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여론조사상 여당 지지율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과 동반하락하는 현상을 겪으면 “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오르지 않을까”란 질문이 꼭 나온다. 두 가지 측면을 봐야 할 것이다. 첫째, 안 오른 건 아니다. 오르긴 올랐다. 모양새가 만족스럽지 않을 뿐이다. 둘째, 지금 국면은 애초에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층이 이탈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 투표한 사람들이 마음을 돌리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가야 할 먼 길에 가장 크게 보이는 게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사법리스크’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장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은 법원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확인했다. 지지층을 확장하기는커녕 이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지지층조차 불안에 빠질 판이다. 그러니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게 우선이다.

이재명 대표는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기존의 메시지를 되풀이하는 걸로 방향을 잡은 듯 보인다. 당내 일각에선 유감 표명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일종의 ‘플랜B’를 논의하자는 기류도 감지되는 듯하다. 일부 언론은 전 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이낙연, 김부겸, 정세균 등 거물들의 조기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조작”이라고 외치면서 이재명 대표를 대체할 ‘얼굴’을 찾는 걸로 이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숨만 쉬어도 ‘방탄’이라며 공격한다. 심지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까지 이재명 대표를 지키려는 방탄 행보라고 비난했다. 검찰 수사 상황을 볼 때 다음달 중순 쯤 이재명 대표 소환 요구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 국정조사를 진행한다는 건 국회가 열려 있다는 의미고 따라서 ‘방탄국회’가 된다는 논리다. 이런 식이라면 이재명 대표가 체포될 때까지 어떤 이유로든 국회를 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말이 되는가? 국회가 열려있든 아니든 야당 대표의 검찰 수사 출석과 체포 여부는 정치적 판단이 부가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국회가 열려 있지 않다면 체포할 수 있다’는 건 수사기관의 형식논리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만물방탄설’은 국민의힘이 노리는 바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이나 윤석열 검찰의 정치적 목표는 딱 한 가지로 이재명 제거가 아니라 민주당을 방탄정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 의도가 뭐였든 간에 본질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국면에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방탄 논란’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일을 피하는 것이란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 집요한 방탄의 굴레를 벗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방탄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재명 대표가 전향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검찰 수사와 대장동 일당들의 연이은 발언은 최소한 정진상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점을 전면 수용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그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그 점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의혹이 있다면 얼마든지 수사에 응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 “털려면 얼마든지 털어보시라”는 주장이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비난하는 맥락에서만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거다.

물론 당사자가 ‘나는 죄가 없다’, ‘방탄도 아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다들 그렇게 믿게 되는 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방탄이냐 아니냐의 논란 밖에 무엇이 있느냐는 거다. 그러니까 ‘방탄정당’이 아니라면,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을 하는 정당인지에 대한 물음에 답이 있어야 한다. 대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과 언론을 손보겠다고 하는 정당이었다. 이게 지지자들의 ‘원한’과 시너지를 내고 체질화되면서 ‘가짜뉴스’ 공세에 취약해졌다. 이 길은 당연하게도 ‘방탄정당’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방향을 바꿔야 한다. 마침 윤석열 정권의 MBC 탄압 논란도 있다. 이를 기회로 검찰 수사에는 당당하게 대응하고 언론의 자유는 지키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검찰이니 언론이니 하는 얘기는 수사와 취재의 대상이 되는 정치인 본인들에게 중요한 문제로 보일 뿐 대다수 유권자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얘기는 아니다. 따라서 이른바 민생 문제를 챙겨야 한다. 그런데 민생 문제도 무엇을 어떻게 챙기느냐가 중요하다. 대선 전후로 더불어민주당이 부각된 민생 관련 주제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다. 부동산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권의 해법으로부터 후퇴하는 광경이, 주식 시장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는 이른바 개미투자자들의 민원성 주장을 수용하는 태도가 주로 조명되었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의 대선 기간 주식 관련 유튜브 출연, 대선 직후 주식 투자 논란, 최근의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입장 선회까지 겹쳐보면 ‘이재명의 민주당’은 ‘주식 정당’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자산소유자들의 입장만 배려하는 정치로는 여전히 ‘40대 중산층 화이트칼라’라는 식의 협소한 유권자층을 겨냥한 결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기성의 즉자적 대응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꿔나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가치지향적인 접근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평가하고 진지한 대안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야 한다.

가령 보수세력은 어떻게 정권교체를 이루었는가? 선거공학에 있어서의 이런 저런 분석도 중요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총론에 해당하는 대항담론을 보수세력이 생산해내는 것에 결국은 성공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을 향한 사회주의이며 전체주의고 친북친중이라는 식의 공격은 전통적인 색깔론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 자유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가 있고 보수세력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식의 담론이 형성되면서 비로소 정권교체의 길이 열렸다.

이런 구도를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정권의 관계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아마추어적이고 우편향이며 검찰공화국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 그 반대편에 있는 민주당의 지향은 무엇이어야 하나? 아마추어처럼 아마추어를 공격하고, 편향으로 편향을 공격하며, 우리편 검찰로 상대편 검찰을 공격하는 건 답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이고, 우편향이 아니라 중도개혁적이며,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며 상대를 몰아 붙이는 검찰 스타일이 아닌 상대를 인정하고 포용하고 협상하고 절충하는 모범적 정치인 스타일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게 답이다. 이런 게 있어야 이재명 대표가 혹시 잘못되더라도 정치세력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이 별개로 평가받을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이게 되지 않을 경우 이재명 대표가 아닌 그 누가 ‘당의 얼굴’이 되더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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