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안 된 것들이 꽤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인터뷰 발언으로 동아일보는 별도의 사설을 통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등으로 논란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경찰 수사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5일 동아일보는 단독 인터뷰 기사 <이상민 "지난 정권서 수사 안된 것 꽤 있어">를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이 장관에게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통제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수사 독립'은 어떤 식으로 지킬 것인가"라고 물었다. 

동아일보 7월 5일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 7월 5일 기사 갈무리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독립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중립'이 맞다. 수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고, 누군가 수사에 관여한다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다"면서 "다만 지난 정권에서 수사되어야 할 것들 중 수사가 안 된 게 꽤 있다. 그런 게 가능했던 것은 (문재인 정부)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야당은 문재인 정부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본다"고 묻자 이 장관은 "그렇다고 뻔한 잘못을 가만 놔두는 것도 정말 불공정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치보복이란 프레임을 씌워서 원천적으로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건 정의롭지 못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6일 동아일보는 사설 <전례도 없고 적절치도 않은 행안장관의 수사 언급>에서 "경찰 통제 방안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행안부 장관이 수사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동아일보는 행안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이 각각 외청으로 경찰과 검찰을 두고 있지만 법률상 두 장관의 권한은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 사건에 대해 검찰을 지휘할 수 있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 지휘가 가능하다. 반면 행안부 장관 직무에는 경찰 사무가 없고, 경찰 지휘 권한은 더더욱 없다. 

동아일보는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최근 권고안대로 장관 직무에 경찰 사무를 추가한다고 해도 장관이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경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을 수사 중인데, 장관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월 6일 동아일보, 한겨레 사설 갈무리
7월 6일 동아일보, 한겨레 사설 갈무리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이 장관에게 경찰의 직보 관행부터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과거 경찰이 주요 사건 상황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정상황실에 직보했다고 짚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은 폐지됐지만 국정상황실은 남아있다. 동아일보는 "민정수석실 폐지로 행안부의 경찰 통제가 필요하다고 한 이 장관은 직보 관행부터 뿌리 뽑아 경찰 수사에 누구든 일절 관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이 장관이 경찰 인사와 관련해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이 장관은 치안감을 면접한 뒤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키고, 그 치안정감을 경찰청장 후보군으로 개별 면담했다. 이후 윤희근 치안정감(경찰청 차장)을 새 경찰청장으로 내정했다. 동아일보는 "장관이 수사에 간섭한다면 경찰청장이 통로가 될 수 있다"며 "장관의 이례적 행보는 경찰 수사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이상민 장관, 경찰 통제 넘어 수사 지휘까지 하겠다는 건가>에서 이 장관의 동아일보 인터뷰를 언급하며 "전 정부에 대한 ‘수사 지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고 썼다. 

한겨레는 "‘경찰 장악’ 논란을 촉발한 당사자인 이 장관이 전 정부 수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가 여러차례 밝혀온 ‘경찰 조직 지휘·감독’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를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본인은 수사 가이드라인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정권의 입김에 취약해진 경찰이 정치적 목적의 수사에 동원되거나 ‘충성 경쟁’에 따른 무리한 수사를 벌일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 2월 9일  갈무리
중앙일보 2월 9일 갈무리

지난 2월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적폐수사'를 시사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언론 전반에서 부절적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4년 동안 수사기관의 장이었고,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를 떠안고 있던 윤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라는 지적이 비등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범죄를 예단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인터뷰 한 중앙일보는 "구체적 혐의도 적시하지 않고 '범죄'라고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혹여 집권하면 은밀한 방식으로 수사에 관여할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윤 후보가 거두절미하고 '민주당 정권이 많은 범죄를 저질렀으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으니 정상적인 수사·재판까지 '정치 보복'으로 덧씌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의 경찰 독립성 수호 의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에서 이 장관의 동아일보 인터뷰를 거론했다. 경향신문은 "이 장관은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수사 개입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윤 차장을 비롯한 경찰청장 후보들과 사전에 개별면담을 했다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장 직을 맡는 일은 독배를 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 차장은 시민의 신뢰를 받는 경찰의 미래상을 그리며 국민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갈 각오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내려놓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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