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새 위원장에 김광동 상임위원이 내정됐다. 진실화해위는 과거사 진상조사를 위해 출범한 위원회다.

그러나 김 상임위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과거를 파헤치는 모든 권력은 실패한다"며 과거 '진실과 화해'라는 명목으로 이뤄진 과거사 진상조사의 결과는 끔찍했다는 내용의 글을 쓴 바 있다. 과거사 진상조사를 반대하는 인물이 과거사 조사를 담당하는 위원회의 수장으로 내정된 것이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연합뉴스)

1일 뉴시스, 한겨레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오는 9일 임기가 끝나는 정근식 2기 진실화해위원장의 후임으로 김 상임위원이 내정됐다. 진실화해위원장은 대통령 지명·임명직이다. 김 상임위원은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MBC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3연임), 독립기념관 비상임 이사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2월 국민의힘 추천으로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폭력 등 다양한 인권침해, 희생 등 과거사를 조사해 진실을 밝히는 일을 담당한다.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진실화해위 개요는 다음과 같다. 

"과거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피해생존자와 유족들의 간절한 열망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 2020년 12월 10일 재출범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권위주의 통치 시에 일어났던 다양한 인권침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등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 이를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조사기관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최선을 다해 진실규명에 앞장서겠습니다"

그러나 김 상임위원은 과거사 조사를 반대해온 인사다. 2017년 6월 2일 미래한국 <[기획특집] 5·18신화 만들기는 대한민국을 조이는 족쇄될 것> 기사에서 김 상임위원은 "과거를 파헤치는 모든 권력은 실패한다"고 썼다.

김 상임위원은 "우리는 김영삼 정부의 ‘과거청산 청문회’와 ‘역사 바로세우기’는 물론이고,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과거사(過去事) 진상조사’를 수도 없이 되풀이 해왔다"며 "'진실과 화해'라는 명목으로 스무 개 가까운 과거사 진상조사위가 작동되었고, 정치권력의 뜻에 따라 과거사를 사법심판도 없이 재단(裁斷)했었다. 결과는 모두 참혹한 종말이었다"고 했다. 

김 상임위원은 "역사적 성취와 업적을 만드는 데 전력을 투여해도 모자랄 것이 뻔한데 역사를 청산하고 다시 세울 자원과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현실성도, 사례도 없다"면서 "늘 그렇듯, 과거의 축구 경기를 다시 보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누구라도 아는 일이다. 그러나 잘못된 것들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며 비판하고 징계한다고 다음 경기가 나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김 상임위원은 "5·18이든 세월호든 중요 사건을 신화로 만들고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에 대한 공격과 ‘궤멸(潰滅)’을 위한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바로 적폐(積幣)정치"라며 "권력의 힘으로 과거를 재해석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지만 그것은 가장 비생산적이고 국론분열적인 것"이라고 했다.

2017년 6월 2일 미래한국 기사 갈무리
2017년 6월 2일 미래한국 기사 갈무리

김 상임위원은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보수학자로 ▲제주 4·3사건은 '공산폭동' ▲5·16 쿠데타는 4·19 혁명을 계승한 근대화 혁명이라는 등의 주장을 펴왔다. 

김 상임위원은 2009년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주최 '국가정체성 어떻게 정립·발양할 것인가' 세미나, 2011년 '제주 4·3교과서 수록방안 공청회' 등의 공식석상에서 "4·3은 공산주의 세력에 의한 폭동", "4·3사건 성격은 무장반란이었음이 명백" 등의 발언을 했다. 

김 상임위원은 2020년 12월 14일 미래한국에 게재한 <[심층분석]대한민국이 훼손당하고 있다>에서 "문재인 정부가 주도한 역사왜곡금지법과 ‘토착왜구’ 등으로 대변된 시대착오적 반일 선동은 한국사회를 명백히 파시즘 사회로 치닫게 만들었다"며 "제주 4·3사건이 공산주의 폭동이고 북한에 의해 지원된 것이라는 역사적 표현은 범죄가 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4·3특별법에 따라 이뤄진 진상규명에 따르면 군인과 경찰 토벌대에 의한 희생 78.1%, 무장대에 의한 희생은 12.6%였다.

제주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2일 논평을 내어 "대한민국 정부는 2003년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2014년 국가기념일 지정, 2019년‘제주4·3사건 추가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제주4·3에 대한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김 상임위원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송 의원은 "김광동 내정자는 2014년 4월호 <한국논단>에 기고한 글에서, ‘제주4·3 폭동은 반한·반미·반유엔·친공투쟁’이라는 막말을 쏟아내며, 제주 4·3 희생자가 제주도민 유격대에 의해서 발생하였다고 주장했다"며 "또한, 2022년 3월호 <월간조선>에는 여수·순천 10·19사건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가권력에 의한 희생자가 아닌 사람들이 여순사건 희생자로 뒤바뀌어 있다는 보도의 근거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윤석열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개최해 여순사건 희생자 45명과 유족 214명을 결정했다. 여순사건이 발생한지 74년만의 일이다.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여순사건은 정부수립 초기 단계에 국군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국가의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라며 "이로 인해 1948년 10월 19일부터 1955년 4월 1일까지 여수·순천지역을 비롯해 전남, 전북, 경남 일부 지역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했다"고 규정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여순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희생자 한 분의 누락도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5월 30일 조선일보는 <"5·16은 4·19 계승한 근대화 혁명"> 기사에서 김 상임위원이 발간한 책 '4·19와 5·16: 연속된 근대화 혁명'을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5·16은 4·19의 부정(否定)'이라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라며 "김광동(55) 나라정책연구원장은 이런 통념을 비판하며 4·19와 5·16은 우리 민족이 직면했던 근대화와 산업화란 역사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연속적으로 진행된 혁명이었다고 주장한다. 5·16이 4·19의 계승이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 상임위원은 "4·19는 근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결집해냈고, 5·16은 산업화 체제의 길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양자는 하나이자 두 개의 연속된 혁명"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문진은 2018년 8월 7일 김 상임위원이 MBC 임직원으로부터 과도한 접대와 선물을 받은 행위가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유감을 표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방문진은 "공영방송의 관리감독 권한과 의무를 지닌 방문진 이사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과도한 접대와 선물을 받은 행위는 명백한 방문진법 위반이며 최소한의 윤리적, 도덕적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다수 이사들은 임기 막바지에 드러난 이러한 작태에 대해 현 방문진 이사회의 임기 종료로 해임 건의나 사퇴 권고와 같은 구체적 조치를 할 수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하면서 방송의 주인인 국민 여러분께 대신 사과하고 MBC 구성원들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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