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tvN <캐나다 체크인>은 해외로 입양된 개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1회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너무 많이 울어서 가슴에 통증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끝까지 본다고 해도 두 번은 보지 못할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볼 자신이 없었다. 

방송 전부터 이효리를 중심으로 해외로 입양된 개들에 관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다. 사실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거리에 유기된 개들이 구조되었지만 새로운 가족을 찾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도움을 주지 못하고, 가족이 되어주지도 못한다는 마음이 부채감으로 남았다. 이런 마음이 아주 멀리 이국으로까지 보내져야 하는 개들을 본다면 돌덩이를 안은 것처럼 더 무거워질 것이 분명했다. 참 나라는 사람은, 하고 한숨이 나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잊었다.

tvN 〈캐나다 체크인〉포스터
tvN 〈캐나다 체크인〉포스터

어느 늦은 저녁, 우리 집 똥강아지 배를 긁어주며 TV 채널을 돌리다 재방송 중인 <캐나다 체크인>을 보게 되었다. 캐나다로 입양되는 개들을 데리고 해외 이동 봉사를 하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국내에서 입양 가족을 찾지 못해 해외로 가게 된 개들을 무사히 새로운 가족에게 인도하는 장면이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 떠나는 모습 뒤에 영상으로 보며 안도하는 임시보호자의 모습이 이어 나왔다. 입양되기 전까지 임시보호를 맡았던 보호자는 공항에서 개를 끌어안고 오랫동안 울었다. 국내에서 가족을 찾지 못해 해외로 떠나게 된 안쓰러움과 가족을 찾아주지 못했다는 자책, 가족이 되어주지 못한 미안함이 뒤엉켜 쉽게 놓아줄 수 없었다. 그 마음이 백 배, 천 배 이해되어 나도 마음이 아팠다.

인천공항을 떠나 무사히 캐나다에 도착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 떠나는 개의 모습을 뒤로 하고 견생 드라마 2막이 시작되었다. 캐나다로 새로운 가족을 찾아 입양을 간 반려견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 잘 지내고 있을까? 그들을 기억할까? 다행히도 TV 프로그램에 나온 개들은 모두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고, 자신을 구조해주고 보호해주었던 보호자들도 잊지 않았다. 보호자였던 그들의 얼굴을 핥으며 반가운 마음을 표했다. 개는 감정이 있고 표현할 줄 안다. 그래서 길에서 자신을 구해주고 보살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알고, 가족에게 버려졌다는 슬픔도 안다.

버려진 장소에서 떠나지 못하고 자신을 버린 가족을 기다리는 개들을 보면, 너무 쉽게 가족이 되었다 그보다 더 쉽게 물건처럼 유기하고 파양하는 사람의 마음이 되려 감정에 무늬가 없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반려견을 버리고 파양하는 이유도 사소하고, 하찮다. 입양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더라. 결혼해 임신하게 되었다. 지금 키우고 있는 반려견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 병이 들었다. 이렇게 덩치가 커질 줄 몰랐다. 대형견을 원하지 않는다. 이사하게 되었다. 유행이 지났기 때문에 키우고 싶지 않다. 등등.

최근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인구가 많아졌다. 길을 가다 보면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애견인도 많이 보이고, 반려동물 용품을 파는 곳도 많고 동물병원도 많다. 예전처럼 단순히 애완동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평생을 함께할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이 버려진다. 작고 귀엽고, 어리고 건강할 때만 예뻐하다 덩치가 커지고 나이 들고 병들면 버리는 것은 가족이 아니다.

우리 집 강아지 여름과의 한때
우리 집 강아지 여름과의 한때

나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보며 키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말한다.

강아지가 주는 즐거움과 행복이 너무 커. 그런데 강아지는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아. 아이들은 자라면 손이 가지 않지만, 강아지는 자라도 계속 챙겨줘야 해. 다섯 살 아이 상태로 15년 이상을 산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15년을 책임질 수 있으면 키워.

우리 집 강아지 여름이도 유기견이었다. 기관지와 폐가 좋지 않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모르지만, 처음 여름을 만날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처음보다 많이 좋아져 유지하고 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완쾌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더 좋아질 수도 없고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이만해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살이 좀 붙고 장난도 치는 모습을 보면서 코만, 기관지만 괜찮으면 정말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코만이라도 좋아지면 삶의 질이 많이 좋아질 텐데 아쉬웠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휴대 전화기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날씨 앱 세 개를 내려받아 그날 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여름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나쁜 날은 밖에 나갈 수 없다. 너무 추워도 나갈 수 없다. 알레르기도 있어 꽃가루가 날리는 날에도 나갈 수 없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괜찮은 날, 괜찮은 시간에 잠깐이라도 데리고 나가려면 수시로 앱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개를 키운다는 것은 한 생명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예쁠 때만 내 가족이고, 나의 사랑하는 반려견, 내 강아지일 수 없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어도 함께하는 게 가족이다.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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