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주 축구 선수 손흥민은 인류사에 유례없는 기염을 토했다. 소속 구단 토트넘 훗스퍼에서 5개 구단으로 이적했다고 한다. ‘가짜 뉴스’를 살포한 유튜브 채널 'KTN 뉴스룸', 속칭 ‘국뽕 유튜브’에 따르면 그렇다.

“손흥민 레알 마드리드 이적!”

“손흥민 토트넘에서 맨유 이적!”

“토트넘에서 맨시티 이적!”

“첼시 이적!”

“리버풀 이적! 눈물 터트린 콘테, 어떡하냐…”

해당 채널에 올라온 영상들 제목이다. 영상 썸네일들은 인터넷에 퍼져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현재는 신고를 받아 채널이 폐쇄된 상태다. 이 엽기적인 ‘뉴스’에서 특히 엽기적인 대목은 같은 채널에 한 선수의 서로 다른 이적 뉴스가 연속으로 올라와 있을 정도로 엉터리인 데도 재생 수는 영상마다 수십만 번에 달한다.

"손흥민 레알 마드리드 이적" 가짜 뉴스, 케인 콘테 인터뷰 조작까지! (유튜브 채널 서형욱의 뽈리TV 갈무리)

‘국뽕 유튜브’의 ‘가짜 뉴스’는 새롭지 않은 골칫거리다. ‘국뽕 유튜브’는 보는 이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목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자극적으로 부풀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일본 피겨 영웅 아사다 마오가 한국인이었다’, ‘영국 여왕이 한국에 귀화하기로 결심했다’ 척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되는 특종이 수백만 번씩 클릭된다. 그 모든 사람이 영상 내용을 신뢰해서 본 건 아닐 것이고, 이미 국수주의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공급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뉴스에 관해 상식적인 진위조차 파악할 미디어 독해 능력이 없는 이들이 무시할 수 없는 숫자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뽕 유튜브’가 소비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해당 채널들 내에선 긍정으로 뒤덮인 반응이 나온다. 댓글 창에서 진지한 말투로 간증을 하듯 토론이 열리며 번쩍거리는 국격이 찬미된다. 채널 바깥의 세상,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국뽕 유튜브’가 개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국뽕 유튜브 근황’ 같은 글이 올라와 이번엔 얼마나 창의적인 헛소문을 지어냈는지, 그런데도 재생 수가 얼마나 높은지 조롱과 경악이 나온다. 거의 표준 양식이 된 썸네일 문구, “(한국의 국위에) 일본이 벌벌 떨고 중국이 전전긍긍하고 전 세계가 경악하는!”은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최근 발행된 한 기사에 따르면 '국뽕' 유튜브 구독자 대다수가 50대 이상 남성이라고 한다.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가 궁극적으로 비웃는 건 헛소리를 가려낼 분별력이 없는 채널 구독자들이다. 오히려 ‘국뽕 유튜브’ 운영자에 대해선 농담조로 “저렇게 쉽게 돈 버는 것도 능력이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뽕 유튜브 근황’ 글에서 소비되는 ‘킬링 포인트’는 허무맹랑한 소식에 대해 진지한 댓글 반응이다. 노안에 최적화된 커다란 폰트와 알록달록한 글자가 범벅된 촌스러운 썸네일은 가장 혐오스러운 포인트로 통한다.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갈무리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률이 가장 높은 세대는 50대 이상이다. 스마트 폰이 전 국민에게 보급되면서 노인들도 스마트폰 앱과 인터넷이 익숙하다. 유튜브에는 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 정치 사회와 트로트, 화초와 자연경관에 관한 채널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들은 젊은 세대에 비해 트렌드에 둔하고 인터넷 문화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관한 경험 및 배경지식, 사용 감각이 부족하다. 즉, ‘국뽕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스템에 무지하고 정보를 교차 검증하는 창구가 닫혀 있을 것이다.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거리는 문화 콘텐츠와 손흥민이기에 ‘국뽕 유튜브’도 스포츠 연예 소식이 많다. 노년 세대는 이 분야에 무지한 상태로 거기서 추출해 제공하는 국수주의적 환상만 시청하기 때문에 ‘손흥민 5 연속 이적설’ 같은 막가파 수준의 ‘가짜 뉴스’가 유통되는 것이다. 나이 든 이들은 뉴 미디어의 가장 큰 사용 집단이 되었지만, 미디어의 맥락을 읽는 능력은 젊은이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이것이 ‘국뽕 유튜브’ 창궐이 암시하는 현실이다.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이고, 해마다 구독자와 시청 시간이 증가하여 한국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1조 대에 이른다. 성별과 성향, 세대 별로 이용 계층이 나뉘는 경향이 있는 SNS와 커뮤니티에 비해 모든 관심사와 세대를 막론하는 채널이 공존한다. 하지만 자폐적 알고리즘은 차이를 심화해 젊은이들과 나이 든 이들이 구독하는 세상은 소통되지 못한 채 단절돼 간다. 노년 세대가 보는 정치 채널은 ‘틀튜브’란 멸칭으로 불릴 정도다. ‘국뽕 유튜브’는 존재하지 않는 사실 자체를 만들며 ‘스마트폰 환단고기’로 가상의 한국을 창조해낸다. 그것을 ‘뉴스’로 믿고 보는 사람들은 세상의 비웃음을 사며 왜곡된 현실 인식의 외딴섬에 고립될 수 있다. 거기서 일렁거리는 건 세대 간 정서적 이질감과 사회문화적 격차, 미디어 문해력 격차, 디지털 디바이드의 불길한 심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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