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정부는 지난 2일 국무총리 주재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 내용을 담은 '바이오헬스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특별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계속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원격진료라는 단어와는 달리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는 최근에 법률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가 의료 관련 법에 올라가기 전에 의료 관련 법에는 원격의료라는 단어밖에 없었다. 의료법에는 특정 의료인이 원격지 의료인에게 컴퓨터ㆍ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원격의료라고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로 대면진료가 곤란이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일부 조항을 추가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동법 제49조에 제3항 (의료인, 환자 및 의료기관 보호를 위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을 신설하면서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의료 행위를 원격진료라는 일반적인 표현대신 비대면 진료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원격진료라는 단어에 대한 의료계와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계속 있어왔고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일상 언어로 유통되면서 입법 단계에서 원격진료 대신 비대면 진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의 요점은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비대면 진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법제화 사항으로는, 비대면 진료는 '동네병원'인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비대면 진료 우선 허용 대상은 만성질환자 재진 환자, 의료 취약지 환자 등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 중 만성질환자 재진 환자의 경우 의사가 이미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어 비대면으로 진료해도 진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예상되는 부작용 등이 없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서·벽지 등 의료 취약지 환자 등의 경우에는 그동안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어 의료복지의 시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번 복지부의 발표 내용은 팬데믹 시 실시했던 원격의료 내용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오히려 축소된 면도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가 국민들 사이에서 보편적 의료 체계로 수용된 것을 감안하면 원격의료의 대상을 만성질환자 재진 환자, 의료 취약지 환자로 한정한 것은 부족한 면이 있어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키워드로 보는 2023년 국제의료 트렌드]에 의하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성, 연령, 지역, 학력, 진료질환과 관계없이 50%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으며, 약 90%의 응답자가 향후 비대면 진료 활용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기간 중 의사들의 인식 변화도 있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관련 대 회원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설문조사에서는 원격의료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95.2%였으며 찬성한다는 응답은 3.48%에 불과했다. 응답자 대부분이 반대를 한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이 절정이었던 2022년 3월 실시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2%(623명)가 원격의료에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찬성한다는 응답은 34.8%(332명)였다. 원격의료에 찬성보다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지만 그 비율은 2014년 조사보다는 확연히 줄었다. 의사들의 인식변화가 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 동기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2022년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전시장에 마련된 디지털 헬스케어 홍보관에서 관계자가 스트레스 지수 측정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전시장에 마련된 디지털 헬스케어 홍보관에서 관계자가 스트레스 지수 측정기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많은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에 익숙해져 있고 그 편의성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발표는 분명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복지부의 이번 발표는 미래지향적 측면이 있다. 복지부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규제혁신을 통해, 국민건강 향상 및 개인정보 보호라는 대원칙 하에, 디지털 헬스케어 신(新)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의 목적이 일차적으로는 국민건강 향상이고 최종적으로 헬스케어라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즉, 비대면 진료의 범위와 대상, 활용기기 등을 계속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제 복지부의 이번 발표 내용이 법제화를 거쳐 잘 운영되는 일만 남았다. 처음 단계에서는 적용 내용과 대상이 제한적이지만 이는 어느 정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부적절한 의료 행위가 방치된다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받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운용하면서 점차 적용 내용과 대상을 넓혀가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운영하는 동안 비대면 진료에 대해 덧씌워진 부정적 의미를 탈각시키고 여러 분야에서 비대면 진료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면 된다. 마침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도 등장했다.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들이 의료 분야에서도 폭넓게 사용하여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이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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