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TV조선 <뉴스와이드 참>은 공평동 안철수 후보 캠프 옆 건물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인 남성과 전화 연결을 해 30여 분간 현장 생중계했다. 자막으로는 ‘“문재인 안 데려오면 뛰어내리겠다”는 등의 문구가 사용됐고, 전화통화 가운데에서는 “민주당은 자기희생 코딱지 하나 안한 정당”이라는 등의 일방적인 주장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
대선선거방송심의위(위원장 김영철, 이하 선거방송심의위)는 TV조선의 장시간 생중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안건으로 상정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27조(품위유지)와 37조(충격혐오감), 44조(수용수준)에 위반될 수 있다는 요지다.
김서중 심의위원은 “반복된 자막이 나갔다”며 “선거기간 장시간 (특정 후보에 불리한)자막을 내보낸 것에 대해 의견진술을 들어봤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전규찬 심의위원은 “중계가 자살을 막았다는 것은 (TV조선의)해석일 뿐”이라면서 “오히려 이 방송으로 인해 자살소동을 연장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 심의위원은 “해당 사건은 단순 자살사건 이상의 정치적 합의가 있다고 판단 돼 의견진술 후 제재수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률 심의위원은 TV조선 뿐 아니라 JTBC, 채널A, MBN 등의 화면도 비교할 수 있도록 사무처에 자료화면을 주문했다.
김현주 부위원장은 “의견진술을 들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부정적 입장을 취하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받아들였다.
TV조선 <뉴스와이드 참> 제작진은 이날 결정에 따라 차기 선거방송심의위에 출석해 생중계를 비롯한 전화연결 과정, 자막 사용 등에 대해 진술해야 한다.
“또, 채널A 또 윤창중?…의견진술 듣고 싶지 않지만”
이날 선거방송심의위에 또 다시 채널A 방송프로그램이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위원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문제가 된 것은 이번에도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가 출연한 <이언경의 세상만사>다.
채널A <이언경의 세상만사>는 지난달 21일 윤창중 대표가 출연해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윤창중 대표는 또한 “조문객들 앞에서 형제들끼리 우애 깊게 지내겠다고 이야기했다가 유산상속 문제가 나오니까 체면 불문하고 서로 멱살 잡고 싸움질 하는 것”이라며 “이게 어떻게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있느냐”고 발언했다. 윤 대표는 이 과정에서 ‘안빠’, ‘콘텐츠 없는 약장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규찬 심의위원은 “개선의 의지가 안 보인다”며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법정 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서중 심의위원은 “지난번 의견진술 차 나왔던 채널A 제작진의 반응은 윤창중 대표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출연자라는 것”이라며 “반성의 기미기 없었다. 듣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법정 제재를 하려면 의견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개탄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TV조선에도 계속 윤창중 대표가 나와 이 정도 수위 발언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종률 심의위원도 “지상파에는 없는 종편 저널리즘”이라면서 “의견진술을 듣고 건건이 제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창중 대표는 지난달 7일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두고 “더티한 작당”이라고 비난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선거방송심의위는 법정제재인 ‘주의’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사회안전방송 Safe TV는 뭥미?…야당 후보 공격
이날 선거방송심의위는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상근 정책연구위원을 지낸 이용원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사회안전방송(Safe TV)의 <저격수다>, <2030보이는코리아> 두 코너에 대해 법정 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정치적 편향이 지나치다는 이유다.
<저격수다> 제56회에서 출연자(장원재 다문화콘텐츠협회 회장과 박성현 뉴데일리 논설위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들은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무슨 소리냐. 법을 고쳐야하거든요. 법을 고쳐 놨는데 또 고쳐?”며 “법을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황상민 교수의 ‘생식기’ 발언에 대해서도 “그런 용어는 쓸 수 없다”고 말했다.
<2030보이는코리아> 제15회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의료부담금 100만원 상한제’와 관련해 “세금이 들어가는 거네요”, “흔히 말하는 좌파들은 뭐라고 하느냐하면 4대강 한 번 안했어도(라고 한다)”며 시종일관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비난했다.
사회안전방송 제작진은 이날 “출연진에 대해 100% 콘트롤 하지 못했지만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실수로 봐달라. 앞으로 정치적이라고 의심할만한 이야기를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종률 심의위원은 “전반적으로 야당 후보를 공격하고 폄하하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전규찬 심의위원은 “제목이나 사회자 멘트, 패널의 구성 등을 봤을 때 실수라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선거와 관련된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전 심의위원은 패널 구성과 관련해서도 “<2030보이는코리아> 출연자 한국대학생포럼의 정치적 입장을 확인해보긴 했냐. 특정 후보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거방송심의위는 사회안전방송 <저격수다>, <2030보이는코리아>에 대해 각각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사회안전방송은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상근 정책연구위원을 지낸 이용원 씨가 대표이사로 있으며 2010년 12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 등록됐다. 해당 방송은 현재 CJ헬로비전, 티브로드, CMB 등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지역유선방송사업자(RO)를 통해 사실상 전국에 송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