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힘과 조선일보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이냐'고 물은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무례' 프레임 잡기에 한창이다. 이 같은 프레임은 '원조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에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대답 없이 집무실로 향했다. 이후 MBC 기자와 이기정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의 언쟁이 이어졌다. 이 비서관은 MBC 기자에게 "보도를 잘 하세요. 아직도 그러네"라고 했고, MBC 기자는 "아직도 그러네라니, 군사정권이냐"고 반발했다.

21일자 조선일보 만물상.
21일자 조선일보 만물상.

조선일보와 국민의힘은 MBC 기자의 복장을 문제 삼고 있다. 조선일보는 21일자 <슬리퍼 신은 기자> 칼럼에서 "엊그제 대통령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나와 팔짱을 낀 채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진 일이 논란을 빚고 있다"며 "대통령실 담당 기자에겐 매일 아침 대통령 얼굴을 마주하고 직접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출근길 문답 시간이 가장 중요한 일과일 것이다. 이런 중요한 업무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선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고 썼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MBC 기자가)슬리퍼를 신고온 건 뭐라 해야 할까"라며 "모든 공식 자리에는 그에 걸맞는 복장이 있다는 이른바 '드레스코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은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하고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 그게 인간에 대한, 취재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라며 "기자는 깡패가 아니어야 하지 않나"라고 썼다. 

​모 인터넷매체 대표 김 모 씨의 카카오톡 메인 사진과 배경화면, 김 씨가 카카오톡에 올려둔 윤석열 대통령 시계 사진
​모 인터넷매체 대표 김 모 씨의 카카오톡 메인 사진과 배경화면, 김 씨가 카카오톡에 올려둔 윤석열 대통령 시계 사진

'슬리퍼' 처음 꺼낸 권성동·친윤매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모 인터넷매체와 인터뷰에서 "해당 기자가 대통령과의 도어스테핑에 슬리퍼를 신고 임한 것으로 안다. 이는 도어스테핑이 '도어슬리퍼'도 아니고 MBC의 이런 자세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매체는 권 의원 인터뷰 기사 제목을 <[단독] 도어스테핑에 '도어슬리퍼'로 임한 MBC 기자…권성동 "尹 대통령 사우디 경제협력 성과 훼손 목적 아닌지 의구심"이라고 달았다. 

해당 매체는 국민일보 출신 김 모 씨가 운영하는 친윤 성향 인터넷 매체다. 김 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인 이미지로 권 의원과 김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고, 하단에 '도원결의'라는 사자성어가 적혀 있다.

김 씨 카카오톡 배경 화면은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 부부의 추석 선물 사진이다. 윤석열 대통령 시계에 박성중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찍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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