용과 전임비, 복지비 등 지급을 요구했다.

이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집회를 개최하고 불법행위를 신고해 공사를 방해할 것처럼 협박했고, W사가 어쩔 수 없이 노조원 48명을 고용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3명에게 10회에 걸쳐 매달 전임비 150~162만 원, 7회에 걸쳐 복지비 매달 20만 원 등 총 1724만 원을 지급했다는 게 검경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디어스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W사 현장소장 J 씨는 지난 8일 N 씨와 통화에서 당시 한국노총 소속이었던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현장에 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J 씨는 N 씨에게 "우리가 민주노총을 다 써버리면 민주노총에서 현장을 멈추려고 마음만 먹으면 현장이 장악돼 버린다"며 "그래서 제2의 노조, 제3의 노조를 쓰려면, 그래도 우리하고 친분이 있는 팀이 들어오는 게 낫겠다. 그래서 내가 이제 그 팀(건설노조 조합원들)을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전임비와 복지비는 단체협약에 따른 것으로 건설노조는 2년마다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해 임금과 고용조건, 전임비와 복지비 지급의 근거를 만들고, 기준에 따라 이를 지급해왔다. W사가 지급한 전임비, 복지비 등은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 사용자연합회(철콘연합회) 단체협약에 따라 이행된 것이다.

2021년 건설노조와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
2021년 건설노조와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 사용자연합회의 단체협약서 일부. 위는 단체협약 부속 협약서 유급근로시간 면제 제1조, 아래는 단체협약 부속 협약서 '복지기금 및 복지비 지급규정' 제3조. (자료=전국건설산업노조)

미디어스가 확보한 2021년 한국노총 건설노조와 철콘연합회의 단체협약서 제9조 1항은 "회사는 노조가 임명하는 자를 노조업무에 전임함을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단체협약 부속 협약서 '유급근로시간 면제' 제1조는 "유급근로시간 면제자 임금 기준은 반장 임금으로 한다"고 돼 있다.

단체협약 부속 협약서 '복지기금 및 복지비 지급규정' 제3조는 "공사를 시행하는 전문건설회사는 조합원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복지기금을 아래와 같이 조성하되, 그 관리는 해당지역 지부와 노사공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현장당 월 출연금액을 20만 원으로 정했다. 

건설노조 조합원 변호인은 수원지법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영장청구서의 범죄사실은 증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 진술 또는 추측에 기초한 허위의 사실에 불과하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날조한 사실들의 모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수사기관이 노조의 불법행위 특별단속기간임에 편승해 피의자들이 일관된 진술과 객관적인 사실들에 근거해 범행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허구의 사실관계를 날조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며 "수사성과를 위해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와 같은 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영장 기각을 통해 수사기관의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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