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부터 김홍열 박사의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를 매주 정기적으로 게재합니다. 정보사회학을 전공한 김홍열 박사는 성공회대에서 정보사회학, 과학기술의 사회학을 강의했고 현재 미래학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정보사회 관련 여러 편의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으며 오마이뉴스에 ‘갈등의 정보사회학’, 아주경제에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라는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미리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친절하게 보여줍니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그 이면에 있는 깊은 흐름에 대해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가 허가를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국내 제조업체 에임메드사가 불면증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개발한 디지털치료기기 ‘솜즈'(Somzz)의 품목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 출시의 의미를 발표했다. 첫째이자 가장 중요한 의미는, 솜즈가 우리나라 업체가 개발한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이며,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서 기존 약물치료법 이외에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불면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수단을 제공한 것이라는 것이다. 

식약처는 솜즈를 통해 환자의 불면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임상실험 결과도 발표했다. 국내 임상시험 기관 3곳에서 6개월간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솜즈 사용 전과 사용 후 ‘불면증 심각도 평가척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고 했다. 또 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기기위원회를 개최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었음을 자문받았고 과학적이고 철저한 심사를 거쳐 허가했다고 밝혔다. 솜즈가 디지털치료기기로서 허가는 받았지만 아직 상용화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솜즈를 의료기기로 고시를 해야 되고 그다음에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식약처 관계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품목 허가를 받은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식약처 회의실에서 식약처 관계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품목 허가를 받은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은 순차적으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솜즈 이후에도 디지털 의료기기 허가를 기다리는 제품들이 준비하고 있다. 식약처의 보도자료에는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치료기기 임상시험 승인 현황이 나와 있다. 2021년에는 9건의 임상시험계획이 8개 질환에 대해 승인됐고, 2022년에는 17건의 임상시험계획이 12개 질환에 대해 승인됐다. 12개 질환에는 불면증 외에도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경도인지장애, 발달장애 등 보다 다양한 질환이 포함되어 있다. ADHD 경우에는 게임을 기반으로, 우울장애 환자의 우울증 개선에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다. 

솜즈의 허가로 디지털의료기기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면서 이제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도 생산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솜즈는 의사 진료를 받은 다음에 모바일 앱을 환자의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하여서 사용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환자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의사에게 전달되며 의사는 모바일로 전송된 데이터를 통해 의학적 판단과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의사와 환자 간 대면진료는 처음 진료 단계에서 끝나거나 최소화될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향후에는 환자가 스스로 다운로드하는 형태도 개발 중에 있고 개발이 완료되면 모델 번호를 새롭게 하는 방식으로 허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의 이런 전향적 정책이 바로 본격적 원격진료 도입으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그 첫 번째 스텝을 시작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원격진료에 대한 논의는 계속 있어 왔지만 원격의료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진전이 없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 34조를 보면, 원격의료는 원격진료가 아니고 의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 행위 중 하나이다. 의료인과 원격지 의료인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지식 또는 기술을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의사들 사이의 정보교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미지 출처=Pixabay.com

이런 정보교환은 의료인 사이에서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원격진료와는 거리가 멀다. 일반적으로 정의되고 있는 원격의료는 환자에게 인터넷, 모바일 기기 또는 다른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여 원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와 의료진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거나, 거리나 교통 등의 이유로 병원에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에 유용하다. 코비드19로 대면진료가 어려운 시기에 보건복지부가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가한 사례가 있다. 앱을 설치한 다음 본인의 현재 증상을 입력한 후 의료기관을 예약해 의사의 전화를 받고 증상을 이야기하면 처방전을 받아 의약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가 한시적으로 허가한 원격진료 방식은 원격진료의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는 측면에서는 원격의료라고 볼 수 있지만,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서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솜즈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솜즈의 허가로 처음부터 비대면으로 하거나 또는 대면 진료를 최소화하는 원격진료의 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본격적인 원격진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허가받은 디지털치료기기가 계속 나와야 한다. 의사 및 전문가들이 임상효과를 인정하는 치료기기가 나오고 실제 의학적 효과가 입증되면 원격진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더 생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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