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가 민주통합당 의원 및 당선인들이 김재철 사장 면담을 시도한 것을 두고 ‘무작정’, ‘난입’이라고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권고’라는 다소 낮은 수위의 제재를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함께 심의된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는 ‘주의’라는 법정제재가 결정됐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4개 조(공정성·객관성·사실보도와 해설 등의 구별·품위유지)의 5개 항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9조(공정성) 2항과 4항, 27조(품위유지)만 적용시켰다.

▲ 5월 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캡처
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전체회의에서 정부여당 추천위원들은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무작정’, ‘난입’이라는 용어만 크게 문제 삼으며 행정제재 중에서도 가장 제재수위가 낮은 ‘의견제시’를 주장했다.

정부여당추천 엄광석 위원은 “‘난입’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주인의 허락 없이 어지럽게 들어간다는 의미로 굳이 틀리지 않은 표현”, “‘무작정’이라는 표현도 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엄 위원은 “다만 상식에 입각해 ‘난입’이라는 표현은 폭도의 경우에 사용돼 국회의원들을 폭도로 묘사한 것으로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다”라며 ‘의견제시’를 주장했다.

박성희 위원도 “어떤 상황에서도 뉴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의견제시’를 주장했다. 최찬묵 위원도 ‘의견제시’에 동조했다. 권혁부 부위원장 역시 “국회의원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난입’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며 27(품위유지) 위반으로 ‘의견제시’를 주장했다.

반면, 야당 추천 위원들은 “이걸 ‘권고’로 하게 되면 앞으로 공정성 심의는 안하기로 하는 게 맞다”며 형평성을 제기하면서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장낙인 위원은 “사안에 따라 심의 기준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참담하다”며 “여당 추천 위원들들은 ‘난입’이라는 용어의 표현에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낙인 위원은 “그동안 방통심의위는 유성기업 사태를 다룬 KBS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나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우석훈·선대인 편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주장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제재했다”며 “그런데 왜 이번 건에 대해서 정부여당추천위원들은 용어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이렇게 심의하면 안된다. 하던대로 하라”며 “앞으로 어떻게 공정성 심의하자고 할 것이냐”고 덧붙였다.

장낙인 위원은 “5월 9일 이전의 3~4차례 면담을 요구했던 과정을 생략한 채 무작정 난입이라고 방송한 것은 객관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MBC라는 공영방송을 사사화한 것”이라며 ‘공정성’ 위반이라면서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공정성도 포괄해서 이야기를 했다”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에 대해서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고작 ‘의견제시’인가”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김택곤 상임위원은 “보도문장에서 너무 주관적 용어를 많이 썼다. 서툰 기자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왜곡하려는 의사가 담긴 기사”라고 지적, <방송심의규정> 10조(사실보도와 해설 등의 구별)과 14조(객관성)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박경신 위원은 “‘무작정’과 ‘난입’이라는 표현은 명백한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는 말”이라며 “뉴스에서 한 쪽 주장만 이야기해 악의적으로 공정성 2조와 4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법정제재’에 동조했다.

박만 위원장, ‘권고’로 절충…민주통합당, “정치심의다. 의신청할 것”

박만 위원장은 “이날 보도를 보면 무작정 갑자기 찾아온 것으로 돼 있다. 이해관계 대립된 사안에 대해 당사자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방송심의규정> 9조(공정성) 2항의 ‘균형보도’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MBC가 직접 이해 당사자라는 점에서 자기들의 주장만 전달한 것은 비난의 소지가 있다”며 동 규정 9조(공정성) 4항 ‘이해당사자’를 위반했으며, “국회의원들에게 ‘무작정’, ‘난입’이라는 용어는 방송의 품위를 살피지 않은 것”이라며 27조(품위유지) 위반이라고 구구절절 설명한 뒤, ‘권고’로 절충안을 제시해 표결로 처리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당일 전체회의를 방청한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코미디로 본다. 이의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상 문방위 수석전문위원 역시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전형적인 정치심의”라면서 “양심을 팔아먹은 정부여당 위원들의 편파, 불공정 심사는 방통심의위를 폐지해야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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