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가 출입기자 등록을 기자 3인 이상 언론사로 제한하고 있다. '언론사의 공적기능 수행의지에 대한 최소한의 지표'라는 취지다. 그러나  소규모·1인 미디어 등의 국회 취재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 기자는 국회사무처가 출입기자 등록의 조건으로 소속 언론사에 기자 3인 이상이 고용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고 미디어스에 제보했다. A 기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회사의 규모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시대가 바뀌면서 좋은 취재를 하는 소형 미디어도 많아지는 추세인데 국회 출입 문턱을 높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12월 개정된 '국회출입기자 등록 및 취재지원 등에 관한 내규'는 출입등록 요건 중 하나로 신청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에 고용된 기자가 3인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청 기자는 건강보험 사업장 가입자 명부 또는 이에 준하는 서류를 통해 소속 언론사가 기자 3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 밖에 국회는 '언론계 5개 협회 정회원 가입', '월평균 10일 이상 국회 출입' 등을 출입기자 조건으로 내걸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출입기자 등록 요건을 강화한 이유는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으로 삼성전자 대관 업무를 담당하던 임원 이 모 씨가 기자출입증을 이용해 무단으로 국회를 드나든 사건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0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폭로로 사건이 드러났고, 국회사무처는 이 씨를 경찰에 고발하는 동시에 '국회 언론환경개선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1기 자문위원회는 장기출입기자 등록기준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2기 자문위원회가 발족했다.   

이 씨는 2013년 당직자 신분으로 인터넷 언론사를 설립하고 삼성전자 입사 후인 2016년 6월 국회에 출입등록을 했다. 해당 언론사는 사실상 이 씨가 홀로 운영하는 1인 매체였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공무집행방해·공문서부정행사·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고발된 이 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국회의 이같은 내규는 박근혜 정부 시절 5인 미만 인터넷언론사의 등록을 취소하기 위해 추진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과 유사하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시행령에 대해 언론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과 기술 발전, 매체의 다양화 및 신규 또는 대안 매체의 수요 등을 감안하면 취재·편집인력을 상시 일정 인원 이상 고용하는 것이 언론으로서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회 내규 개정 과정에서 헌재의 판결이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 3인 이상' 내규 신설 과정을 묻는 질문에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5인 이상 인터넷 신문 고용조건에 대한 위헌 결정 및 1인 미디어 시대의 도래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있음'이라는 자문위원회 회의자료 내용을 전했다. 

하지만 자문위는 언론사 등록 여부를 가르는 기준에 대한 헌재 결정과 국회 장기출입등록 기준은 무관하다는 취지에서 '기자 3인 이상' 규정을 두기로 결정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자문위 논의 결과는 장기출입등록 기준 변경안의 '유지'였다"며 "헌재의 결정과 달리 국회 출입기준은 언론사 참관 여부와 무관하게 국회에 상주할 수 있는 자격만 부여하는 것이고, 출입기자가 아니더라도 그 밖의 방법을 통해 국회 취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언론자유에 대한 본질적 제한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장기 등록에 대해 제한을 조금 걸어둔 것일 뿐 기자가 2인 있는 언론사라도 공적기능을 수행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으로 국회에 출입할 수 있다"며 "물론 장기출입등록에 비하면 불편하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일시취재증 등을 발급받아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문위에서)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변경안이 통과된 것 같다"고 했다. 상시·장기출입 기자가 아닐 경우 국회에 방문할 때마다 민원실에 들러 방문목적과 장소 등을 기재해 국회사무처로부터 신분을 확인받고 출입해야 한다.  

아울러 자문위는 '기자 3인 이상 언론사'라는 기준이 국회에 상주할 수 있고, 모든 건물에 제한없이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의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내규 개정 과정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이 '소속 기자 수는 저널리즘 가치를 담보하는 지표'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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