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연합뉴스의 연합뉴스TV 최대주주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TV 2대 주주 을지재단이 최근 지분을 사들이면서 연합뉴스와 을지재단의 지분율이 대등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을지재단 측은 이번 지분 매입 배경에 불공정한 이사회 선임 구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여년 간 소수 주주로서 연합뉴스TV의 독립 경영을 위해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대표를 포함해 이사 대부분을 연합뉴스가 선임하는 구조 속에서 묵살됐다는 얘기다.

을지재단 등 연합뉴스TV 소수 주주들은 연합뉴스의 과다한 광고대행 수수료로 회사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성기홍 대표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연합뉴스TV가 을지TV가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성 대표의 대응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9일 연합뉴스·연합뉴스TV 관계자에 따르면 을지재단의 연합뉴스TV 지분율은 21.82%에서 29.26%로 증가해 최대주주인 연합뉴스 지분율(29.36%)과 대등해졌다. 을지학원, 을지병원, EU인베스트먼트 등 을지재단 관련주주가 연합뉴스TV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을지재단은 연합뉴스TV 4대 주주 예솔저축은행 지분 7.44%을 매입했다고 한다. 

또한 을지재단은 성 대표에게 임기 내에 연합뉴스TV 사장을 별도로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사외이사 선임권을 2~5대 주주와 기타주주가 행사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고 한다. 

을지재단은 연합뉴스와 성 대표가 최대주주의 지위와 겸직 대표의 권한을 이용해 연합뉴스TV와 불공정 협약을 맺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협약을 통해 연합뉴스TV가 해마다 연합뉴스에 지급하는 금액이 150억~1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대행 수수료, 연합뉴스TV 영상물저작권 공유, 파견인건비, 협약금 등의 명목으로 연합뉴스TV 매출 20%가량이 연합뉴스에 지급된다는 설명이다. 

을지재단은 지난 16일 성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지난 23일 연합뉴스·연합뉴스TV를 불공정 거래행위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맺는 협약은 지난해 말 종료되어 양사는 올해 소급적용될 협약을 두고 논의 중이다. 

최헌호 연합뉴스TV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장(EU인베스트먼트 대표)은 29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을지재단이 연합뉴스TV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이유에 대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들이 아무리 문제를 얘기해도 최대주주인 연합뉴스가 조금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이 구조를 어떻게든 바꿔보고자 고육지책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TV 관계자에 따르면 총 7명의 연합뉴스TV 이사 중 5명을 연합뉴스가 임명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성 대표를 비롯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을 임명한다. 또한 나머지 3명의 사내외사 중 1명도 연합뉴스 임원 출신이 맡고 있다.   

최 이사는 "지난 10년 간 감사위원장으로서 끊임없이 사장 겸임에 따른 이해충돌 문제와 불공정 협약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연합뉴스TV 이사회는 연합뉴스 이사회나 다름없다"며 "언론사가 아니면 대명천지에 이런 비정상적인 회사 구조가 가능한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 이사는 "연합뉴스TV의 분사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독립법인으로서 경영구조의 기본체계는 갖춰야 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10년이 넘은 회사가 예산도 못 짜고, 영업할 수 있는 팀 하나가 없다. 모든 주요 포스트는 연합뉴스 출신 파견 사원들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면서 "연합뉴스TV 구성원들과 주주들에게 미래가 있나. 어느날 연합뉴스가 '너희 못 먹여 살리겠다'고 하면 굶어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기홍 연합뉴스
성기홍 연합뉴스·연합뉴스TV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2020년 연합뉴스TV를 재승인하면서 '연합뉴스로부터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연합뉴스TV의 광고 영업을 연합뉴스가 대행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어 방통위는 권고사항으로 ▲소유·경영의 분리를 통한 독립성 강화를 위해 연합뉴스의 대표이사가 연합뉴스TV의 대표이사를 겸직하지 않도록 할 것 ▲연합뉴스로부터 연합뉴스TV로의 기자·PD 직군의 직원 파견을 해소하도록 적극 노력할 것 등을 부과했다. 

연합뉴스는 방통위 재승인 조건 등을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협약은 협의를 거쳐 체결된 것으로 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했다. 성 대표는 지난 24일 주주들에게 입장문을 내어 을지재단에 유감을 표하고 법적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TV 구성원들도 연합뉴스와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TV지부가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97.9%는 '연합뉴스와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편성·보도·제작 최고책임자 임명동의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94.4%, '연합뉴스와의 협약금 때문에 임금협상이 어렵다'는 응답은 77.7%였다.  

한편, 지난 주말 연합뉴스 A 국장은 사내게시판에 "을지그룹의 도발에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 국장은 "을지그룹의 연합TV 주식 지분율이 연합뉴스와 똑같아졌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라며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중립적 공영언론을 사기업인 을지그룹이 거저 소유하려는 시도는 정의롭지도, 도덕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A 국장은 "왜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났는지, 내부 관련자가 있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당연하다. 그에 앞서 연합뉴스 구성원 모두가 특별한 경각심을 갖고 이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연합TV가 을지TV로 바뀌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연합TV 구성원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공정노조(제2노조)는 29일 성명을 내어 "성 대표의 대응은 너무나도 안이하다. 연합뉴스TV 주주들에게 달랑 호소문 한 장 보낸 것 외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을지재단에도 강력히 경고한다. 연합뉴스TV를 재단 산하 병원과 학교 등을 홍보하는 도구로 마음껏 이용해오다 배은망덕하게 경영권을 강탈한다면 피눈물을 흘리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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